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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이버 폭력과 악플: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온 사이버 폭력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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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2-17 ㅣ No.1707

[경향 돋보기 - 사이버 폭력과 악플]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온 사이버 폭력의 현실

 

 

인기 연예인 설리와 구하라 씨의 죽음을 계기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험한 욕설도 아무런 제재 없이 쉽게 내뱉을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과 같이 온라인 소통이 널리 일상화된 곳에서 사이버 폭력은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또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사이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학교 급우나 직장 동료 사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사이버 폭력이 실제 얼마나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8년 10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초등학교 고학년생과 중고생 4,662명과 20-59세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통해 사이버 폭력의 실상을 살펴보았다.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3명이 사이버 폭력 경험

 

일반적으로 사이버 폭력이란 사이버(인터넷, 휴대 전화 등) 공간에서 언어, 사진, 영상 등을 통해 타인에게 피해 혹은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언어폭력(욕설, 거친 언어, 인신 공격적 발언), 명예훼손(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의 게시), 스토킹(반복적으로 이메일과 쪽지를 보내어 공포와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성폭력(성적 행위를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 신상 정보 공개(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게재나 유포), 사이버 따돌림(인터넷 대화방에서 상대방을 따돌리는 행위), 사이버 갈취(사이버 머니나 게임 아이템을 빼앗는 행위)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경험률은 32.8%(가해율 21.6%, 피해율 24.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3명이 사이버 폭력을 경험함을 의미한다. 성인과 청소년 중 누가 사이버 폭력을 더 많이 경험할까? 같은 조사에 따르면 성인(20-59세)의 43.1%(가해율 24.1%, 피해율 36.8%), 청소년의 29.5%(가해율 20.8%, 피해율 20.8%)가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져 의외로 성인의 사이버 폭력 경험률이 더 높았다.

 

흔히 사이버 폭력은 청소년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성인에게도 사이버 폭력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성인의 경우 피해율이 가해율보다 더 높았으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가해율과 피해율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는 청소년들이 일방적인 가해 또는 피해보다는 서로 가해와 피해를 주고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인들 중 어떤 집단이 사이버 폭력을 더 많이 경험하는지 살펴보면 예상대로 인터넷 이용이 왕성한 20대의 사이버 폭력 경험률이 가장 높아서 20대의 사이버 폭력 경험률은 55%인 반면, 50대의 사이버 폭력 경험율은 39.5%로 상대적으로 낮다. 그리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사이버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어 남성의 47.5% 그리고 여성의 38.6%가 각각 사이버 폭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청소년들 중에는 어느 연령층이 사이버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될까? 초등학생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이 사이버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고등학생보다는 오히려 중학생이 사이버 폭력을 약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중학생의 가해와 피해 경험률은 각각 25.1%와 22.2%인 반면 고등학생의 가해와 피해 경험률은 22.9%와 20.6%임). 이른바 중2병이라고 불리는 사춘기 중학생들의 고민과 갈등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그리고 남학생과 여학생을 비교해 보면 일반적인 기대대로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의 경험률이 더 높다(남학생의 가해와 피해 경험률은 각각 25.2%, 22%이며 여학생의 가해와 피해 경험률은 각각 15.5% 19.5%임).

 

앞서 청소년은 성인 집단과는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폭력을 주고받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런 가해와 피해 중첩 현상이 청소년의 학년과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자. 중학생과 고등학생 그리고 남학생은 가해 경험(각각 25.1%, 22.9%, 25.2%)이 피해 경험(각각 22.2%, 20.6%, 22%)보다 더 높았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남을 괴롭히는 사례가 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보다 더 많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등학생과 여학생의 경우는 그 반대여서 피해 경험(각각 19.8%와 19.5%)이 가해 경험(각각 14.3%와 15.5%)보다 더 많았다. 곧 초등학생과 여학생은 사이버 공간에서 남을 괴롭히는 경험보다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초등학생은 다른 선배로부터 그리고 여학생은 다른 남학생으로부터 공격받는 경우도 있어,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취약 집단임을 의미한다.

 

앞서 사이버 폭력은 언어폭력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으며 스토킹, 성폭력, 명예 훼손 등 온라인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을 포함함을 지적하였다. 그러면 이런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사이버 폭력에서 실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언어폭력의 비율은 22.4%이나 스토킹, 성폭력, 명예 훼손, 신상 정보 유출은 각각 22.2%, 18.5%, 13.2%, 11.5%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이버 폭력이 언어폭력 이외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이런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3-6%로 그리 높지 않고 여전히 언어폭력이 주를 이루었다.

 

 

청소년의 사이버 폭력은 오프라인 괴롭힘의 연장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니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겠냐고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성인 사이버 폭력 피해자들의 60.7%는 ID(닉네임)만 알 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29.9%는 게임, 채팅, 카페 등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그리고 오직 25%만이 아는 친구, 동료, 지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경우 ID(닉네임)만 알 뿐 모르는 사람에게 피해를 당한 경우가 57.9%인 반면, 아는 지인에게 피해를 당한 경우는 66.5%(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 32.9%, 같은 학교 친구와 선후배 24.5%, 다른 학교 친구와 선후배 9.1%)로 오히려 학교의 급우와 선후배 등 알고 지내는 친구로부터 사이버 폭력을 더 많이 당한다고 한다. 이는 청소년의 많은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 공간에서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라 현실 오프라인에서의 괴롭힘과 갈등이 그대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간 결과임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사이버 폭력 가해 이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청소년 사이버 폭력의 가해 이유 1위는 ‘상대방에 대한 복수’로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을 넘어 올바른 소통에 대한 관심이 필요

 

사이버 폭력은 신체적 상해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 폭력만큼 그 상처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에서 엿보이지만 이는 잘못된 추측이다.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인간에게 장기적이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 남긴 폭력적인 말 한마디는 가해자가 지우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으며 설령 지웠다 하더라도 이미 다른 곳으로 공유되는 경우가 허다해 그 모든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없을 때가 많다.

 

또한 가해자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피해자를 찾아서 괴롭힐 수 있어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는 매우 심각하다. 이런 점은 사이버 폭력과 전통 폭력을 비교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폭력 피해 뒤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비율은 전통 폭력(17.6%)보다는 사이버 폭력(25.2%)에서 더 높았다. 따라서 사이버 폭력은 일회적인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하고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사이버 폭력을 해소하려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 사이의 사이버 폭력과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 사이의 사이버 폭력 간 차별화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폭력의 예방을 위해서는 온라인 소통의 위험성, 곧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려 경각심을 지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이버 폭력 가해 이유로 ‘재미난 장난, ‘스트레스 해소’, ‘나와 의견이 달라서’, ‘주변에서 하기 때문에’ 등을 언급하는 점은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이 쉽게 폭력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 사이의 괴롭힘과 갈등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경우에는 오프라인 관계 그 자체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됨에 따라 학부모나 선생님들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지 쉽게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Z세대라고 불리는 신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세대와 신세대 간 소통의 단절도 문제를 어렵게 한다.

 

또한 유아 때부터 비대면 온라인 소통에 과잉 의존한 청소년들은 대면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모자라 소통 장애를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와 직장 등에서 올바른 소통과 관계를 맺고 유지·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이 2020년부터 모든 학교에 ‘관계’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조정문 -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 매릴랜드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해 동안 사이버 폭력과 관련한 연구와 강의를 진행했다.

 

[경향잡지, 2020년 2월호, 조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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