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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제24차 축성 생활의 날, 한국 교회 가족 수도회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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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2-01 ㅣ No.635

제24차 축성 생활의 날, 한국 교회 ‘가족 수도회’ 살펴보기


‘가족’의 이름으로 완덕의 여정 함께 걸어나가는 수도자들

 

 

2015년 3월 프란치스칸 가족 봉사자 협의회원들이 경남 산청의 한 농장에서 감따기 일손 봉사를 하던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일로 ‘축성 생활의 날’을 맞는다. 교회는 이날 세상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사는 수도자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축성 생활에 초대받은 이들은 부르심에 대해 깊이 묵상한다. 축성 생활회(Vita Consecrata) 중에 ‘가족 수도회’들이 있다. ‘같은 카리스마(은사)’를 공유하는 단체들이다. 설립자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카리스마를 공유하며 공동협력을 통해 완덕의 여정을 걸어간다. 제24차 축성 생활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에 들어왔거나 생겨난 ‘가족 수도회’들을 살펴본다.

 

 

가족 수도회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건 ‘프란치스칸 가족’이다. 복음적·그리스도 중심적 영성, 곧 육화의 영성과 삼위일체 중심적 영성, 사도적ㆍ선교적 영성, 작음(Minoritas)과 형제애(Fraternitas)의 영성을 공유하는 가족 수도회다. 프란치스칸 가족은 1회와 2회, 3회로 나뉘는데, 1회가 프란치스코 성인이 설립한 남자 수도회, 곧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와 꼰벤뚜알 프란치스꼬 수도회, 카푸친 작은형제회다. 2회는 프란치스코 정신을 따라 사는 관상수도회, 곧 성 클라라 수도회다. 3회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재속 프란치스코회, 두 번째는 초기 재속 프란치스코회원 중 공동생활의 소명을 받은 이들이 모여 나중에 수도회로 인가받은 율수3회, 세 번째는 설립자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상과 삶을 바탕으로 설립한 수도 3회다. 현재 국내 프란치스칸 3회 가족은 한국 재속프란치스코회, 거룩한 말씀의 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삼성산 성령 수녀회, 성가정의 카푸친 수녀회,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 성 프란치스코 수녀회, 성심의 프란치스코 수녀회, 성 프란치스코 병원 수녀회,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예수 성심 시녀회, 천사의 모후 수녀회,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도회 등이 있다.

 

반면 ‘서방 수도생활의 스승’ 베네딕토(480?~547년?) 성인을 사부로 모시고 「베네딕토 규칙」(Regula Benedicti)을  따르는 베네딕도회는 자치 수도원이라는 성격이 강해 ‘가족수도회’라는 개념은 희박하다. 다만 국내에선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등 9개 남녀 수도회가 ‘한국 베네딕도회’라는 이름의 느슨한 연대 모임을 하고 있다.

 

가르멜회 수도 가족도 영성적 친교가 깊다. 이들은 ‘기도의 스승’으로 불리는 교회학자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의 영성에 바탕을 두고, 침묵과 고독 중에 기도를 통해 완덕에 나아가고자 하는 카리스마를 공유한다. 가르멜 영성으로 설립된 수도회들은 세계적으로 70여 개에 이르지만, 한국에는 맨발 가르멜 수도회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 광주대교구 설립 수도회인 예수의 소화 수녀회가 넓은 의미의 가르멜 수도가족을 이룬다. 이 중 맨발 가르멜 수도회는 남자 가르멜(1회)과 여자 가르멜(2회), 가르멜 재속회(3회)가 소속돼 있으며, 세 수도 가족이 어우러져 하나의 수도회를 이룬다. 특히 남자 가르멜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강의와 고해성사, 미사 봉헌, 면담 등 통해 여자 가르멜과 전교 가르멜을 도우며 형제적 친교를 나눈다.

 

살레시오 가족은 거리에서 헤매던 청소년들을 구원하기 위해 몸소 자신의 몸과 영혼을 봉헌했던 설립자 성 요한 보스코(1815∼1888)의 사명과 사목 경험, 방법, 정신 등을 바탕으로 한 영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살레시오 가족 단체는 세계적으로 31개, 그 수는 40여만 명에 이르지만, 국내에는 살레시오 수도회와 살레시오 수녀회, 살레시오 협력자회, 살레시오 동문회, 돈 보스코 여자 재속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등이 살레시오 가족을 이룬다.

 

바오로 가족은 은사를 공유하며 동시에 설립자도 같다. ‘바오로 사도가 이해한 예수 그리스도를 살고 전하는 것’이 설립자인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1884∼1971) 신부의 가르침의 핵심이다. 성 바오로 수도회와 성 바오로딸 수도회,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사도의 모후 수녀회(국내 미진출) 등 5개 수도가족, 예수 사제회와 성모영보회, 대천사 가브리엘회, 성가정회 등 4개 재속회, 협력자회가 바오로 가족을 이룬다.

 

마리아니스트 가족(The Marianist Family)도 있다. 복자 기욤 요셉 샤미나드(1761∼1850) 신부의 설립 정신을 따라 예수님 구원 사업에 협조해 마리아의 현존의 삶을 살아간다. “무엇이든지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는 모토 아래 마리아니스트 평신도 공동체가 먼저 생겨났고, 마리아의 딸 수도회, 마리아 수도회가 차례로 설립됐다. 한국에도 평신도 공동체와 두 수도회가 모두 들어와 한국 마리아니스트 가족을 이뤘으며, 1년에 두 번씩 한국 마리아가족평의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사도직 계획을 나눈다.

 

국내에서도 수도 가족들이 생겨났다. 맨 먼저 생겨난 것은 복자 수도가족이다. 점성(點性)과 침묵(沈默), 하느님과 만나는 순간인 대월(對越)로 하느님과 하나 되는 면형무아(麵形 無我)를 통해서 일상의 삶을 봉헌하며 그리스도께 나아간다는 설립자 방유룡(1900∼1986) 신부의 영성을 공유한다. 최초의 한국인 남자 수도회인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와 제3회,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와 외부회, 한국 순교 복자 빨마 수녀회 등이 수도가족을 이룬다.

 

한국인 사제 정행만(1917∼2004) 신부가 설립한 미리내 천주 성삼 성직 수도회와 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 미리내 천주 성삼 성직 수도회 제3회도 수도가족을 이룬다. 존재하는 모든 것, 곧 만유(萬有)에 앞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공경하고 흠숭하는 ‘하느님 중심 생활’과 우리 죄로 고통받으신 그리스도께 조금이나마 갚아드린다는 마음을 담은 ‘배상(賠償)생활’이라는 정 신부의 근본정신을 공유한다.

 

청주교구 설립 수도회인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와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역시 수도가족이다. 설립자는 똑같이 오웅진 신부이고,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마태 25,40)이라는 복음 말씀에 담긴 카리스마를 공유한다.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부총원장 신상현(야고보) 수사는 “형제회와 자매회는 각각 요셉과 마리아의 영성을 살며 같이 기도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가장 보잘것없는 이를 예수님으로 맞아들여 나자렛 성가정을 살아가는 수도가족”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2월 2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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