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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2: 한국 성미술 전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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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17 ㅣ No.595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 (2) 한국 성미술 전람회


60여년 전, 모두를 감동시켰던 작품들은 현재 어디 있을까

 

 

- 가톨릭시보 1954년 10월 28일자에 실린 성미술 전람회 기사. 기사 속 사진을 보고 노기남 대주교 자료 사진이 한국 최초의 성미술 전람회 모습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1954년, 한국 최초 성미술 전람회 개최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2년, 노기남대주교 화보집을 발간하는 일에 참여했던 필자는 여러 자료 사진들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작은 흑백사진 속에는 미술 전시회를 찾은 당시 서울대목구장 노기남 주교와 동그란 안경으로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오기선 신부 그리고 뒷짐을 쥔 뒷모습만 보이는 또 다른 인물(1954년 성미술 전람회를 진두지휘했던 장발)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필자의 전공이 미술사여서 그랬는지 사진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고 사진 속 정황을 알아내기 위해 노 대주교 비서 일지를 찾아보던 중 ‘1954년 성미술 전람회’라는 단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발간된 경향잡지와 가톨릭시보에 전시에 대한 정보와 출품작 목록 그리고 동일한 전람회장 사진이 게재된 것을 보고 사진 속 전시가 1954년 성미술 전람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54년 성미술 전람회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이렇게 작은 흑백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1954년은 1854년 비오 9세 교황에 의한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교리 반포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첫 번째 성모성년이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1954년 10월 5일에서 12일까지 미도파 백화점 화랑에서 개최됐던 ‘성미술 전람회’는 한국 미술가들에 의해 개최된 최초의 성미술 전람회로서 서양화, 동양화, 조각, 공예, 건축 등 교회미술 전반을 아우르며 한국 가톨릭교회 미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 1954년 미도파백화점 화랑에서 한국 최초의 성미술 전람회가 열렸다. 사진은 전람회 작품을 관람하는 당시 서울대목구장 노기남(왼쪽부터) 주교와 오기선 신부, 장발.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1954년 성미술 전람회에는 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의 아르 사크레(L’Art Sacr) 운동과 같은 동시대 유럽 교회미술 쇄신 운동의 영향이 엿보이는 추상적 경향의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한국화된 성화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용돼 당시 새로운 표현의 종교 미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던 한국 가톨릭 미술계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성미술 작품에 미술계 깜짝 놀라

 

성미술 전람회에는 화가와 조각가, 공예가, 건축가 등 23명이 함께 참여해 총 31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에 괄목할 만한 전시였던 만큼 1954년 11월호 경향잡지에는 성미술 전람회의 개최 소식과 함께 출품작가와 출품작 목록이 게재돼 있어 당시 전시의 규모와 출품작품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사의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성미술 전람회. 백화점 미도파(그전 정자옥) 5층에는 이미 5일부터 성모성년 축하 성미술 전람회가 개최되어 구슬같이 아름다운 작품들이 관객들의 상찬을 받고 있다. 그 작품들과 출품한 미술가들은 다음 같다.…서울 한복판 안에 있는 큰 백화점 화랑이오 독특한 성격을 띤 성미술 전람인 만큼 5일부터 12일까지 관람자들은 연락부절하였고 거룩하고 깨끗한 전람회장의 분위기는 물론이요, 은연중 이만치 자라고 있는 한국 가톨릭의 미술적 실력이 크게 드러나 전국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출품한 상기 작가들은 그 아름다운 작품을 팔지도 않음은 물론, 각기 가져가지도 않고 전부를 교회에 헌납하기로 하여 모든 이를 감격시켰다.”(성미술 전람회. 「경향잡지」, 1954년 11월)

 

<표> 1954년 한국 가톨릭 성미술 전람회 참여 작가 및 작품

 

 

경향잡지에 게재된 목록에 나온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참여 작가와 출품작은 다음과 같다.

 

출품작으로 서양화 12점, 한국화 9점 등 회화 총 21점, 조각 3점, 공예 2점 그리고 건축 설계도 5점이 전시됐다. 성모성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성모와 관련된 내용인 매괴의 성모와 성모포영상(성모자상), 무염시태, 성모칠고, 성모영보, 성모자, 성모상 등과 십자고상 성서대와 성탄, 성체강복 등 그리스도교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 주를 이뤘고 산수화, 인물화 등도 포함됐다. 

 

휴전 이듬해의 어려운 상황에서 성모성년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한국화단의 주요 작가들이 이와 같은 대규모 전시를 개최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향잡지에 게재된 바로는 성미술 전람회에 출품 작가들은 작품을 팔지도 가져가지도 않고 모두 교회에 헌납했다고 한다. 그런데 총 31점의 출품작 가운데 현재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불과 다섯 점에 불과하며 그 외의 작품들은 정확한 소재와 유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작품 26점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2월 16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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