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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마음이 머무는 피정: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연화리 피정의 집 음악 힐링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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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17 ㅣ No.849

[마음이 머무는 피정 -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연화리 피정의 집] 음악과 말씀으로 위안을 - 음악 힐링 피정

 

 

좋은 음악은 악기나 목소리를 통하여 인간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기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리 삶을 다시 살게 하는 부활의 힘도 있다. 음악을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음악 힐링 피정’도 한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칠곡대로 2143. 거기 6,000여 평에 달하는 정원과 산책로, 등산로 등을 갖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연화리 피정의 집이 있다. 열한 그루의 느티나무 오솔길, 푸른 나무와 꽃, 나무 그네와 등나무 아래 쉼터, 곳곳에 놓인 탁자와 의자가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편히 머물면서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나게 하는 장이다.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 지저귀는 산새 소리, 거기에 맑은 공기는 덤이다.

 

연화리 피정의 집은 본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결핵 요양원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1982년 이를 인수한 수녀회에서는 산속에 위치한 아름답고 고요한 이곳을 누구나 와서 머물면서 기도하는 장소가 되기를 원했다.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영육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고요하게 하느님 안에서 쉬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1992년 ‘기도의 집’으로 시작해 2년 뒤 이름을 바꾸어 오늘까지 이어진다. 연화리 피정의 집에서는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정신에 따라 환대를 실천하며,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피정, 초등부 옹달샘 피정, 중고등부 1318 말씀 사랑 피정, 그리고 청년 · 가족 · 복사단 · 성가대 피정 등 나이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 힐링 프로그램에는 ‘대림절 기다림의 영성 음악 힐링’, ‘예수 성심 음악 힐링’ 그리고 매주 1회 8주 코스의 ‘힐링을 위한 테마 음악 여행’ 등이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살인과 마약 등으로 잡혀 온 1급 죄수들로 가득한 삭막한 교도소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이중창이 울려 퍼진다. 그러자 ‘희망’이라고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죄수들은 물론 교도관들마저 온몸이 마비된 듯 모두 꼼짝 않고 음악에 빠져 든다. 이 순간 음악은 모두가 갈망하는 인간다움, 자유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음악은 절망적인 상황과 공간 속에서도 자유와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연화리 피정의 집의 음악 힐링 피정은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안정을 찾는 피정이다. 1급 음악 치료사 홍정란 펠릭스 수녀가 진행한다. 정신 지체, 정서 장애자 특수학교에서 음악 힐링과 가톨릭 신앙의 이념으로 인성 교육을 했던 홍 펠릭스 수녀는 음악이 학생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놀라운 체험을 바탕으로 피정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서서히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가 쌓입니다. 그러면 정서가 불안해지고 분노가 쉽게 일어나며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이럴 때 마음 한편에서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 ‘맑은 행복의 순간’을 찾고 싶은 갈망이 생깁니다.

 

음악 힐링 피정은 일상을 잠시 떠나 편히 머물면서 쉬는 쉼터라 할 수 있습니다. 싱그러운 녹색의 숲 안에서 하느님께서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듯이 말씀(logos)명상으로 자신을 재창조하고, 음파의 소리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회복하며 아름다운 자아를 찾는 마음 여행입니다.”

 

홍 수녀의 말에 따르면 음악 힐링 피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소리 치유 영성을 위한 음악 힐링 프로그램이다. 그레고리오 성가 솔페지오(Solfeggio)음계의 주파수 파장과 모음 소리 파장을 통하여 영혼을 각성하고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소리 울림의 힐링이다. 둘째, 하느님 말씀으로 신앙을 깊게 하며, 셋째, 즉흥 앙상블 연주를 통하여 스트레스를 날리고 즐거움을 회복하는 것이다.

 

“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음악’입니다. 노래는 누구나 좋아하고 목소리의 음파가 주는 자연스러운 치유 효과 같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휴식이나 기도하기에 음악은 좋은 방법입니다.”

 

 

악기 연주와 말씀 찬미 기도

 

음악 힐링 피정은 아름다운 숲속 오솔길 끝 언덕 위에 있는 아담하고 소박한 ‘음악 힐링 방’에서 이루어진다. 본관과 떨어져 온갖 나무와 꽃들에 둘러싸인 별채는 혼자서 기도와 영적 독서를 하면서 고요함과 고독을 체험하는 데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한껏 악기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피정은 ‘노래하는 종’(singing bell)을 연주하는 비움의 명상으로 시작한다. 참가자들은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정좌한 채 마음을 내려놓는다. 돌, 조개껍데기, 풍경, 그리고 방짜 놋쇠로 된 다양한 명상 좌종들이 자아내는 소리가 맑고 청아하다.

 

“소리를 듣고 음파를 들으며 소리의 끝을 따라가 보세요. 그 순간 뇌파가 알파파로 내려가 마음이 정화되고 영혼은 아름다움으로 순화되어 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피정은 음악가와 음악 이론, 음악의 영성과 효과, 음악이 인간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소리 치유 곧 음악 힐링의 단계로 나아간다. “왜 음악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 “음악은 나에게 무엇인가?” 이런 질문 속에 신비한 영음(靈音)인 솔페지오 주파수 선율로 말씀(Logos)을 찬미하고 떼제 성가도 부른다. 또 레인 스틱, 우드 블록, 카바사, 마라카스, 카론, 차임벨, 심벌, 콩가, 젬베 등 리듬 타악기와 공명 실로폰을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서로 한마음으로 하모니를 이루다 보면 금세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소리는 원초적입니다. 그 파장은 인간을 가장 빠르게 순수함으로 이끌어 몸의 질서를 조절하고 균형을 이루게 해 자연 치유력을 높여 줍니다. 솔페지오의 특별한 음색으로 조화롭게 노래할 때 영적인 축복을 받게 되고, 여럿이 함께 연주하면 뇌파가 안정되고 집중력도 향상됩니다.”

 

피정 중에는 왜관수도원의 미사에도 참례하고, 마지막은 즉흥적으로 난타 앙상블 연주를 한다. 이렇게 기도와 음악, 이야기가 있는 작은 공연 현장에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 피정이 끝난다.

 

 

소리 파동의 울림이 있는 치유의 피정

 

서툰 노래에 웃고 악기를 연주하며 나를 만나고,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한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음악을 통해 충분히 위안을 얻었노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피정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새삼 신앙생활에 활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기도 속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었고 제 믿음을 더 굳세게 다지는 기회가 되었으며 안식과 위안을 많이 얻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대중가요나 선호하는 음악만 들었는데, 피정을 하면서 다양한 악기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연주하며 웃고 즐기다 보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1년 만에 음악 피정을 했는데, 그때의 흥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취하지 않아도 마음 편히 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내 안의 자연스러운 흥을 되살려 세상 속에서 살아갈 또 하나의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악기를 신나게 연주하면서 즐거움과 함께 몸과 마음의 피로를 덜어낸 피정이 었습니다. 힘을 얻어 갑니다.”

 

디지털 문화가 사로잡고 있는 세상, 오로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집중하여 이웃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정서가 피폐하고 불안해진다. 그럴수록 우리는 풍요로운 정신세계의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힘을 얻는다. 그 과정에 음악만큼 효과적인 것은 드물다.

 

때로는 울게 하고, 때로는 웃게 하며 또 때로는 행복에 차고 넘치도록 가슴 부풀게 하는 힘, 그것이 음악의 힘이며 음악이 가진 본성이다.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피정은 나를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타성이 되어 버린 나를 정화하고 주님 안에서 새롭게 되어 신앙의 참행복을 재충전하는 기회다.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 안에 쉬는 것보다 더 좋은 재충전이 있을까? 거기에 음악으로 힐링마저 된다면….

 

문의 : ☎054)973-4835, 010-3542-4835 연화리 피정의집(www.yeonhwa.kr)

 

[경향잡지, 2018년 7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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