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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4) 성모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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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05 ㅣ No.1219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4) 성모송 ①

 

 

- '성모영보'(聖母領報), 2세기, 로마 카타꼼베.

 

 

도미니코 성인(1170-1221)께서는 성모송을 어린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 주셨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기도를 찾고자 헤매고 있지만, 우리들의 기도는 ‘아빠, 아버지’ 하느님께 편안하게 말씀 드릴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쉬운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도하는 이들은 먼저 기도에 대한 사랑을, 특히 ‘천사의 노래’인 성모송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성모송은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님께 드렸던 첫 번째 인사말이 성모송의 시작이라는 이유로 예전부터 ‘천사의 기도’라 불리었습니다. 묵주기도에서 가장 많이 반복하는 소리 기도로 성모송을 바치며 성모님을 향한 사랑을 드러내고, 누구보다 위대하신 협조자 성모님께서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전구해 주시길 청하는 것입니다.

 

 

성모송의 암송

 

성모송은 천사 가브리엘의 인사(루카 1,28)와 엘리사벳의 인사(루카 1,42)가 합쳐져, 6세기경부터 나타나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오늘날 바치는 기도문의 형태가 완성됩니다.

 

구체적으로 11세기 이후 일반 신자들 사이에서 성모송의 기도 형태가 대중 신심으로 확산되며, 1198년 파리의 오돈 주교님께서는 이 기도문을 ‘주님의 기도’나 ‘사도신경’처럼 암송하라고 요구한 것이 성모송 암송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규정입니다. 성모송은 실제적으로 주님의 기도에 덧붙여서 암송되었으며, 1266년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사들에게 이러한 규정이 제시됩니다.

 

1287년 뷔르츠부르크 교회 회의에서도 이 규정이 채택되었고, 우르바노 4세(1261-1264) 교황님께서는 이 기도문 끝에 ‘예수님’의 이름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이후 1440년에 시에나의 베르나르디노(1380-1444) 성인에 의하여 처음으로 후반부의 청원 기도가 덧붙여져, 현재의 청원 기도는 16세기 초 여러 수도회의 공식 기도로 사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성 비오 5세(1566-1572) 교황님에 의해 개정된 성무일도에 나타났고 이때 성모송을 의무적으로 암송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성모영보’, 프랑스 샹티이 박물관.

 

 

묵주기도의 성모송

 

묵주기도에 있어서 성모송은 ‘전체 묵주기도의 본기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매 단을 주님의 기도로 시작합니다. 이 기도는 어떤 기도로 대체할 수 없는 품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매 단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성모송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리스도와 성모님을 함께 묵상하는 묵상기도의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묵주기도는 2002년 10월16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통하여 ‘빛의 신비’가 추가되어 그리스도의 일생 전체를 묵상하는 신비로 보완되었습니다.

 

‘빛의 신비’가 묵주기도의 신비로 자리하기 이전에 전통적인 신비 묵상은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였습니다. 각각의 신비는 다섯 단씩 구성되어 한 단에 열 번의 성모송을 바치기 때문에 전체 신비를 기도하면 150번의 반복이 이루어집니다. 150이라는 숫자는 구약성경의 ‘시편’과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시편 기도를 바치며, ‘주님의 기도’를 150번 반복하던 기도의 형태가 ‘주님의 기도’ 자리에 ‘성모송’을 반복하면서, ‘성모 시편’이라는 이름으로 묵주기도가 형성됩니다.*

 

 

성모송의 반복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에서 성모송의 반복에 대한 영적인 의미를,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와 나누신 감동적인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리스도께서는 베드로에게 세 번 이렇게 물으시고,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요한21,15-17 참조) 베드로의 사명에 매우 중요한 이 구절의 구체적인 의미는 제쳐두더라도, 누구나 이 세 번의 반복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반복 속에는 끈질긴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인간의 보편적 사랑의 경험에서 우러난 친숙한 말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프라 안젤리코, '성모영보', 1437-1446, 성 마르코 성당.

 

 

묵주기도를 이해하려면, 사랑의 고유한 심리적 역동성을 알아야 합니다. 반복될수록 더 깊이 있게 그 기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성모송은 직접적으로는 성모님께 바치는 것이지만, 사랑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을 통하여 예수님을 지향하게 됩니다. 성모송의 반복은, 진정한 그리스도교 생활 “양식”인 그리스도와 더욱 완전히 동화되려는 의지를 키우게 합니다.(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26항 참조) 그리스도의 삶과 그리스도인의 삶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일생을 지켜보신 성모님께서 그리스도인의 일생 또한 지켜보며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묵주기도의 본질적인 부분인 성모송은 묵주기도를 탁월한 마리아의 기도가 되게 합니다.’(교서, 33항) 성모송에 대한 이해 없이 묵주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기도의 본질을 놓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잉태하신 첫 번째 지상의 자리셨습니다. 또한 성모송은 인류 구원의 선물을 받아들이신 성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가장 높은 찬미가입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과 마리아께 찬양을 드리는 것입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성모님에게 인사하도록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신 것처럼, 오늘 이 자리에서 천사의 말을 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천사의 말은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을 대신하여 성모님에게 인사하도록 하신 그 말씀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 기도하는 이들은 먼저 ‘천사의 노래’인 성모송에 대한 사랑을 지니도록 해야 합니다.

 

+ 반복되는 성모송은 직접적으로는 성모님께 바치는 것이지만, 사랑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성모님과 함께 또 성모님을 통하여 예수님을 지향합니다.

 

*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3월호,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의 ‘묵주기도의 역사’를 참조하세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7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기도문 (4) 성모송 ②

 

 

성모송의 찬미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잉태하신 첫 번째 지상의 자리셨습니다. 또한 성모송은 인류 구원의 선물을 받아들이신 성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가장 높은 찬미가입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과 마리아께 찬양을 드리는 것입니다. 매 단마다 열 번씩 반복하는 성모송은 성모님께 영적인 장미 꽃다발을 안겨드리는 기도입니다. 전체 묵주기도의 본기도로써 성모송을 주요한 기도로 바치게 됩니다.

 

성모송은 전반부의 찬미와 후반부의 청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찬미 부분은 천사 가브리엘과 엘리사벳의 인사가 합쳐진 복음의 기도문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Iesus.) :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몽포르의 루도비코 성인께서는 성모송에 대해 어머니 마리아의 목소리로 이렇게 설명해 주십니다.

 

“하와(Eva)의 이름인 ‘아베(Ave, 기뻐하소서!)’라는 말로써, 하느님께서 당신의 무한한 전능으로 모든 죄와 최초의 여인이 지배를 받았던 비참함에서 나를 지켜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빛의 여인’이라는 의미를 지닌 ‘마리아’란 이름은 하느님께서 내게 빛나는 천체와 같이 지혜와 빛을 가득 채워주셔서 하늘과 땅을 비추게 하셨다는 것을 나타낸다. ‘은총이 가득하시다’라는 말은 성령께서 그 만큼 풍부히 많은 은총을 간구하는 사람들에게 그 은총을 내가 줄 수 있을 만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람들이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라고 말을 할 때, 영원하신 말씀이 내 태중에 강림하셨을 때 내가 느꼈던 그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기쁨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여인 중에 복되시도다’고 말할 때에 나를 이렇게까지 행복하게 해주신 하느님의 자비를 찬양한다.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도다’ 하는 말을 할 때에는 나의 아들인 예수가 인류를 구원하신 것 때문에 흠숭과 영광을 받으심을 보고 온 천하가 즐거워한다.”

 

 

하늘과 땅의 만남

 

묵주기도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성모송은 묵주기도를 마리아의 기도가 되게 합니다. 천사 가브리엘과 성녀 엘리사벳이 드린 말씀에서 비롯된 기도는 나자렛의 동정녀 안에서 이루어진 신비를 흠숭하며 관상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존재인 천사의 말을 통해 하느님께서 말씀해 주시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기쁨과 은총이 가득한 동정녀는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던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건네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엘리사벳의 인사말은 개인의 인사말로 한정되지 않고 기도하는 모든 이들의 인사말이 됩니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성모송의 전반부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성모송은 하늘과 땅의 경탄을 드러내는 기도입니다. 하느님께서 동정 성모 마리아의 태중에서 이루어진 성자의 강생을 바라보시면서 느끼시는 감탄입니다.”(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33항 참조)

 

묵주기도의 반복되는 성모송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천사의 인사)과 인간의 말(엘리사벳의 인사)이 하늘과 땅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기도가 되어 만납니다. 천사의 말은 그때의 인사말로 끝나지 않고 오늘날에도 우리들의 기도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엘리사벳의 인사말은 여전히 기도하는 이가 엘리사벳처럼 성령으로 가득 차 성모님을 만나게 합니다. 우리가 성모송을 정성껏 바칠 때마다 기도하는 이는 천사가 되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 엘리사벳이 되어 인류를 대표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천사와 엘리사벳 앞에 성모님이 계셨던 것처럼 우리 앞에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성모님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의 이름과 마리아의 이름

 

성모송의 찬미 부분을 바치는데 가장 강조해야 할 부분은 전반부의 마지막 ‘예수님’의 이름에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에 엘리사벳의 인사말에는 ‘태중의 아드님’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엘리사벳의 인사말이 기도문이 되면서 13세기 경 우르바노 4세 교황님에 의해 덧붙여집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를 의미 있고 효과 있게 바치는 표시는, 후에 강조되어 붙여진 ‘예수님’의 이름에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말 기도는 기도문 사이에 예수님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지만, 알파벳 언어권 기도문에는 엘리사벳의 인사말 맨 뒤에 놓여져, 예수님의 이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은(사도 4,12 참조)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우리가 성모님의 이름인 ‘마리아’와 함께 성모송에서 되풀이하여 부르는 것은, 어머니 마리아는 당신 아드님의 첫 제자로서 그리스도의 일생을 더 깊이 묵상하며 구세주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좋은 모범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제자로서 완전한 모범이 되시는 동정녀의 모습을 우리는 닮고자 ‘예수님’의 이름과 ‘마리아’의 이름을 함께 부르고 있습니다.

 

 

성모송의 청원

 

성모송의 청원 부분인 후반부의 기도문은 우리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 성모님의 전구에 맡겨드리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성모님께 드리는 전구는 성모님께서 아드님과 맺으시는 관계로부터 비롯됩니다. 그 관계는 십자가에 못 박히시어 숨을 거두시기 직전, 예수님께서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는 제자를 보시고, 하신 말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먼저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하고 말씀하신 다음, 제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그리스도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모시고 공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그 관계는 하느님이 맺어주신 관계로 그리스도인들의 어머니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내 삶의 처음과 이제(지금) 그리고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구원을 위해 어머니께서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묵주기도의 본기도로 성모송을 바치고 있습니다. 어머니이시기에 부탁드립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 묵주기도의 반복되는 성모송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천사의 인사)과 인간의 말(엘리사벳의 인사)이 하늘과 땅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기도가 되어 만납니다.

 

+ 성모송의 청원 부분인 후반부의 기도문은 우리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 성모님의 전구에 맡겨드리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8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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