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교회법

생활 속의 교회법14: 교종(교황)께서는 잘못을 행하시지 않나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06 ㅣ No.369

생활 속의 교회법 (14) 교종(교황)께서는 잘못을 행하시지 않나요?

 

 

흔히 일반 비신자들이나 다른 종교인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다른 교파들에서 가톨릭교회가 ‘교종의 무류성(無謬性, Infallibilitas)’이라 하여 교회의 수장인 ‘교종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가르치면서 한 인간을 신격화 한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은 ‘교종의 무류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더구나 가톨릭 신자들도 교황님은 어떠한 실수나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다고 교회가 믿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종의 무류성이 지닌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법 제749조 1항은 ‘교황(교종)은 그의 형제들을 신앙 안에 굳세게 하는 것이 소임이므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최고 목자이며 스승으로서 신앙이나 도덕에 관하여 고수해야 할 교리를 확정적 행위로 선언하는 때 그의 임무에 의하여 교도권의 무류성을 지닌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종의 무류성’이 뜻하는 것은, 교종께서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언행에서나 오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고, ‘신앙과 도덕에 관하여 고수해야 할 교리를 확정적 행위로 선언하는 때’에는 오류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종께서 인간적으로 오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믿을 교리를 장엄하게 선언할 때에 그분이 지니고 있는 임무(직권)에 의하여 ‘교회의 교도권이 지닌 무류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한 인간이 깨우쳐 도달한 진리를 선포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인간에게 계시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수호하는 계시 종교입니다. 따라서 이 참된 계시 진리를 수호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하느님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성령의 도움 없이 인간의 힘으로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계시 진리를 언제나 온전히 이해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알려주셔서 당신을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 고백한 요나의 아들 시몬(시몬 바르요나)을 선택하셔서 그에게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시고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에게 땅에서 매고 푸는 것에 따라 하늘에서도 매고 풀리는 열쇠를 맡기셨습니다(마태 16,18-19). 이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이 지상에 세우신 교회가 하느님 계시에 대한 인간적 이해에 의해 서로 대립하거나 갈라지지 않고 지상과 천상의 열쇠를 지닌 반석(베드로)을 중심으로 일치를 이루어 굳건하게 계시된 진리를 세상 끝까지 전달하고 선포하도록 하신 놀라운 섭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드로의 후계자는 ‘형제들을 신앙 안에 굳세게 하는 것이 소임’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종직에 선출되시고 처음으로 하느님 백성에게 이탈리아어로 인사하시면서 ‘만약 제가 (이탈리아어를) 틀리면 여러분이 고쳐주세요.’ 하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교종께서도 일상적인 일에서는 실수하실 수 있고 잘못 판단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교회 전체가 어떤 구원의 진리를 보편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굳건하게 흔들림 없이 믿어 오고(전체 교회의 무류성), 이를 전 세계 주교단이 일치된 의견으로 공의회에서 받아들이고(주교단 전체의 무류성), 주교단의 단장으로서 교종께서 다른 주교들과 일치하여 거룩한 사도좌에서 전체 교회와 주교단의 일치된 의견을 수렴하여 ‘신앙과 도덕에 관한 문제의 최종 결정’을 내릴 때는 교회와 언제나 함께하시는 성령의 인도로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교종의 무류성’이 지닌 의미입니다. 따라서 ‘교종의 무류성’에 대한 교회법적인 정확한 표현은 단순히 한 인간이 무류성을 지닌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한 경우에 ‘교회와 교도권이 지닌 무류성’을 교종의 직무가 누린다는 뜻입니다.

 

[2017년 7월 2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교황 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3,35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