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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부산교구 몰운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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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10 ㅣ No.472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3) 부산교구 몰운대성당


그리스도의 빛 머무는 바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다

 

 

다대포 해수욕장과 낙동강 하구가 맞닿아 있는 곳, 바다와 강이 만나는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부산 몰운대성당. 성당 외벽에 세워진 성가정상 앞으로 해가 지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복음 열정이 강줄기를 타고 흐르다 하느님 사랑처럼 넓은 바다를 만난다. 철새들이 한데 모여 보금자리를 이루듯, 생명의 씨앗은 그 곳에서 한껏 꿈틀댄다. 만물을 사랑하고 지켜나가라는 하느님 말씀이 생생하게 들려온다. 바로 그곳, 부산 낙동강 하구에 자리한 부산교구 몰운대본당(주임 김평겸 신부)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더불어 지역 복음화를 이끄는 ‘그리스도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 일대에 들어서자 낙동강 하구 갯벌과 모래톱이 취재진을 반겼다. 저 멀리 가덕도와 거제도가 보이고 다대포 해수욕장과 아미산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 곳이다.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미산 전망대’ 바로 옆에 몰운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탁 트인 전망과 대조적으로 성당 뒤편으로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개발’이라는 사회 관념과 ‘환경보존’이라는 복음 가치가 서로 충돌할 법도 하다. 바로 그 절묘한 위치에 서 있는 몰운대성당은 조용하고도 차분하게 그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있었다.

 

제단 위 십자고상과 스테인드글라스.

 

 

몰운대(沒雲臺)라는 명칭은 이곳 다대포 일대가 해류 영향으로 짙은 안개가 끼어 자주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안개가 많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면 경관이 수려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과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몰운대성당은 그 독특한 외형과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부산이 고향인 유명 건축가 김원(안드레아)씨가 설계한 몰운대성당은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등대’를 지향했다. 한국 대표 건축가인 김수근씨의 제자인 김원씨는 나주 순교자 기념 경당,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 서울 한강성당 등 종교 건축물은 물론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국립국악원 등을 설계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8년 2월 부산교구 다대본당으로부터 분가한 몰운대본당은 주변 상가건물을 빌려 미사를 봉헌하다가 1999년 기공식을 갖고 3년여 만인 2002년 5월 신축 성당을 완공했다. 당시로는 새로운 건축 공법인 ‘노출치장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마감재로 콘크리트를 사용해 콘크리트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색상과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독특한 조형미를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마치 고대 로마 박해 시절 그리스도인들의 지하무덤인 ‘카타콤바(Catacombe)’를 보는 것 같다.

 

지하 1층 지상 5층인 성당 건물 1층에는 유치원, 대강당, 교리실, 교사실, 사무실이 갖춰졌고 2층에 성전(약 460석 규모)이 있다. 성전으로 들어서니 기둥이 없이 시원하게 트여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전 천장은 철골조로 돼 있어 단순한 조형미를 강조했다. 천장과 제대 위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로는 햇빛이 비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특히 제대 위에서부터 하늘의 빛이 쏟아져 내리는 듯 장관이 연출됐다. 또 신자석 주변으로 측면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어 은은한 조명 효과를 내고 있었다. 빛의 흐름이 일정하게 느껴져 신자들이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 ‘아미산 전망대’ 옆에 자리하고 있는 몰운대성당.

 

 

 

성전 내부는 기존 고딕 양식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자로 잰 듯한’ 정방향 설계 대신 약간 사선으로 틀어진 형태다. 제대를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에도 제대를 둘러싼 조형물이 정사각형 형태가 아닌 기울어진 마름모꼴이다. 그런데도 신자석에 앉아 있으면 불안한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제대 쪽으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묘한 안정감이 있다.

 

사실 성전에는 이런 요소들을 빼놓고 나면 이렇다 할 화려한 내부 장식이 없다. 하느님 말씀에 집중하는, 단순하고도 가장 기본적인 그리스도인 의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성전을 나와 1층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2003년 개원한 성당 부설 ‘하늘꽃 유치원’이 보인다. 유치원은 성당 구조물에 둘러싸여져 있어 마치 성당이 유치원을 품에 안고 있는 것 같다. 성당 사무실 쪽으로 나왔더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분다. 콘크리트로 된 공간에서 갑자기 자연 속으로 뛰어드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사무실 뒤편으로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다. 안쪽 벽면에는 성당 신자들이 직접 알록달록한 색채로 벽화를 그려놓았다. 본당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인 성전 내부.

 

 

벽화 너머로 경치를 살펴보니 마침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푸른 바다와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 모래로 된 삼각주가 떠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어선들이 지나갔다. 구름 사이로 해가 지면서 붉은 노을이 펼쳐진다. 평화로운 모습을 성가정상이 바라보고 있다. 천국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죠. 모래톱이 생겨나기도 하고 갑자기 없어지기도 하면서 쉼 없이 살아있는 땅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우리 성당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풍경에 감탄하는 기자를 바라보던 몰운대본당 김선영(루카) 평협 회장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김 회장은 몰운대본당이 새 성전을 마련하던 무렵을 추억하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공사비가 모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자 신자들이 솔선수범해 자재를 등에 짊어지고 공사를 돕기도 했지요. 그리스도의 빛을 비출 수 있는 등대를 여기에 마련하겠다는 그 의지가 정말 눈물겹도록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 올해 몰운대본당 신자들이 함께 그린 벽화. 맑은 날이면 대마도까지 보인다.

 

 

그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성당 주변에는 1만3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계속 인구가 유입되고 있어 앞으로도 복음화 발전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신자가 3000여 명을 넘어서고 있고 주일미사에 600여 명이 꾸준히 참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지하철 1호선이 연장 개통돼 접근성도 높아졌다.

 

몰운대본당은 주임 김평겸 신부의 지도 아래 신자들이 하나 되는 아름다운 본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선영 회장은 “신부님은 미사 20분 전부터 고해소에서 교우들을 기다리고 미사가 끝나면 교우들 개개인의 일상까지 챙겨주신다”며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는 등대로서 우리 본당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10일, 방준식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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