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 (일)
(백)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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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불공평한 세상 그냥 놔두는 하느님이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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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10 ㅣ No.402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불공평한 세상 그냥 놔두는 하느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질문

 

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있겠지만, 왜 누구는 쉽고 편하고 안락하게 살고 누구는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하는지요?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힘들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왜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을 그대로 두시는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답변

 

심리학 개론을 가르치면서 감각과 지각이라는 영역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감각이란, ‘세상을 머릿속에 표상하기 위하여 환경으로부터 물리적인 에너지를 탐지해 그것을 신경신호로 변환시키는 과정’이고, 지각이란, ‘감각을 선택하고 조직화하고 해석하는 과정으로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을 말합니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관하여 웨버의 법칙(Weber‘s Law)에 따르면 ‘두 자극의 차이가 지각되기 위해서는 자극의 강도와는 상관없이 두 자극의 일정 비율만큼 차이가 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감각순응(sensory adaptation)이라는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약해집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하기에 유용한 대로 지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각과정은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보이는 대로’ 보는 세상을 현실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각한 세계(perceived world)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세계(All-we-know-world)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각과 지각의 한계를 가지고 바라보는 현실세계를 가지고, 하느님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유다교 랍비 헤롤드 쿠시너는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에서 착한 사람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비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제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보다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상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피해가 회복되었을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종종 사회적 명성이나 권력, 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하다 보니, 그것들을 진정한 의미의 자아실현을 통한 사회적 성취와 혼동합니다. 그래서 돈과 권력이 불평등과 불합리, 불공평한 구조를 심화시키는 것에 분노하게 됩니다.

 

‘보이는 대로’ 보다 보면,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누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실상은 다릅니다. 피터슨(Peterson, 2006)의 연구에 따르면, 외모, 나이, 학력 수준, 사회적 계층, 수입 정도, 지능 등은 인간의 행복을 느끼는 데 있어 매우 낮은 상관도를 가집니다. 그러나 직업의 만족도, 낙관성, 자아 존중감, 건강한 성생활,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빈도, 감사 경험은 행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입니다.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답니다. 설마 하느님이 만드는 세상이 나비 날갯짓만 하겠습니까. 오늘의 고통은 오늘 하루로 충분하니, 오늘 하루 원망하시고 부디 내일은 나비 날갯짓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세상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7월 9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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