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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27: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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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10 ㅣ No.454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27)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거듭된 증축에도 기존 건물과 조화 이뤄

 

 

- 프라도 미술관의 정면 출입구.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는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웅장한 건축물이 많다. 또한 뛰어난 예술품을 소장한 ‘고고학 박물관’이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이 있는데, 가장 주목 받는 곳은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이다. 

 

‘프라도’는 미술관이 자리 잡은 지역명으로, ‘목초지’라는 뜻이다. 이 미술관은 이름조차도 목초지였던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건축물이 있는 곳의 역사성을 기억하게 도와준다.

 

1785년에 후안 데 빌라누에바(Juan de Villanueva)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설계한 이 건물은 원래 자연사 박물관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찰스 3세(Charles Ⅲ, 1759~1788년 재위)는 로마나 파리, 런던처럼 마드리드가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불리기를 바라며 박물관 등을 건립했다. 1819년에 미술관으로 개관된 이 건물에는, 왕실에서 수집했던 그림과 조각품들이 전시됐다. 이후 스페인 내전과 화재, 전쟁 등으로 건물의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고 많은 수집품이 도난당했지만, 소장품은 급속히 증가했다.

 

1950년과 60년대에는 본관을 증축해 많은 작품을 소장하며 전시했으나, 다시 한계에 부닥치게 됐다. 2007년, 프라도 미술관은 본관 뒤편에 붉은 벽돌로 건물을 증축했다. 이 건물은 스페인의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1937~ )의 설계로 건립됐다. 그는 오늘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명소가 된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1998~2002년)을 설계하기도 했다.

 

- 프라도 미술관 증축관과 성 예로니모 성당.

 

 

프라도 미술관과 증축관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기념품점도 있다. 이제 미술관은 새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증축관은 본관의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해 건립됐다. 본관의 대리석 기둥들이 신관에선 벽돌 기둥으로 단순화됐지만, 서로 조화를 이룬다. 증축관 옆에는 16세기에 흰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 예로니모 경당이 있는데, 새 건물의 높이는 경당보다도 낮아 가리거나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미술관 앞의 정원에는 스페인에서 태어난 유명한 화가들의 조각상이 있다. 본관 정문 앞에는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가 있으며, 북쪽 출입구 앞에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가 미술도구를 들고 우뚝 서 있다. 이 미술가들은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이끌어 주고 있다. 영웅은 전쟁터에서만이 아니라 예술의 무대에서도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12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플랑드르,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각국의 미술품 뿐 아니라, 스페인의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무리요 등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9000여 점의 회화와 조각품을 소장한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 엘 그레코의 ‘십가가를 안고 가시는 예수님’이 전시된 방.

 

 

특히 이 미술관에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추정)~1614)의 주요 작품이 잘 전시돼 있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그는 로마를 거쳐 스페인에 들어와 톨레도에 머물며 많은 종교화를 남겼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 후반부였지만, 매너리즘 양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규칙과 비례를 중시하던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과 달리 그는 규범에서 벗어나 인체를 길고 홀쭉하게 그려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프라도 미술관의 한 공간은 엘 그레코의 작품 ‘성모 마리아’, ‘성모영보’, ‘성가정’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서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십자가를 안고 가시는 예수님’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마지못해 지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가슴에 끌어안고 걸어가신다. 그분의 눈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시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나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오늘날 세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계자들은 오래된 건물의 유지와 관리, 보수와 증축에 큰 신경을 쓴다. 이 같은 예술기관에는 모든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화 예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 나아가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더욱 나은 박물관으로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수집품의 증가와 전시 공간의 확보, 사람들의 참여 공간과 휴식 장소의 제공을 위해 박물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개축이나 증축을 한다. 이럴 때 항상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박물관 건물을 어떻게 고치고 증축할 것인가’이다. 새로운 건물을 오래된 건물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은 큰 숙제와 같다. 프라도 미술관은 이 숙제를 잘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고전주의 양식 본관 건물을 새롭게 해석해 증축관을 완성했다. 본관과 증축관의 외관은 서로 차이가 나지만 그 안에는 각 시대의 아름다움이 잘 담겨 있다.

 

우리 성당이나 교회 기관에서도 오래된 박물관처럼 건물의 개축이나 증축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전문가들의 의견 못지않게 그 건물을 사용하게 될 신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성당의 건물과 새 건물이 외적으로도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실용성만 앞세우며 새 건물을 짓게 되면, 원래의 성당 건물을 가리거나 훼손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7월 9일, 정웅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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