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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트라우마, 외상 후 성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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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04 ㅣ No.1378

[새로봄] 트라우마, ‘외상 후 성장’으로

 

 

‘트라우마’. 생소하기만 하던 이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대구 지하철 화재나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사고로 심신에 큰 상처를 입고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이들도 있다.

 

하루가 멀다고 보도되는 대형 사고를 접할 때마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없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지만, 나 자신도 언제나 예외일 순 없으리라는 자각에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더는 트라우마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도 싹트기 시작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는 없을까?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강원도재난심리지원센터 센터장을 지낸 한림대 심리학과 조용래 교수를 만나 그 답을 들어 보았다.

 

 

현대인에게 ‘트라우마’, 왜?

 

트라우마(trauma, 외상外傷)는 ‘개인에게 신체적 · 심리적 충격을 준 어떤 사건 때문에 개인이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인 상처’를 의미한다. 현대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트라우마. 그 이유는 뭘까?

 

조용래 교수는 그 이유로 ‘경제, 사회적 발전과 기술의 고도화’ 그리고 ‘공동체 의식의 부재’를 꼽는다. 과거에는 홍수나 태풍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하늘만 원망할 뿐 국가나 사회가 미리 대비하고 예방했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홍수를 막을 댐을 건설하는 등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서 과거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사건, 사고들도 이제는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이웃에 우환이 닥치면 마을이나 사회 공동체가 서로 제 일처럼 나서서 해결하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면서 사회적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개입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사회적인 사고나 재난의 당사자가 되더라도 예전처럼 공동체의 도움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그저 피해자 ‘개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대처하려면

 

예기치 않은 사건이나 사고로 겪게 되는 트라우마. 이러한 트라우마를 예방할 수 있을까?

 

조용래 교수는 트라우마 예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트라우마적 사건 자체의 예방이고, 둘째는 어떤 이유에서든 트라우마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을 줄이는 차원의 예방이다.

 

그렇다면 첫째, 트라우마적 사건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용래 교수는 “개인은 개인의 위치에서, 사회는 사회의 위치에서, 정부는 정부 위치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트라우마적 사건은 나에게만 일어나거나 다른 사람한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우리 공통의 문제다. 또한, 트라우마적 사건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각자 자기 본분을 잘 인식하고, 잘 수용하며, 자기 책임에 최선을 다한다면 트라우마적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하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의 트라우마를 가져 온 대형 사건을 접할 때마다 우리가 늘 아쉬워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그때, 그 자리의 그 사람이 자기가 기본적으로 해야만 했던 그 일을 성심껏 하기만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것 말이다.

 

둘째, 어떤 이유에서든 트라우마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을 줄이고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트라우마적 사건을 겪으면 사람들 대부분이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각기 다르다. 누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되고, 누군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회복된다. 다른 누구는 평생 그 고통을 안고 살지만(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 다른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계기로 성장한다.

 

조용래 교수는 말한다. “트라우마적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줄어들도록 잘 예방하면 사람들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그중에는 트라우마를 통해 오히려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합니다. 트라우마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전보다 더 성숙한 삶을 살게 되신 분들이지요.” 트라우마는 엄청난 고통이지만 그것이 오로지 고통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트라우마가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트라우마적 사건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보다는 ‘외상 후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부정적인 결과로 가는 것을 막고 자연스럽게 회복하거나 성장하도록 하는 데는 여러 노력이 필요한데, 그 첫 번째가 트라우마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불면, 불안, 짜증 등)을 병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며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이다. 조용래 교수는 말한다.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자비의 실천, 이웃 사랑의 실천에 완벽히 일치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지지’입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 상처가 매우 크지만, 누군가 그들의 손을 잡아 주고 그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위로해 주며 지원해 주는 등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뒷받침한다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트라우마를 극복합니다. 나아가 그중 일부는 외상 후 성장을 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현실로 보여 줍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트라우마 예방법이자 대처법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지지와 관심을 보이는 데 있어 명심할 점이 있다. 지지와 관심을 보일 때에는 내 입장에서 지지하고 사랑을 보였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자신이 정말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트라우마에 대한 정확한 이해, 트라우마가 줄 수 있는 충격과 심리적인 후유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트라우마 대중교육 등의 사회적 지지 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 조용래 교수는 한국임상심리학회장,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회 초대 위원장, 강원도재난심리지원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겸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가톨릭상담심리학회 가톨릭상담심리사 과정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성서와함께, 2016년 11월호, 이기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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