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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형제도 폐지 앞장서는 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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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26 ㅣ No.1350

[특별대담] 사형제도 폐지 앞장서는 김형태 변호사


“헌법 10조에 따라 모든 인간은 존엄하기에 사형제는 위헌”

 

 

- 김형태 변호사는… ·195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수료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제13기 사법연수원 ·대통령소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운영위원장 ·사형제도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 집행위원장 ·(사)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2017년 12월 30일이면 우리나라에서 사형 집행이 중단된 지 꼭 20년이 된다. 교회 안팎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김형태(요한)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일찍이 의회 입법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프랑스를 예로 들며 “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임을 강조했다.

 

- 장병일 국장(이하 장 국장) : 사형집행 중단 20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실 줄로 생각됩니다. 

 

▲ 김형태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 :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20년이면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도 10년이 지났으니까 실제로 사형이 집행될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도가 됩니다.

 

법률적으로도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하는데 제15대 국회 때부터 지난 19대 국회까지 20년 동안 법률적 폐기를 못하고 안건만 계속 발의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려운 나라들도 다 폐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아직도 폐지를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우리나라에서 폐지되면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20년째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론으로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는 없습니다. 사람의 본성 자체가 흉악한 범죄자를 보면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니까, 전 세계적으로 조사하면 항상 사형 존치 여론이 높죠.

 

- 장 국장 : 사형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 김 변호사 : 사실은 사형에 대해 깊은 생각을 안 해보고, 변호사로 활동했었습니다. 막연히 죄 지으면 처벌받아야지 하는 생각을 지니고 살았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1980년대 중반쯤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사형제도에 대해 쓴 책을 보고서 사형제도 폐지돼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주교회의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있잖아요.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어요. 2001년 위원회가 생기면서 줄곧 활동하게 됐습니다.

 

- 장 국장 : 교회에서는 사형제도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도 사형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 김 변호사 : 가톨릭 교리에 사형제도에 관해서 명확하게 폐지하자 이렇게 되어있는 건 없어요. 그런데 성경에 비춰보면 너무 당연하죠. 모든 인간이 다 하느님의 모상이라고 얘기하잖아요. 나쁜 사람이건 흉악범이건 다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것이고…. 예수님도 죄인까지 다 품고 한 형제자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 하느님의 모상을 사람이 죽일 권리가 없죠.

 

법학적으로도 보면 천부인권이라고 합니다. 천부인권이라는 건 그리스도교적 용어입니다. 그리스도교면 사형제를 반대하는 게 교리상 분명한 것입니다.

 

헌법 10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돼 있어요. ‘모든’이라는 건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누구나 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있다는 겁니다. 인간은 존엄하니까, 존엄의 핵심가치가 생명이기 때문에 헌법상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것이죠.

 

- 장 국장 : 그간 한국교회에서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어느 누구 못지않게 힘을 기울여오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교회가 걸어온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개괄해주시면

 

▲ 김 변호사 :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공식기구를 주교회의 산하에다 뒀다는 것 자체가 사실 획기적인 것입니다.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가 한국 사회 사형폐지운동에 있어 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교단이나 엠네스티 같은 단체가 있긴 한데 우리처럼 지속적이지 않아요. 엠네스티가 세계적으로 사형폐지운동을 펼치고 있긴 한데, 그 영향력이 천주교에 못 미칩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여러 교단 연합모임이 있는데, 그 활동도 주로 교회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지금까지 5대 국회째 사형폐지법안 발의가 이뤄졌는데 이를 위한 서명도 거의 우리 신자들이 다 한 것입니다. 어디서도 이런 모습 찾아보기 힘듭니다.

 

- 장 국장 :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된 생각은 ‘시기상조’와 ‘강력 범죄 예방’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합니다.

 

▲ 김 변호사 : 원천적으로 정의·응보 관념이 다 있기 때문에 영원히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무려 150여 년 전인 1863년 베네수엘라는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지금 우리보다 흉악범죄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니고, 국민 대다수가 찬성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지금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그때가 훨씬 더 열악했습니다. 그런데도 150년 전에 그 나라가 폐기한 것을 우리나라가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에서 강력범죄와 사형제도의 상관관계를 여러 차례 조사해 공식보고서를 냈는데,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결론입니다. 실증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연구가 많이 돼 있습니다.

 

살인범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사람 죽이는 경우인데, 순간적으로 폭발해서 죽이기 때문에 사형제도하고 상관없죠. 그리고 계획범이 있죠.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절대로 적발되지 않을 거라고 계획을 할 거거든요. 이 역시 사형제도와는 상관이 없게 되는 겁니다.

 

- 장 국장 : 사형제 폐지 대안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 김 변호사 : 사형을 없애는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보통 종신형이면 중간에 사면도 하고 가석방도 하는데, 사면까지는 금지할 순 없습니다.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이나 감형으로 나오는 걸 막자는 취지입니다. 과도기적으로 운영을 하다가 종국적으로는 감형이나 가석방도 가능한 종신형, 선별해서 정말 회심한 경우 감형을 해주는 종신형으로 가야 될 것이라고 봅니다. 독일이 그랬습니다. 나치 정권 때 수백만 죽인 독일이 그에 대한 반성으로 2차 세계대전 끝나고 나서 헌법에다 아예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조항을 넣어버렸어요. 그리고 절대 종신형으로 갔어요. 그렇게 30년 가까이 1972년경까지 절대적 종신형으로 가다가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절대적 종신형도 위헌이다, 너무나 심한 기본권 침해다 해서 상대적 종신형으로 바꿨어요.

 

- 장 국장 : 이번 20대 국회 때도 사형제폐지 법안 통과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김 변호사 : 내년에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새롭게 발의하고, 헌법재판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만든 자료를 본당 차원에서 교육시킬 수 있는 방안도 찾아나갔으면 합니다. 어려서부터 교회 가르침을 알고 배운다면 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가 많은 사람들이 매주 모이는 곳인데 이를 잘 활용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주교회의에서 내는 성명이야말로 중요한 교회 가르침인데 주보 같은 데에 실어 신자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장 국장 : 끝으로 가톨릭 교회와 신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 김 변호사 : 본당 차원에서 사회교리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습니다. 각종 교육 자료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이 분리되는 것이 아닌데, 많은 경우 유리돼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미사를 마치면서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자고 다짐하고는 성당문을 나서며 엘리베이터 탈 때부터 서로 먼저 타겠다고 밀치고…. 이게 다 교육 부족 때문입니다. 사회교리가 신앙생활의 핵심임을 알고 그 가르침을 삶 속에서 구현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라 그분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선포돼야 할 곳이 세상이라고 할 때, 세상과 유리된 신앙은 참 믿음이 아닌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25일, 정리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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