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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세계 교회 건축의 영성: 성당의 평면과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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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20 ㅣ No.312

[세계 교회 건축의 영성] 성당의 평면과 용어

 

 

교회 건축이란 교회를 위한 건물 전반을 가리킨다. 교회법에서는 “성당은 하느님 경배를 위하여 지정된 거룩한 건물”(제1214조)이라고 정의한다. 「천주교 용어 · 자료집」에서는 성당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축성한 거룩한 건물. 신자 공동체가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이며,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거처이다.”

 

대성당(cathedral)은 주교좌성당으로 주교가 상주하는 공적인 성당이다. 제단에 주교좌(cathedra)가 고정으로 놓여있으며, 교구에서 중심이 되는 성당이다. 대(大)성당이라고 해서 교구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축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본당 주보에 ‘전입 교우 환영식은 교중미사 중 대성당’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산 사비나 알라벤티노 바실리카,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과 성 바오로 대성전 봉헌 축일’이라고 표현하듯이 대성전(大聖殿)은 바실리카를 말한다. 대성전은 교황만이 특전을 부여하며, 역사와 예술, 신앙적인 면에서 중요성이 인정되는 성당이다. 상급 대성전은 대(大)바실리카(Basilica maior, major basilica)라고 하며 교황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제대와 성년에만 열리는 성문이 있다. 라테라노 대성전, 성 베드로 대성전, 성 바오로 대성전, 성모 마리아 대성전 등 4대 바실리카가 대바실리카다.

 

하급 대성전은 소(小)바실리카(Basilica minor, minor basilica)라고 하며,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대성전, 카타콤바의 성 세바스티아노 대성전, 트란스테의 성모 마리아 대성전, 12사도 대성전, 빈콜리 성 베드로 대성전,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전 등이 있다. ‘기존 대성전은 그대로 두고 이번에 새로 신축한 건물은…’이라며 본당에서 다른 작은 집회실과 비교하여 크기가 크다고 성당을 대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성전(temple)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 하느님을 섬기던 신전을 말한다. 당시의 성전은 예루살렘 한 곳뿐이었다. 역사적으로 성전은 구약시대에 솔로몬 성전과 즈루빠벨 성전, 헤로데 성전 등 3개가 건축되었는데 모두 같은 자리에 세워졌다. 그렇다면 오늘날에 성당을 성전으로 부르며 ‘성전 건립’, ‘성전 건축을 위하여’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교회당은 성당이나 교회를 뜻하는 영어 ‘church’가 믿는 이들의 집합체이면서 건물을 함께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여 건물을 나타낼 때 쓴다. 교회법 제933조에 “가톨릭교회와 온전한 친교가 없는 교회나 교회 공동체의 교회당에서도 추문을 피하면서 성찬을 거행할 수 있다.”고 하며 교회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성당과 다른 예배공간

 

성당은 모든 신자를 위한 것이지만, 경당(chapel)은 “어떤 공동체나 또는 그곳에 모이는 신자들의 집단의 편익을 위하여 직권자의 허가로 지정된 하느님 경배의 장소”(교회법 제1223조)를 말한다. 수도원이나 신학교 같은 곳에 지정된 하느님 경배의 장소도 경당이다.

 

그러나 경당은 따로 독립하여 있을 수도 있고, 큰 성당의 어떤 구역이나 학교, 병원, 수도원의 어떤 방일 수도 있다. 유럽의 대성당이나 규모가 큰 성당에 들어가면 벽면 쪽으로 성당의 일부를 이루며 작은 제대가 놓인 부속 공간이 있다. 이를 ‘side chapel’이라고 한다.

 

‘chapel’이라는 단어는 투르의 생마르탱(Saint-Martin of Tours)의 망토를 모시는 데 쓰인 천막이 카펠라(cappella)로 알려져 있는데, 성인의 유해가 옮겨질 때 기도를 바치던 영역에 이 말을 사용한 데에서 비롯하였다. 그 안에 언제나 제대가 있으므로 크기가 방 정도라면 제실(祭室)이라고 번역해도 무방할 것이나 교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혼돈을 주는 것이 개신교에서 말하는 예배당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경당을 예배당이라 번역하여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톨릭 대사전」에는 간혹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의 사적인 예배당이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회의가 거행되는 장소이다.”라고 설명하는 등 잘못된 용례가 보인다.

 

교회법에는 사설 예배실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한 명이나 여러 명의 자연인들의 편익을 위하여 교구 직권자의 허가로 지정된 하느님 경배의 장소를 뜻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설’ 예배실이지 그냥 예배실이라 하지 않으며 더욱이 예배당도 아니다.

 

성모경당(聖母經堂, lady chapel)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게 봉헌된 경당으로서 특히 중세 때부터 기원하는 주교좌성당에 붙어있는 경당을 가리킨다. 제대 밑을 판 지하실이며 납골소로 이용되는 지하경당(地下經堂, crypt)도 있다. 이곳이 정규적으로 미사를 집전하는 데 사용되면 이를 지하성당(crypt church)이라고 부른다.

 

기도실(oratory)은 교구가 아닌 특별한 공동체가 사용하도록 주교가 지정한 경당을 말한다. 이것은 단지 ‘기도를 위한 장소’ 또는 기도소를 뜻한다. 라틴어로는 ‘oratorium’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가톨릭전례학회의 「전례생활 용어집」에서 번역했듯이 ‘기도원’은 아니다.

 

순교자기념성당은 순교자나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시고자 지어진 성당 또는 순교한 곳에 지어진 성당인데 영어로는 ‘martyrium’이라고 하여 따로 부른다.

 

 

성당을 이루는 부분을 우리말로 고쳐본다면

 

애석하게도 성당의 여러 부분을 나타내는 우리말 이름이 교회 용어나 건축 용어로 정확하지 못한 예를 자주 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필자 나름대로 번역어를 만들어보았다.

 

‘sanctuary’는 지성소(the holy of holies, sanctum sanctorum)와 같은 말이지만 성당에서는 성소라고 번역된다. 주 제대와 아주 가까운 부분을 말한다.

 

그런데 ‘presbyterium(제단)’은 ‘성가대석을 제외하고 주례사제에게만 마련된 실제의 성소’다. ‘chancel(제단)’은 성가대석을 포함하여 사제에게 마련된 성소’를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구분하는 우리말은 없다. 오히려 ‘altar’(제대, 「가톨릭 대사전」,), ‘sanctuary’(제단, 「전례사전」), ‘presbytery, sanctuary’(제단, 「천주교 용어 · 자료집」)라고 구별 없이 잘못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서 성가대석(choir)은 성소와 회중석 사이에 위치했다. 옛날에는 오늘날의 성가대와 달리 의전사제들이 성가를 불렀기 때문이다.

 

수직 부분 중에서 아랫부분은 회중석(nave)이다. 교회에서는 신도석 또는 신자석이라 하고, 건축분야에서는 신랑(身廊)이라 부른다. 그러나 교회에 모인 신자인 ‘assembly’를 회중이라 하므로 ‘nave’의 번역어는 회중석이 적절하다.

 

그런데 이 회중석은 세 개의 통로(aisle)로 나뉜다. 어떤 책에서는 바깥 통로는 측랑(側廊), 가운데 통로는 신랑(身廊)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가운데를 중앙 통로(central aisle), 그 좌우를 측면 통로(side aisle)라 불러야 한다. 만일 바깥 통로를 측랑(側廊)이라 부른다면 가운데 통로는 중랑(中廊)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앱스(apse)라는 부분이 있다. 이는 ‘축의 끝에 있으며 제대를 놓으려고 만든 반원이나 반다각형 공간’을 말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번역어가 없이 앱스나 압시스, 압시데(abside), 후진(後陣)등 여러 가지로 불러 혼돈스럽다. 이를 충분하지는 못하나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제대 반원 공간이라 이름 지었다.

 

주보랑(ambulatory)은 제대 반원 공간을 둘러싸며 다닐 수 있게 만든 통로이며 고딕 대성당에 이르러서 잘 나타난다. 주보랑 바깥으로 방사하는 모양으로 배치된 경당은 방사형 경당(radiating chapel, apsidal chapel)이라고 이름 지었다.

 

성당의 전통적인 평면은 십자가처럼 수직 부분과 수평 부분이 있다. 건축 용어로는 트랜셉트(transept)를 익랑(翼廊) 또는 수랑(袖廊)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트랜셉트는 ‘주축에 수직으로 횡단하는 부분’이므로 횡랑(橫廊)이라는 이름이 적절하다. 회중석과 제단이 횡랑과 만나는 부분은 교차부(crossing)라고 한다. 그러니까 제대 반원 공간이 동쪽을 향하는 경우 횡랑은 ‘북쪽 팔 + 교차부 + 남쪽 팔’ 모두를 말한다.

 

그런데 회중석과 제대 반원 공간 사이에 직각으로 밖으로 뻗어 나와있는 부분을 영어로 ‘팔(arm)’이라고 부른다. 이에 소매 수(袖)자가 ‘팔’을 나타낸다고 보아 이를 일본어 번역인 수랑(袖廊)이라고 부르면 좋겠다. 다만 이 부분은 영어로 ‘transept’가 아니라 ‘arm’이다. 그래서 횡랑은 ‘북쪽 수랑 + 교차부 + 남쪽 수랑’이 된다.

 

로마네스크나 고딕 대성당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부분을 ‘나르텍스(narthex)’라고 한다. 이 또한 번역어가 없어서 그냥 나르텍스라고 하거나 드물게 일본어 용어인 ‘배랑’(拜廊)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절하는 통로’라는 뜻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시편에 “저의 하느님 집 문간에 서 있기가 악인의 천막 안에 살기보다 더 좋습니다.”(84,11)라는 말씀을 사용하면, 나르텍스는 ‘하느님 집 문간’이 된다. 따라서 나르텍스는 문랑(門廊)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누군가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야 조금이라도 가톨릭 교회 건축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여겨 고쳐보았다. 하느님의 집에 관한 용어를 교회가 분명히 정하지 않는데 건축분야에서 나서서 이를 정리할 리 없다.

 

* 한 해 동안 ‘세계 교회 건축의 영성’을 집필해 주신 김광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김광현 안드레아 - 건축가. 서울대교구 반포본당 교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전주교구 천호성지 내 천호부활성당과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 성바오로딸수도회 사도의 모후 집 등을 설계하였다. 

 

[경향잡지, 2016년 12월호, 김광현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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