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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성사] 성사, 은총의 표징: 성품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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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9 ㅣ No.189

[성사, 은총의 표징] 성품성사

 

 

성품성사(聖品聖事)는 한 사람을 교회의 사제요 목자로 축성하는 성사입니다. 예수님은 최후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열두 사도에게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고 명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 사도들은 성체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신약의 사제로 임명된 것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에 사도들은 그분의 이름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성체성사를 거행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을 돌봅니다. 또한 사도들은 안수와 기도를 통해서 자신의 협조자와 후계자들에게 사제와 목자의 직무를 위임합니다(사도 13,1-3; 14,23; 1티모 4,14; 5,22). 예수님이 세우신 사제와 목자의 직무는 성품성사를 통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고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사제직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두 가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하나는 세례성사를 통해 받는 보편사제직입니다. 베드로 전서 2장 5절이 말하는 대로 세례 받은 신자들은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입니다. 이들 모두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모든 활동을 하느님께 영적 제물을 봉헌하고, 자신을 어두움에서 당신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불러주신 그분의 힘을 선포함으로써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게 됩니다(「교회헌장」10항). 

 

다른 하나는 성품성사를 통해 받는 직무사제직입니다. 이 사제직은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와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도록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십인십색이란 말이 있듯이, 교회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일치하고 화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무사제직은 바로 이런 교회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신자들이 한 몸으로 결합되도록 신자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들을 교역자로” 뽑으셨는데, 그들은 성품성사의 힘으로 “희생 제사(미사)를 봉헌하고 죄를 용서하며, 또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위하여 공적인 사제 직무를 수행한다.”(「사제 생활과 직무에 관한 교령 」2항)

 

민주국가에서는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정치가들은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 받아서 행동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제들의 직무사제직은 보편사제직을 지닌 신자들에게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자들은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보편사제직을 받듯이 사제들도 성품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직무 사제직을 받습니다. 교회의 주인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고, 신자와 사제들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자신의 고유한 사제직을 서로 협력하면서 수행함으로써 주님께 봉사하는 것입니다.

 

 

성품성사에는 세 품계가 있습니다

 

직무사제직을 수여하는 성품성사에는 주교품, 사제품, 부제품의 세 품계(品階)가 있습니다. 성품성사의 최고 단계는 주교품으로서, 여기에서 “충만한 성품성사”가 이루어집니다(「교회헌장」21항).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맡기신 사명, 곧 교회 공동체를 세우고 성장시키는 사명을 수행합니다. 주교는 보통 한 교구의 책임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지역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복음을 가르치고, 성체성사와 다른 성사들을 거행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면서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성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고 이끌어갑니다.  

 

사제(신부)는 주교의 권한을 나누어 받아 주교를 돕는 협력자입니다. 사제는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고 파견을 받아 자기에게 맡겨진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미사를 포함한 여러 성사를 집전하면서 그들이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부제직(副祭職)은 예루살렘의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사도들을 도와 식량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임무를 맡기기 위해 뽑힌 일곱 봉사자에게서 유래합니다(사도 6,1-6) 부제는 전통적으로 주교에게 속해 있으면서 봉사의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오늘날 부제는 주교와 신부를 도와서 말씀 전례, 세례식과 장례식의 주례, 봉성체, 혼인성사에 입회, 준성사의 거행, 강론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부제직은 사제직의 전(前)단계로서의 부제와 일생동안 부제로서 봉사하는 종신(終身)부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종신부제는 대부분 가정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선발되는데, 한국에서는 종신부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제에게는 세 가지 주요 임무가 맡겨집니다

 

주교, 사제, 부제 중에서 신자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만나는 성직자는 사제(신부)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중심은 전례인데, 거기서 미사를 집전하고 고해성사를 주는 사제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통해 세제의 세 가지 주요 임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사제는 우선 “하느님 말씀의 교역자”(4항)로서,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는 것을 자신들의 “첫째 직무”로 받아들여 “구원의 말씀을 통해 비신자 마음에 신앙을 불러일으키고, 신자의 마음에 신앙을 키우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사제가 수행하는 말씀 교역의 내용은 공개적 설교, 교리교수, 각종 그리스도교 교육 등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전례적 설교”, 곧 강론입니다. 복음 선포에서 사제는 “언제나 자신의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쳐야 합니다. 동시에 사제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일반적으로나 추상적으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복음의 영원한 진리를 구체적인 생활환경에 적응시켜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말씀 선포를 통해서 비신자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시작되고 세례성사로 인도되며, 신자들은 기존의 신앙을 자라게 하고 성사에 좀 더 깊은 이해를 갖고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사제는 “성체성사와 다른 성사의 집전자”(5항)로서, 사람들이 세례, 견진성사를 통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스스로 자기 신앙을 고백하면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성체성사는 사제 직무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왜냐하면 사제의 첫째 직무가 말씀 선포라면, 사제 교역은 성체성사를 목표로 하고 여기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성찬례 모임은 사제가 주재하는 신자 집회의 중심”입니다. 따라서 사제는 신자들에게 성체성사가 신앙생활의 중심점이 될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고, 고해성사의 중요성도 강조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제는 “하느님 백성의 교육자”(6항)로서 주교가 자신들에게 맡긴 공동체에서 신자들이 지닌 다양한 은사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육성하고 발전시킬 의무를 지닙니다. “사제들은 신앙의 교육자로서 모든 신자 각자가 각기 성령 안에서 복음에 따라 자기 소명을 계발”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다른 한편,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는 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참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사제는 자신에게 맡겨진 교회 공동체의 건설과 발전을 위해서 “주님을 본받아 모든 사람과 더불어 넘치는 인정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사람들의 호감이나 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 생활과 교리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며 사람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가장 사랑스러운 자녀처럼 훈계”도 해야 합니다. 또한 사제는 모든 사람들을 돌봐야 하지만,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젊은이들은 물론 부부들과 부모들” 그리고 “병자와 임종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에 봉사하기 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성부와 성령을 통해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또한 그것을 “자신의 온 삶으로” 드러냄으로써 “아버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2항) 사람이어야 합니다. 사제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지상 생활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장상에게 순명하고,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세상 안에서 살아야 합니다. “사제 교역 자체가 이 세속을 본받지 말라고 특별히 요구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상에서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가며, 착한 목자로서 자기 양들을 알고, 그 우리 가운데 있지 않은 양들도 바로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도록 인도”해야 합니다(3항).

 

 

사제는 신자들의 기도로 살아갑니다

 

사제에게 맡겨진 직무는 거룩하지만, 사제 자신은 부족한 인간입니다. 사제는 ‘보화를 담고 있는 질그릇’(2코린 4,7)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신자들의 기도, 도움, 관심, 충고 등을 필요로 하고, 그것에 힘입어서 점점 더 성숙한 사제로 성장해나갑니다. 사람이 부모, 친척, 친지들의 사랑 안에서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듯이 말입니다. ‘사제는 신자들의 기도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 다음으로 신자들의 영적 지원입니다. 좋은 신자들에게서 좋은 사제가 나오고, 좋은 사제를 통해 좋은 신자들이 육성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0월호,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서울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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