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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ㅣ구역반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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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14 ㅣ No.139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13)



III. 평신도 중심의 교회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1.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교회

소공동체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성직자 위주의 교회’를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바꾸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성직자 중심, 혹은 성직자 위주의 교회였다. 그로 인하여 평신도는 교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방관자, 구경꾼으로 전락하였고 평신도들의 자발성이 결여된 탓으로 언제나 소극적인 평신도의 모습을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 교회는 복음화, 그리고 새로운 복음화를 외치고 있고 이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신앙의 해를 선포하기까지 하였다. 이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표현, 새로운 방법을 말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열정은 참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금 교회는 열정(熱情, passion)이 없다. 평신도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성직자들의 처분만 기다리는 자세로는 절대로 새로운 열정을 가질 수가 없다.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오용석 사무총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거의 반세기가 지났지만 평신도들은 세례와 견진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사제직, 예언직, 왕직 3중직의 사도직을 수행하는 존재라는 의식 없이 여전히 성직자 중심의 ‘옛’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직자들이 시키는 대로 수동적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본당 사제들이 평신도들이 바뀌기보다 예전처럼 해주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신자들을 대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신앙의 해’와 ‘새로운 복음화’에서 강조되는 평신도 사도직을 위해서 반드시 쇄신되어야 할 부분이다.”(사목정보 2012, 10월호 22면)라고 말했다.

평신도들이 방관자 내지 구경꾼으로 남아 있는 이상 교회의 새로운 열정은절대로 기대할 수가 없다. 미래교회의 성패는 성직자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 또 미래교회의 성패는 평신도들의 양성과 활성화에 달려 있다. 평신도들의 자발성 없이 교회는 절대로 새로운 열정을 기대할 수가 없다. 옥한흠 목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교회의 주체요, 얼굴인 평신도를 예수의 제자로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확신한다. 여기에 우리 교회의 사활이 걸려 있다.”(평신도를 깨운다, 옥한흠, 33면)고 말했다. 얼마 전 수원교구에서 사제 성화의 날을 맞아 이근덕 신부는 “성직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교회 제도와 방식은 성직자들에게 도리어 독(毒)이 되고 있다.”(가톨릭신문, 2013.6.16)고 말하였고, 유희석 신부는 “우선 본당 공동체 내 사목자들의 사목형태를 일신하기 위해 본당 공동체의 주인은 바로 신자들임을 잊지 않고, 평신도들도 주인의식을 갖추도록 해 쌍방적인 협력 사목을 해나가야 한다.”(가톨릭신문, 2013.6.16)고 말하였다. 또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최홍준 회장은 “‘한국교회에서 평신도는 여전히 주변적 또는 보조적 인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주소’라고 지적하며 ‘평신도의 능력이 교회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본당을 비롯한 교회 각 분야에서 평신도 전문가와 지도자를 양성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가톨릭신문, 2012.11.18)

유명한 교회론 신학자인 한스 킹 신부는 “교회가 참으로 하느님 백성이라면, 어불성설인 것은 ‘교회’를 ‘평신도’와 구별하여 마치 평신도는 완전한 의미에서 ‘laos’가 아닌 양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직자 위주의 그릇된 교회관이다.”(교회란 무엇인가, 분도, 85면)라고 말했다.

평신도라고 지칭하는 ‘laicos’라는 용어의 의미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알면 평신도들이 왜 교회에서 성직자들의 시녀 역할이나 기쁨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교회가 얼마나 잘못하였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laos’라는 의미가 ‘laicos’로 쓰이면서 평신도의 개념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신약성경에서 ‘laos’라는 말이 ‘하느님 백성’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하여 자주 사용되었는데 반하여, 평신도를 지칭하고 있는 왜곡된 개념인 ‘laicos’, 즉 ‘평신도(문외한, 국외자)’라는 말은 성경에 전혀 없는 말이다. ‘laicos’라는 말은 이교도들에게는 ‘무식한 대중’이라는 뜻이며 유다인들에게는 ‘사제나 레위가 아닌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laicus’의 뜻은 너무나 비하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그것은 ‘물건’, 혹은 ‘사물’처럼 취급되는 ‘자격 없는 대중’, ‘낮은 백성’이라는 그리스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laicus’라는 말이 ‘보통 신자’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성직자는 왕과 황제들처럼 성품을 받은 사람으로서 특권이 부여되고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는 지위를 가지며 교육과 예술, 그리고 지식을 독점하는 위치에 선 사람으로 대우하였다. 1142년에 반포된 교령(Gratiani)에 첫째 계급으로는 신부와 수도자가, 둘째 계급으로는 평신도가 언급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트리엔트 교리서에는 “주교와 사제들이 하느님의 위격을 친히 지상에서 대리하기 때문에, 그들의 직책은 필시, 보다 높은 다른 직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직책임에 틀림없다. 그 때문에 그들은 천사들이라고 불릴 뿐만 아니라 신(神)들이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이 불사적인 하느님의 불가사의한 힘을 우리한테 대리하기 때문이다.”(제3천년기의 한국교회와 신학, 심상태, 59면)라고 기록되어 있고, 또한 “태양과 달의 비유가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되기도 하였다.”(같은 책 59면)고 소개하고 있다.

1908년에 반포된 비오 10세의 교서(Haerent Animo)의 한 문장 속에는 “사제와 평신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처럼이나’ 크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같은 책 62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역사적인 영향으로 아직도 우리는 그 역사적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기에 갇혀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한스 큉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하는 교회를 말하면서 “모든 신앙인은 하느님 백성이다. 교회를 성직화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하느님 백성이라면 명약관화하거니와 교회는 결코 어떤 특정한 계급 또는 신분이나 교회 내의 어떤 특정한 당국 또는 관료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교회는 온 하느님 백성이요, 온 에클레시아이며, 온 신앙 공동체다. 이런 의미에서 모두가 교회 안에서 동등하다.”(같은 책 85면)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잃어버린 성경적 평신도상을 다시 회복하는 용기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일을 위해 교회 지도자가 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가 잠들어 있으면 그 교회는 세상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집단으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다가오는 예측 불허의 세기를 교회가 책임지기 위해서는 평신도를 깨우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평신도를 깨운다, 49면)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다. “평신도가 호응적이고 능동적이며 건설적인 교회의 일원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는 바른 이유는 신학적 원리에 입각한 실용주의나 편의주의 때문이 아니라 성경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역자가 평신도의 도움을 필요로 해서도 아니며, 평신도가 유용한 존재가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지금 세상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그의 뜻으로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같은 책 35면) 평신도 중심의 교회를 만드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에 앞선 복음적 요구이다.
 
[월간빛, 2013년 10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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