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소공동체ㅣ구역반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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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6-16 ㅣ No.135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9)


Ⅱ. 복음 중심의 교회

1. 복음에서 멀어진 교회

2. ‘말씀’의 중요성

4)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몇 십 년 전만 해도 주일에 성당에 안 나가면 손가락질을 받았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성당에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유럽의 분위기에요.”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벨기에 주교님의 말씀이다.(가톨릭신문 2013.4.14) 그리고 10년 동안 새 사제가 고작 3명밖에 없었단다. 지금 유럽 교회는 비어가고 있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3%밖에 안 된다고 했다. 한심한 모습이다. 지금 유럽 교회는 황폐되었고 죽어가고 있다. 아니 죽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우리 한국 교회도 유럽의 교회를 닮아갈 것이라는 뻔한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사제성소와 수도자성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주일미사 참석률도 30%에 머물고 있는 데다가 대구대교구의 경우 본당 고령화 현상이 90%대에 이르고 있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회가 정체성을 잃으면서 역동성(力動性)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역동성을 잃은 가장 큰 원인이 ‘말씀’ 중심의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마태 7,24-27)는 말씀처럼 ‘말씀’없이 살면 신앙생활의 의미와 목적도 모르고 신앙생활의 기쁨을 모르게 된다. 그리고 신앙생활의 힘을 잃게 되고 어려움이 닥치면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결국은 신앙을 포기하게 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지금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부르짖고 있다. ‘새로운 복음화’의 골자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표현’, ‘새로운 방법’이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에 이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왜냐하면 우리 가톨릭교회에는 엄숙함과 근엄함, 그리고 성스러움은 있지만 열정과 기쁨이 없다. 전례는 형식과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아직도 중세시대의 복장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제들의 강론은 지루하고 감동이 없다. 그리고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모습들이 기쁨보다는 근엄하고 권위적인 표정이다. 따라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모습에서도 기쁨과 생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성가를 제대로 부르지 않는다. 억지로, 마지못해 부르는 것 같다. 성가를 열심히 부르는 주례 사제를 보기가 드물다. 성당에 처음 온 사람들이 미사에 한 번 참례한 후 다시는 성당을 찾을 것 같지가 않다. 미사의 전례 분위기가 패잔병들이나 환자들의 모임 같고 심하게 말하면 때로는 마치 장례미사 같이 너무나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다. 신자들이 냉담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니 의무적이고 습관적으로 나오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젊은이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져가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우리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사목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된다. 또 다른 말로는 사제들의 삶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신앙생활의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한 마디로 기쁨이 없기 때문이다. 왜 기쁨이 없을까? 그것은 하느님과 예수님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제들과 신자들이 하느님과 예수님을 잘 모르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공동체 교육을 하면서 신자들에게 ‘하느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가를 물어 본 적이 많았다. ‘하느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올라야 할 단어가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사랑’이 하느님 본성의 핵심이다. 그런데 ‘사랑’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에 창조주, 심판자, 영원하신 분, 절대자, 전지전능하신 분 등의 단어를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좋으신 하느님이기보다는 무서운 하느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사랑이신 하느님보다는 창조주나 심판자와 같은 교리적이고 이론적인 개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표시이다. 하느님과 예수님을 잘못 알고 있다.

하느님과 예수님을 모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말씀’ 중심의 신앙생활, ‘말씀’ 중심의 사제생활 내지 사목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복음과 멀어진 교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소공동체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음나누기를 통하여 ‘복음 중심의 교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소공동체는 ‘복음중심의 교회’를 만들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말씀 없는 신앙생활, 말씀과 멀어진 신앙생활, 심지어는 복음과 반대되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교회가 그것을 방치하거나 외면하기도 하고 심지어 옛것을 고집하면서 조장하기까지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복음을 모르면 하느님과 예수님을 모르게 되고 우리에 대한 하느님과 예수님의 넘치는 사랑을 체험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말했다.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필리 3,8)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마르 12,28), “가장 큰 계명”(마태 22,36),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는”(루카 10,25) 계명은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마르 12,33)이다. 이 말씀은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사랑이 첫째가는 계명이고 가장 큰 계명이고 사랑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도 얻을 수 없고 구원도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라고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너무너무 사랑하셨다는데 우리는 그 사랑을 얼마나 느끼고 체험하고 있는가? 부끄러울 정도로 도무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반성거리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제일 처음으로 행하신 첫 기적(요한 2,1-12)을 다른 곳이 아닌 혼인잔치에서 행하셨다. 혼인잔치는 사랑의 잔치이다. 하느님과 우리들의 관계가 사랑의 관계로 바뀌었다. 예수님께서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번째 기적을 통하여 하느님과 우리들의 관계를 바꿔 놓으신 것이다. 돌 항아리는 가혹하고 엄격한 율법주의의 경직성을 상징하고 있지만 포도주는 복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복음인 포도주는 예수님의 가슴에서 솟아 흐르는 ‘하느님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우리들에게 ‘사랑’을, ‘사랑이신 하느님’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다. 소공동체로 하느님의 놀랍고도 넘치는 사랑을 체험해야 한다.

[월간빛, 2013년 6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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