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깨어 있어라(마태 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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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05 ㅣ No.664

[레지오 영성] “깨어 있어라.”(마태 24,4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엇을 하든지, 현명하게 행하고 그리고 마지막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지금’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평범한 삶의 지혜입니다. 이 평범한 삶의 지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 해를 보내면서 늘 후회와 반성이 끊이질 않고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쓰라린 지난날의 실수나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그 실수나 잘못이 나에게 주는 아픔이 크기 때문에 자녀들이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열심히 가르칩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되질 않습니다. 아이들은 늘 반복해서 똑 같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이라고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늘 반복해서 똑같은 과오를 저지릅니다. 그래서 부모와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미래에 크나큰 상처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지겹도록 계속해서 말하고 가르치게 됩니다. 이 가르침을 자녀들은 잔소리로 알아듣고 싫어하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승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복음말씀을 통해서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항상 깨어 준비하며 살아갈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마태 24,36),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

 

이 예수님의 말씀을 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끊임없이 세상에 선포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분께서 언젠가 반드시 오실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고, 모든 그리스도인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깨어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사실 우리 모두는 일상적인 삶 안에서 항상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주님의 말씀대로 깨어 살아가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너무나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만을 생각하며 마치 내 삶에 마지막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절대 침묵 중에 살아가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도 수도원에서 수도생활 하는 수도자는 가능할지 몰라도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 말을 늘 상기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입니다.

 

 

마지막 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주님 뜻대로 능동적으로 살라

 

그러나 성모신심 속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며 살아가는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성모님이 그러하셨듯이 항상 마지막을 생각하며 늘 깨어 준비하며 살아야 합니다.

 

항상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깨어 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수동적인 삶을 살라는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즉 종말이 오기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서 권능과 영광에 둘러싸여 오시는 사람의 아들의 표징을 보기 위해 하늘만을 어리석게 올려다보고 살아 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 마지막 날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주님의 뜻대로 능동적으로 열심히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깨어 있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는 두 가지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져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종말을 두려워하거나 나의 의식 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종말은 우리 삶의 일부이기에 반드시 언젠가는 종말이 온다는 것을 알고 믿기에 그 종말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해 주신 오늘 하루를 마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주님의 뜻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바로 깨어있는 삶이라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로 주님께서 재림하여 이 세상에 오심이 두려움과 심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기대할 만한 희망의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루카 12,40) 라는 말씀은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약속에 대해 항구하게 희망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하느님의 약속을 굳게 믿고 열심히 준비하며 깨어있는 삶을 살아갈 때 반드시 언젠가 오시는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가 있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선물로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희망하기에 주님의 말씀에 충실하게 응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히브리서 11장 1절에서 2절 그리고 8절에서 19절에서 아브라함의 충실한 믿음을 상기시키며 하느님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도 충실한 믿음을 가질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충실한 응답을 우리들에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성모님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충실한 응답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승천의 영광을 입게 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월호, 이정화 가비노 신부(한국레지오마리애기념관 관장, 광주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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