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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청주읍성 순교성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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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07 ㅣ No.1773

청주읍성 순교성지를 가다


도심 속 순교터 거닐며 ‘현대의 순교’ 새겼다

 

 

청주옥 신앙증거터. 서울 명동처럼 청주시의 대표적인 상권 지역으로, 표지석은 백화점 건물 앞 도로 바닥에 설치돼 있다.

 

 

‘청주읍성’(淸州邑城)은 조선 시대 청주관아(官衙)와 민거(民居)를 둘러쌓은 성이었다. 현재 성벽은 없어졌지만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북문로, 서문동 일원의 도로와 성문터 표석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읍성은 신앙인들에게 특별한 순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전해주는 곳이다. 신유박해(1801년)부터 병인박해(1866년)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증거하며 박해의 칼날 앞에 목숨을 내놓았던 순교자들 얼이 배어있다.

 

 

복자 원시보(야고보), 배관겸(프란치스코), 김사집(프란치스코), 오반지(바오로), 장 토마스와 하느님의 종 김준기(안드레아), 전 야고보, 최용운(암브로시오)이 대표적인 순교자들이다.

 

이들이 신앙을 증거하고 순교했던 장소들, ‘청주읍성 순교성지’(이하 청주읍성성지)를 찾았다. 성지를 관할하는 본당이자, 복자 오반지(바오로)의 유해가 봉안된 청주 서운동성당을 시작으로 ▲ 청주진영 순교지 ▲ 청주 남문 밖 장터 순교지 ▲ 충청병영 순교지 ▲ 청주 북문 밖 장대 순교지 ▲ 청주옥 신앙증거터를 잇는 순례길이었다. 4㎞ 구간에 이르는 길을 서운동본당(주임 김웅열 신부) 순교자현양회(회장 민우식) 회원들을 따라 걸었다.

 

 

만 번 죽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할 수 없다

 

서운동성당은 순례길의 출발과 마침이다. 복자 오반지 유해(아래턱 뼈)는 성당 제대에 안치돼 있다. 유해 앞에 서자 참수형을 선고 받은 후 “만 번 죽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할 수 없다”고 외쳤던 복자의 음성이 마음 안에 울려왔다.

 

서운동성당 제대에 안치돼 있는 복자 오반지(바오로) 유해.

 

 

성당을 떠나 청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 어귀에 이르면 ‘청주진영 순교지’를 마주할 수 있다. 1866년 병인박해 후, 청주는 물론 진천 · 보은 · 옥천 · 영동 등지에 거주하던 신자들의 체포를 주도한 관청이 이곳 진영이었다. 복자 오반지와 하느님의 종 김준기, 전 야고보, 최용운 등이 순교한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는 청주제일교회가 들어서 있다. 교회 정문 오른쪽 한편에 ‘청주진영터 기념 표석’이 세워져 있다. 

 

‘청주 남문 밖 장터 순교지’는 육거리시장 한복판,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발걸음 속에서 찾게 된다. 바닥에 설치된 동판 표석이 200여 년 전 박해의 시간으로 이끌고 가는 듯 했다. 당시 이 장터에서는 음력 2일과 7일에 장이 섰다. 복자 김사집이 많은 이들의 조롱 속에서 조리돌림(회술레)을 당하던 1801년 12월 22일 그날도 장날이었다. 덕산과 해미에서 형벌을 당한 뒤 청주로 이송됐던 그는 조리돌림 후 매를 맞던 중 순교했다. 

 

이어서 발걸음을 옮긴 지점은 ‘충청병영 순교지’, 현 중앙공원이었다. 복자 원시보 · 배관겸 등이 순교의 영광을 안은 현장이다. 이들 외에도 이름 모를 순교자들이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했다. 청주교구는 이런 순교자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순교자현양비를 세웠다.

 

다음 순례 장소는 ‘청주 북문 밖 장대 순교지’. ‘장대’는 옛 청주읍성 북문 밖에 있던 군대 지휘소를 말한다. 여기서는 복자 장 토마스가 순교했다. 이외에도 손관보(베드로)와 여 요셉 등 순교자들이 참수형을 당했다. 

 

‘청주옥 신앙증거터’는 서울 명동처럼 청주시의 대표적인 상권 지역에 있다. 박해 때마다 각처에서 체포된 신자들이 갇혔던 청주옥 자리다. 표지석은 백화점 건물 앞 도로 바닥에 설치돼 있다.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 모습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패션 문화공간 안에서 담담하게 신앙 증거의 장소를 표시하고 있었다. 다시 서운동성당으로 돌아오는 길은 자연스럽게 ‘현대의 순교’를 묵상하는 시간이다.

 

청주읍성 북문 밖 장대 순교지. 이곳에서 복자 장 토마스가 순교했다.

 

 

일상 속의 순교터

 

이처럼 청주읍성성지는 일상 속에서 또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옛 순교자들의 신앙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순례길이다. 청주읍성성지는 청주교구가 2017년 5월 28일 순교터와 증거터의 기념 표석 설치를 마무리 하면서 한국교회 주요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편·발행될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도 추가로 수록될 예정이다. 관할 본당인 서운동본당도 이런 추세에 힘입어 ‘순교성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웅열 신부는 “순교터와 신앙 증거터로 이뤄진 청주읍성성지의 개발 자체가 영적 순교이며 기도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지역을 넘어선 한국 신자 모두의 기도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당은 지난 5월부터 ‘만 명의 천사’ 성지개발 후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문의 043-252-6984(순례), 010-3350-1356(성지 후원)

 

 

순례 코스를 설명하고 있는 서운동본당 주임 김웅열 신부.

 

[가톨릭신문, 2018년 7월 8일, 이주연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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