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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원가족의 영향을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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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7 ㅣ No.839

[생명을 주는 가족] 원가족의 영향을 이해하기

 

 

부부 사이의 충돌은 일상의 행동방식이나 성격유형의 차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새로 만난 가족들과의 관계 맺기 방식의 차이 등 다양한 차원에서 발생한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고 긴 시간 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왔으니, 사랑해서 혼인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차이를 뛰어넘기란 불가능하다.

 

부부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할 때, 먼저 “배우자의 태도나 행동 중에 나는 어떤 부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지, 또 반대로 배우자는 나의 태도나 행동 중 어떤 부분을 부정적으로 느끼는지” 성찰해 보게 한다.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다면, 그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나 말마디를 문제 삼아 다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가족과의 경험은 생활 태도나 습관, 심리적인 차원에서 부부 두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태도나 생각, 고질적인 습관 등을 배우자에게 무의식적으로 드러낼 때, 부부 관계에는 생각지도 못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다음 세 부부의 사례를 통해 부부에게 끼치는 원가족의 영향과 그에 대한 성찰을 만나 보자.

 

 

사례 1

 

A는 어떤 일에서든 느긋하고 유연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인 반면, B는 집안일이든 회사 일이든 질서정연하고 계획적이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유형의 사람이다. 연애할 때는 자신과 다른 상대의 모습에 끌렸지만, 혼인 후 자잘한 행동상의 차이를 불편해하고 문제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원가족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부부는 너그러웠던 부모님 밑에 자란 A와 엄격했던 부모님 밑에 자란 B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가 얼마나 다른 성격유형을 지녔는지 깨달았다. 이 부부는 생활의 특정 부분에서 능력을 잘 발휘하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충돌을 줄이게 되었다.

 

 

사례 2

 

C는 직장 일이나 다른 사람과의 일은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데 반해, 가정 내에 힘든 일이 생기거나 배우자와 충돌하게 되면 자꾸 회피하려 들었다. D는 가정 안팎의 모든 문제에 대해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 했지만, 문제 상황을 회피하려 드는 C에 대해 “성격이 이상하다,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비난하면서 자주 다투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반듯하게 잘하는 C가 친밀해야 할 부부 관계에 미성숙한 태도를 드러내는 걸 이해할 수 없던 D는 원가족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하고서야 배우자를 수용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자주 다투다 별거하면서 부모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C는, 자신의 부부 관계가 부모님의 관계처럼 될까 봐 간혹 배우자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두 사람 사이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평화를 가장했던 것이다.

 

 

사례 3

 

E는 어린 시절 술로 인해 자주 다투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싫었고, 어머니가 속상해하는 모습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아버지의 남성 중심적인 태도는 더더욱 싫어, 아버지와의 관계도 친밀하지 않았다. 반면 배우자 F는 술이 평소에 하기 힘든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자신을 잘 표현하고, 또 새로 만난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게 만드는 도구로 여기며 즐겼다. 당연히 이 부부는 술로 인한 충돌이 잦았다. 원가족에 대해 성찰하면서, E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린 시절의 아픔을 떨쳐 버리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와 남편은 엄연히 다른 사람인데, 아버지의 싫은 모습을 고스란히 남편에게 투영시켜 미워하고 비난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지닌 여러 좋은 모습들이 있었을 텐데, 술 취한 모습이 전부인 양 간주해 오면서 아버지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했다는 깨달음도 발견했다.

 

 

혼인하기 전 원가족으로부터의 영향으로 생긴 행동방식이나 언어 습관, 고질적인 습관, 심리적인 태도 등은 ‘어린 시절의 나’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혼인해야 어른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혼인한 부부는 각자의 삶의 참된 주인이 되어야 한다. 부모님이나 가정환경 등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는 과감하게 이별하고,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 선택할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의 가치는 내 안에 있는 것이지 다른 어떤 것이나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어떤 모습이 부부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지 찾고, 그 점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나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원가족에 대해 대화하는 작업은,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책망하거나, 나의 원가족과 배우자의 원가족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려는 게 아니다. 원가족과의 경험 자체를 잘 이해하고,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경험이 우리 부부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각자 자라난 가정의 구성원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면, 부부는 서로의 갈등을 대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원가족으로부터의 영향을 상처로만 지니고 적극적으로 직면하지 못한다면, 거부하려고 했던 원가족의 배경이 오히려 우리 가정을 위협하는 생활양식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가정에나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감정이 녹아들어 있지 않은 소통만 하거나 소통이 전무한 가정도 있다. 따라서 원가족의 소통 방식을 재평가하여 더 좋게 보완하거나 바꾸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가정의 화목은 부부 사이에 이루어지는 충분한 이해와 소통의 질에 달려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살레시오 가족, 2018년 5월호(150호), 박은미 품 심리상담센터(empark932@hanmail.ne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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