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곁의 보물: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14사도 제단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26 ㅣ No.519

[우리 곁의 보물]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14사도 제단화’

 

 

 

어느 성당이든지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시선은 제단과 제대를 향하게 됩니다. 미사의 성찬례가 거행되는 제대는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의 몸을 상징하며 성당의 중심입니다. 명동대성당 제단의 목조 제대 뒤에는 흰 대리석으로 된 또 다른 제대가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전에는 사제가 미사를 집전할 때 제단을 향했는데 여기에서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단 뒤편에는 반원형 공간이 있습니다. 드브레 주교(한국명 : 유세준, 1877~1926)가 이 빈 공간에 성화를 넣기로 하고 화가 장발 루도비코(1901~2001)에게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화가는 1925년부터 2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하여 캔버스에 유채 물감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각 사도의 그림 폭은 70cm, 높이는 227cm입니다.

 

공예가 이순석 바오로(1905~1986)의 증언에 의하면 장발은 이 공간을 어떻게 장식할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곳의 석가모니 본존불께서는 깊은 명상에 젖어 있고, 그 둘레에는 10대 제자상 입상 부조가 새겨져 있습니다. 화가는 석굴암에서 영감을 얻어 명동대성당 감실의 예수님을 제자들이 감싼 듯한 모습으로 그려 넣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12제자를 비롯하여 사도 바오로와 그의 동행자 바르나바를 그려 14사도화를 완성하였습니다. 각 사도의 이름은 발아래에 한글과 라틴어로 표기되어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도를 그리기 위해 화가는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선교하던 사제들을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성모상 바로 아래의 좌우에는 천국의 열쇠를 든 베드로 사도와 순교의 상징인 칼을 든 바오로 사도가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이들의 얼굴과 몸은 거의 다 정면인데 매우 근엄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두 성인 이외에도 각자가 자신의 상징과 관련된 지물을 들고 있습니다. 발 주변에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다양한 꽃과 나뭇잎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가 장발은 당시에 독일에서 유행하던 보이론(Beuron) 화풍을 따라 제단화를 제작했습니다. 이 화풍은 작품의 외적인 화려함을 피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서 영원한 미를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14사도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변함없이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14사도 제단화’는 가톨릭교회가 예수님과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거룩한 교회이며 성인들과 일치된 교회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우리도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께 속하였으며 또한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거룩한 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들 역시 교회의 사도들과 성인들처럼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언제나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2018년 2월 25일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5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 유물 담당)]



2,00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