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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족 여정: 가족의 장점을 몇 개나 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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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28 ㅣ No.1068

[가족 여정] 가족의 장점을 몇 개나 쓸 수 있나요

 

 

“가족의 장점을 한번 말해 보세요.” 가족 관계가 악화된 사람들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두세 개 정도 억지로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질문을 살짝 바꿉니다.

 

“가족의 단점을 한번 말해 보세요.” 그러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족에 대한 비난을 속사포 랩으로 쏟아 냅니다.

 

상처 입은 가족 관계를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가족의 장점 50가지 쓰기’입니다. 가족 관계가 악화된 사람들은 “한두 가지도 아니고 장점을 어떻게 50가지나 쓰나요?”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그러면 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내 아내는 이런 점이 아쉬워요

 

필자가 작성한 제 아내의 단점과 장점을 소개합니다. 먼저 단점부터 출발합니다.

 

① 축구 선수 손흥민의 경기는 새벽에 일어나서도 보는 사람이 새벽에 아이가 깨서 보채면 왜 꼼짝도 하지 않는지 따진다.

 

② 집안 살림도 빠듯한데 “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화장대도 하나 없고 화장품도 별로 없어!”라며 한숨을 쉰다.

 

③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아내가 화났을 때 정색하며 낮은 어조로 말하는 “권혁주!” 세 글자다.

 

④ 내가 “우리 애들이 예쁜 것은 씨가 좋아서 그래!” 하고 말하면, “씨는 쥐뿔~ 밭이 좋아서 그런 거야!” 하며 생떼를 부린다.

 

⑤ 내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마치 다 알고 있는 듯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⑥ 내가 생활비를 좀 아껴 쓰자고 하면 “더 이상 아낄 게 어디 있어?”라며 되받아친다.

 

⑦ 나는 괜찮은데 옷 좀 제대로 입으라고 잔소리해 댄다. 다림질도 해 주지 않으면서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⑧ 부부 싸움을 할 때 감정이 너무 격해지면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⑨ 지나치게 과장해 가면서 사랑을 표현하려고 한다.

 

⑩ “자기야! 나 오늘 점심도 못 먹고 바쁘게 일했어!” 하고 말하면, 지친 나의 심신을 위로해 주기는커녕 “잘하는 짓이다!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나한테 얘기하는 거야?” 하며 질책한다.

 

 

내 아내는 이런 점이 좋아요

 

이번에는 제 배우자의 장점을 소개합니다.

 

① 축구 선수 손흥민의 경기가 새벽에 있는 날에는 맘 편하게 보라면서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한다. 그리고 손흥민이 골을 넣어서 새벽에 무심결에 내가 지른 소리에 잠에서 깨더라도 짜증 내지 않고 함께 기뻐해 준다.

 

② 빠듯한 살림에 화장대와 화장품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정작 내가 화장대를 사 준다고 하면 이렇게 대답한다. “괜찮아! 자기 마음이면 충분해!” 게다가 최소의 화장으로 최고의 효과를 연출해 내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③ 아내는 ‘권혁주’라는 내 이름의 어감이 참 좋다고 말해 준다. 연애 시절에도 내 이름 세 글자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부부 싸움을 할 때 아내가 내 이름을 낮은 어조로 무섭게 말하는 것은 ‘너의 이름 세 글자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느냐?’라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④ 씨가 좋아서든, 밭이 좋아서든, 아내는 나를 쏙 빼닮은 붕어빵 같은 아이들을 셋이나 낳아 주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우리 애들이 자기를 닮아서 너무 행복해!”

 

⑤ 내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이기에 지난날보다 현재와 앞날을 먼저 보며 함께 손잡고 나가자고 나를 격려해준다.

 

⑥ 내가 생활비를 좀 아껴 쓰자고 하면 “더 이상 아낄 게 어디 있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많이 못 벌어다 준 내 책임이 크다. 내가 돈을 많이 못 벌어도 항상 이해해 주고,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주는 나의 아내다. 참 고맙기도 하고 눈물 나게 미안하기도 하다.

 

⑦ 나는 괜찮은데 옷 좀 제대로 입는 게 좋겠다고 제안해 준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서 코디를 잘해 준다. 나는 이 옷들을 직접 다려서 입기만 하면 된다. 어느덧 아내가 코디해 준 개량 한복들은 내 삶의 유니폼이 되어 버렸다.

 

⑧ 부부 싸움을 할 때 아무리 감정이 격해져도 절대 비싼 물건은 던지지 않는다.

 

⑨ 지나치게 과장해 가면서 사랑을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무리 과장해도 그 사랑 모두를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보여 줄 수 있는 사랑은 너무나도 작다.”는 지브란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애교가 넘치고 재기 발랄한 아내를 둔 나는 복 받은 놈이다.

 

⑩ 아내에게 “자기야! 나 오늘 점심도 못 먹고 바쁘게 일했어!” 하고 말하면, 아내는 나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한 나머지 “잘하는 짓이다!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나한테 얘기하는 거야?”라고 ‘반어법’으로 표현한다. 역시 내 걱정을 해 주는 이는 아내뿐이다.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혀는 생명의 나무지만, 사악한 혀는 정신을 파탄시킨다”(잠언 15,4).

 

가족은 서로에게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생명의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가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곧, ‘가족의 장점 50가지 쓰기’는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인 쪽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훈련입니다. 관점이 바뀌면 장점 50가지가 아니라 500가지도 쓸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진짜로 여겨지는 가짜 다이아몬드가 수없이 많고, 반대로 알아주지 않는 진짜 다이아몬드 또한 수없이 많다.” 타거 제이가 한 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싸구려 ‘큐빅’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진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족의 장점 50가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 사랑이 넘치는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 2년 동안 ‘가족 여정’을 집필해 주신 권혁주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권혁주 라자로 - 한 여인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 여정’, ‘부부 여정’ 등의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2월호, 글 권혁주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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