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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교황청 부서를 돌아보다1: 교황청 개혁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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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24 ㅣ No.479

2017, 교황청 부서를 돌아보다 (1) 교황청 개혁의 현재


관료주의 벗고 ‘프란치스코식’ 개혁 가속화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전경. 교황청은 현재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조직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부터, 교황청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여러 평의회를 통합해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와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교황청 부서’를 설립했으며, 교황청 내 다양한 미디어 기구를 홍보처 안에 통합했다.

 

이러한 변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복음의 기쁨’을 실현하는 사목적 노력으로, 한국교회를 비롯한 지역교회 복음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들 신설 부서 책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설 부서의 역할과 통합의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차례로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는 교황청 개혁의 현황을 알아본다.

 

 

“한 절반쯤만 일을 하지요. 그나마도 오후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요.” 

 

성 요한 23세 교황이 ‘교황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가?’라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한 답이었다. 50년 넘게 지났지만, 교황청 조직의 방만한 운영을 꼬집었던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이제 교황청 조직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전 세계 추기경들은 새로운 교황을 뽑아야 했다. 당시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전에 회의를 열고 교회, 특히 교황청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는 ‘바티리크스’ 사건(바티칸과 누출을 뜻하는 영어 ‘leaks’의 합성어로, 바티칸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말한다)으로 교회 내부의 부패와 특정 교회 인물 사이의 질투와 경쟁심이 불거지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이라는 숙명을 안고 교황직을 시작했다. 

 

그는 지체 없이 교황청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또 교황과 교회를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관료주의에 물든 교황청 관리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교황은 2014년 예수성탄대축일을 앞두고 교황청 관리들이 “오만과 일중독, 무정함, 영적치매, 정신분열, 위선적 이중생활 등 15가지 고질병에 걸린 중환자라고 지적, 대대적인 교황청 내부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교황은 현재 전 세계의 많은 추기경과 주교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황청 개혁의 조력자 ‘C9’

 

많은 이들이 개혁을 외쳤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해야할지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개혁을 위해 자신에게 조언을 해 줄 9명의 추기경을 세계 각지에서 소집했다. 

 

추기경 위원회(이하 C9)는 간사인 오스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 추기경(온두라스 테구시갈파대교구장)을 비롯해, 주세페 베르텔로 추기경(교황청 행정원장),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에라수리스 오사 추기경(전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인도 봄베이대교구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 로랑 몬셍구 파신야 추기경(콩고 킨샤사대교구장), 숀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미국 보스턴대교구장), 조지 펠 추기경(교황청 재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교황청 국무원총리)으로 구성됐다.

 

2013년 10월 첫 모임을 가진 C9 추기경위원회는 교황청의 개혁, 특히 198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교황령 「착한 목자」(Pastor Bonus)에 따라 조직된 교황청 평의회의 개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추기경들은 올 9월 말 현재 모두 21차례의 회의를 통해 교황청 조직의 조화와 간소화, 주교합일성, 교회의 선교 동력 회복을 기치로 교황청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 따른 조직 개편

 

교황청은 교황이 전 세계 교회를 통치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기구들을 말한다. 따라서 교황청 부서들은 태생적으로 교황의 리더십에 발맞춰 사목활동을 지원하는 기구들이다. 최근까지 교황청 구조는 교황령 「착한 목자」 규정에 따라 설립, 운영돼왔다. 

 

교황청은 그동안 시대의 변화, 특정 사회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직을 만들어왔다. 난민과 이주민이 증가하는 상황을 조사하고 대처하기 위해 이주사목평의회(1970년)를 만들었고, 인간의 보건활동을 위해 보건사목평의회(1985년)를 신설했다. 이렇게 교회는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모든 사회적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 교황청 조직을 개편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C9 추기경들의 조언에 따라 기존 교황청 부서들을 관련 조직의 통합과 이를 통한 부서의 간소화를 기치로 부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 첫걸음은 홍보처 신설이었다. 교황은 2015년 6월 27일 자의교서(motu proprio)를 발표하고 사회홍보평의회와 교황청 공보실을 비롯해, 바티칸 라디오, 바티칸 텔레비전, 신문사, 인쇄소, 출판사의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 홍보처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교황청 부서(이하 평신도가정생명부)를, 올해에는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이하 인간발전부)가 신설됐다. 

 

지난해 9월 발족한 평신도가정생명부는 평신도평의회와 가정평의회, 생명학술원을 통합해, 생명 증진, 평신도 사도직, 가정사목 등을 다룬다. 또 인간발전부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회복지평의회, 이주사목평의회, 보건사목평의회를 통합해 신설했다. 신설 부서는 사회교리 전파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특히 전쟁 희생자와 난민, 병자들의 합당한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관 업무 중심의 통폐합

 

신설 부서의 업무는 서로 연관돼 있다. 인간발전부는 인간의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이주와 보건, 사회복지, 정의평화를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대처한다. 

 

평신도가정생명부가 다루는 일도 태생적으로 서로 연관돼 있다. 평신도들이 가정을 이루고 있고, 가정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처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홍보 관련 매체를 하나의 조직 안에 엮어 운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렇듯 교황은 기존 평의회를 통합해 새로운 부서를 신설하면서 그동안 각 조직에서 진행해 왔던 업무의 관련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의 부서가 다양하게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도록 한 것이다. 

 

인간발전부 장관 피터 턱슨 추기경은 “한 조직 안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소통이 원활해지고, 각 상황을 쉽게 종합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렇게 교황청 부서 통합은 업무 관련성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통합은 조직의 간소화를 이룰 수 있다. 

 

또한 부서 내 조직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고려사항을 쉽게 파악하는 등 협업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것들이 교황청 내 부서 통합의 이유다.

 

교황청의 조직 개편은 지역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주교회의 경우에도 기존의 위원회 개편을 논의 중이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교황청의 개편에 발맞춰, 또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존 위원회의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주교회의 산하 다양한 위원회의 개편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청 부서는

 

교황청은 현재 국무원과 9개 성(省)으로 구성돼 있다. 9개 성은 신앙교리성, 동방교회성, 경신성사성, 시성성, 주교성, 인류복음화성, 성직자성,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 가톨릭교육성이다. 또 교황청 법원, 즉 내사원과 대심원, 공소원, 그리고 분야별 평의회를 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이 평의회 12개 중 평신도평의회와 가정평의회를 평신도가정생명부로 통합했다. 올해 들어서는 정의평화평의회와 사회복지평의회, 이주사목평의회, 보건사목평의회를 인간발전부에 통합시켰다. 사회홍보평의회는 2015년에 홍보처로 통합됐다.

 

이에 따라 2017년 9월 현재는 교황청 산하에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교회법평의회, 종교간대화평의회, 비신자간 대화 평의회, 문화평의회,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남아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24일, 바티칸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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