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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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의 보수 복원과 현대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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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12 ㅣ No.303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40) 스테인드글라스의 보수 복원과 현대적 재해석


낡은 유리화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다

 

 

- 1985년과 2013 ·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보수 복원을 거친 서울 용산 원효로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제대 쪽은 이남규씨(1985년 설치, 2013년 보수), 측창과 성가대석 창은 2015년 설치된 마르크 수사 작품이다.

 

 

유럽 색유리 제작사의 마케팅은 이제 유럽의 교회건축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신축되는 성당 수가 많지 않고, 점차 감소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신축 성당이 많은 아시아와 남미 국가에 홍보를 늘리고 일반 건축 창에 색유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찾고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축되는 성당들이 유럽에 비해 많지만 새로운 교회건축이 활발했던 과거에 비하면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1980년대 급증했던 교회건축과 함께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들에 대한 보수 복원 및 새로운 작품 계획에 대한 논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복원된 유리화와 새로운 작품의 조화

 

우리나라에서 처음 스테인드글라스 보수 복원이 이뤄진 사례는 1980년대 이남규 공방을 통해 진행됐던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명동성당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80년 넘도록 수리한 적 없는 명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보수 복원 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명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색이 바래고 지워진 부분들이 있었고 6·25 전쟁 당시 총탄으로 훼손된 부분들이 임시로 수리된 상황이었다. 절반 이상이 손상돼 있던 명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훼손된 부분의 원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능한 한 원작에 충실하게 복원됐다. 명동성당과 비슷한 시기에 유입된 대구 계산동주교좌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보수 복원은 1991~1993년 (주)H.K.스테인드글래스에서 진행했다. 복원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열두 사도를 제외하고 비어 있던 창에 한국 성인들과 4복음서의 상징을 묘사한 창들이 추가로 설치됐다.

 

오래된 성당 건축을 보수 복원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표현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계획해 설치하는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1990~2000년대에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로 1975년,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복원 보수 복원된 서울 중림동약현성당 스테인드글라스와 2008년 1월 새롭게 설치된 전주 전동성당, 그리고 1985년, 2013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 서울 용산 원효로성당(구 용산 신학교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복원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교회건축에 설치돼 있던 스테인드글라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1975년 건축 보수와 함께 진행됐던 서울 중림동약현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 작가 이남규에 의해 제대 쪽 창의 달드베르 작품이 새롭게 계획된 이후 1998년 2월에 발생한 화재로 두 번째 보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성당 내부의 측창과 성가대석의 원형 창이 마르크 수사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설치됐다. 은은한 파스텔 톤을 주로 사용한 조용한 느낌의 측창 스테인드글라스는 제대 쪽 강렬한 인상을 부각해 건축 공간의 중심을 한층 확실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약현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이남규의 작품이 설치된 지 30년 만에 발생한 화재 이후 복원 작업을 거치면서 또 한 명의 작가를 통해 동시대인과의 소통을 이뤄냈다. 

 

2008년 마르크 수사와 김겸순 수녀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된 전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도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교회 공간을 재창조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성경 말씀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표현으로 전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2000년대 들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톨릭 교회건축의 스테인드글라스 보수 복원의 대표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 보수 복원 필요

 

가장 최근의 보수 복원 사례 중 하나로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서울 용산 원효로성당 스테인드글라스다. 구 용산 신학교 성당인 원효로성당에는 건축 당시 프랑스에서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됐으나, 6·25 전쟁 당시 파손돼 이후 건축 보수와 함께 1985년 이남규의 작품 ‘빛이 있어라’가 설치됐다. 이후 건축의 노후현상으로 스테인드글라스 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돼 2013년 제대 쪽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전면 보수됐고, 이어 2015년에는 과거 사진기록을 통해 성당 측창에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성당 측창과 성가대석 창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롭게 설치하는 계획이 진행됐다. 측장의 정확한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제대 쪽 작품도 현대 작가에게 의뢰했다는 점을 고려해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도입할 것을 결정하고 마르크 수사에게 작품 디자인을 의뢰했다. 성모님의 푸른 망토 자락을 모티프로 추상적으로 풀어낸 마르크 수사의 작품이 설치되면서 원효로성당은 현시대와 소통하는 전례 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 한국 가톨릭교회는 보수 복원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세 확장으로 1980년대 급증했던 교회건축들과 그 안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이제는 새로운 보살핌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는 오래된 교회 안에 설치된 성미술 작품들의 교회사적, 예술적 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되어 무분별한 철거나 교체가 이뤄지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전문가들에 의한 체계적이고 올바른 보수 복원이 이뤄져야 하겠다.

 

[평화신문, 2016년 11월 13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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