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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78: 존 필 마이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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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5 ㅣ No.445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78 · 끝) 존 필 마이어 (하)

5부작 시리즈 통해 예수의 역사적 진실 세세히 파헤쳐



「주변부 유다인 3」 - 추종자들과 경쟁자들

존 필 마이어 신부는 제3권에서 군중, 열둘, 여자들로 구성된 추종자 그룹을 분석하고 아울러 경쟁자들의 역사적인 면모를 재구성한다. 예수의 경쟁자들로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쿰란 공동체 포함), 그리고 ‘제4 철학(the fourth philosophy)’을 분석한다. 제4 철학은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유일하고도 진실하신 통치자라는 믿음으로 서기 6년 유다 지방에 대한 로마의 지배와 조세에 저항한 갈릴래아 사람 유다와 그의 후계자들을 가리킨다.

흔히 혁명당원으로 동일시되는 젤롯당(Zealots)은 68년 로마 항쟁 때 출현한 조직이기에 예수의 직무 기간 중에 활동한 세력은 아니다. 예수의 직무 기간 동안 무장한 혁명당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쿰란 공동체가 속해 있던 에세네파는 종말론적인 지향성과 성전 사제 계급과의 거리감에서 예수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정ㆍ부정의 엄격한 기준과 이에 따른 탈속적인 삶의 모습에서 예수와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성문화된 모세의 율법만을 인정하고 종말론적인 교리를 거부했던 사두가이파와 달리 바리사이파들은 ‘선조들의 전승들’(traditions of the fathers)을 율법과 함께 받아들이고 율법 해석의 관용성, 일상에서 사제적 이상을 지향하는 정결법에 대한 관심, 그리고 부활과 이스라엘의 재건에 대한 종말론적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협동설을 강조하였다. 예수와 바리사이파와의 관계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이유는 복음서에 나타난 바리사이들과의 논쟁은 초기 그리스도교와 바리사이들의 후신인 랍비 유대교와의 대립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70년대 이전에는 갈릴래아 지방에 바리사이파들의 숫자가 매우 적었고, 주로 예루살렘과 유다 지방에 퍼져 살았다. 이러한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도 갈랄래아의 예수가 유다의 바리사이파들과 얼마나 논쟁을 할 수 있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주변부 유다인 4」 - 율법과 사랑

마이어는 제4권에서 예수와 율법(이혼 금지, 맹세 금지, 안식일, 정결법) 그리고 사랑의 계명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마이어는 4권의 연구를 요약하면서 결국 역사적 예수는 유다교의 틀 안에서 성장하고 율법을 준수하는 진실한 유다인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예수는 종말론적 예언자로서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의 조명하에 율법을 새롭게 해석했다. 마이어에 의하면, 바로 여기서 유다교와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이중적인 면모가 드러난다고 본다. 모세의 율법에 충실한 할라카적 예수(halakic Jesus)의 본래 모습이 역사적으로 손실되었던 것은 양식 비평이 지적하듯이 초대 공동체의 상황이 예수 전승을 기억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이어는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의 조명 아래 율법을 해석하는 할라카적 예수가 역사적 예수의 진실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종합 및 평가

마이어의 「주변부 유다인」은 이제 마지막 5권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마이어는 5권에서 예수의 비유, 예수의 자기 지칭 표현 그리고 예수의 죽음이라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마지막 연구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아직 5권이 출간되지 않았지만 4권까지 내용을 바탕으로 마이어의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시도해보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마이어는 역사 비평의 통시적인 분석이 설화 비평이나 독자 반응 비평과 같은 공시적 분석 방법에 의해 대체되거나 평가 절하되는 현금의 주석학계에서 역사 비평의 정당성과 효용성을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에서 탁월하게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이어에 의하면 공시적 분석은 전승이 형성되고 전달되어 문자로 정착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양식 비평을 전제할 때, 올바른 의미와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복음서는 순전히 저자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아니라 기존의 전승들을 취합하고 편집한 결과라는 것이 역사 비평의 통찰이기 때문이다.

둘째, 마이어가 재구성한 예수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정향된 예수 세미나의 오류를 극복하고 1세기 유다교에 뿌리를 둔 유다적인 예수를 그려준다. 역사 비평이 재구성한 예수는 하느님 나라의 미래와 현재를 선포하는 종말론적 예언자, 기적 수행자, 스승의 다양한 면모를 지닌 이른바 ‘주변부 유다인’이었다. 이러한 종말론적인 예수는 부활 이후의 그리스도 신앙에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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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부활과 빈 무덤 앞의 여인들’, 프라 안젤리코 작. 역사 비평이 재구성한 예수는 하느님 나라의 미래와 현재를 선포하는 종말론적 예언자, 기적 수행자, 스승의 다양한 면모를 지닌 이른바 ‘주변부 유다인’이었다. 이러한 종말론적인 예수는 부활 이후의 그리스도 신앙에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셋째, 마이어에게 역사와 신앙은 서로 구별된다. 역사는 신앙을 증명할 수 없으나 신앙의 이유를 나름대로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예수의 동정녀 잉태 전승에 대한 역사 비평적 연구는 동정녀 탄생에 대한 신앙의 근거를 역사적으로 제공할 수 없으나 그 신앙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할 수는 있다. 이 점에서 마이어는 역사의 예수와 실제의 예수, 그리고 복음서의 예수를 구별한다. 실제의 예수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알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2000년 전,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간 예수를 의미하고 복음서의 예수는 복음서 저자 및 신앙 공동체가 기억하고 고백하는 예수를 가리킨다. 역사적 예수는 복음서가 말하는 신앙의 예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역사적 개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넷째, 마이어는 그러나 역사가 신앙에 개연성을 제공하는 역사적 작업에 철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이어는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자 근거인 예수 부활을 역사적 연구의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그가 정의하는 기적이란 시간과 공간 내에 발생한 비일상적 사건이고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다. 그런데 부활은 시공간의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사건이기에 기적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고 따라서 역사적 연구의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마이어는 부활이 철저히 신앙의 문제이지 역사가의 탐구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마지막 작품이 될 제5권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나 부활은 시공간 안에 발생한 초월적인 사건이다. 빈 무덤 이야기와 발현 이야기가 이 점을 암시한다. 사실 부활이 시공간 안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면 그리스도 신앙은 가현론 내지 영지주의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신약 성경의 어느 전승보다도 부활 전승이야말로 정작 마이어가 역사성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당혹성의 기준, 비유사성의 기준, 다수적 증언의 기준, 거부와 처형의 기준까지 충족시키는 소위 역사적 개연성을 지닌다. 마이어는 역사성 판단의 기준을 동정녀 잉태 전승을 포함하여 기적이야기에는 적용하고 왜 부활 이야기에는 적용하기를 거부하는가? 마이어는 부활을 역사적 범주 밖에 위치시킴으로써 신앙과 역사를 분리시키고 말았다. 이로써 마이어는 불트만 류의 불가지론 내지, 신앙과 역사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변증법적 신학의 틀로 회귀하고 만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어의 5부작 「주변부 유다인」은 예수의 역사적 진실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파헤친 세기의 대작임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세계의 많은 독자는 마이어가 끝까지 건강을 유지하여 마지막 제5권의 집필을 완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이번 호로 창간 25주년 기념 특집으로 지난 2013년 5월 시작한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기획 시리즈를 모두 마칩니다. 집필에 참여해 주신 필자들과 가톨릭신학과사상학회 그리고 읽기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관심을 갖고 읽어 주신 독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5일, 백운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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