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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Q&A로 풀어본 일치운동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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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9 ㅣ No.441

[일치주간 특집] Q&A로 풀어본 ‘일치운동’ 궁금증

일치운동, 서로에게 배우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화해는 세상 복음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할 소명이다.

하지만 일반 신자들은 여전히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거나 실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일치 주간을 앞두고는, 그리스도인 모두가 일상생활 안에서 실천해야할 ‘일치운동’에 관한 궁금증을 ‘Q&A’ 형태로 풀어본다. 신자들의 다양한 궁금증에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겸 가톨릭대 교수로 활동 중인 신정훈 신부가 답했다.

신정훈 신부는 특히 “교회 일치운동은 이른바 개종 운동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원하셨던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Q- ‘교회 일치’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요한복음 17,21)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이뤄나가는 여정입니다.


Q- 일치기도 주간은 왜 1월에 지내나요.

A-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미국의 왓슨 신부님이 1908년 1월 18일에서 1월 25일 사이 주간에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1월 18일은 베드로 사도좌 기념일이었고(현재는 2월 22일), 25일은 바오로 사도의 개종 축일이었습니다. 베드로를 중심으로 모든 교회가 하나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개신교에서는 사도들이 일치하여 성령을 맞이하고 교회가 시작된 성령강림 주간을 교회 일치 주간으로 보냈습니다.

1930년대 프랑스 쿠튀리에르 신부님의 노력으로 1941년 신앙과 직제위원회는 일치 주간을 1월 18일에서 25일 사이로 옮겼고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 창설 이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이 기간에 일치 기도를 하게 됐습니다.

1968년 이후 일치기도 주간은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기도문을 따라 진행됩니다.


Q- 일치운동은 왜 해야 할까요.

A- 가족끼리 화목하게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한국의 경우 인구의 1/3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가족이고 친구라는 말이죠. 그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해 먼저 그리스도인들 간에 친교와 우애를 나눠야 합니다.


Q- ‘갈라진 형제’는 어떤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나요.

A- 동방교회는 1054년 상호 파문을 계기로 서방교회인 로마 사도좌와 친교를 단절했습니다. 또 서방교회 내부에서 16세기에 일어난 ‘종교 개혁’으로 말미암아 개신교가 생겨났습니다.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로마 주교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갈라진 형제라고 칭합니다. 왜냐하면 세례를 받은 모든 이는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레오 13세 교황은 동방교회를 일컫던 ‘이교인’과 프로테스탄트를 칭하던 ‘열교인’을 ‘갈라진 형제’로 바꿨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요한 23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 강조하면서 ‘갈라진 형제’라는 표현이 확산됐습니다.


Q- 가톨릭교회와 갈라진 교회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교회마다 특성과 역사, 상황 등이 다른데요. 간단히 언급하자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특별히 성사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입니다. 개신교는 칼뱅 이후 말씀 중심으로, 가톨릭은 그 대응의 하나로 성사에 무게중심을 둔 역사적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상당히 오랫동안 개신교회가 갖지 않은 성사를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말씀을 대하는데 소홀히 한 면이 있었습니다. 또한 가톨릭은 주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구와, 교황을 중심으로 모인 세계 주교단이 교회를 이끌어가는 특징이 있고, 장로교 등의 개신교는 개별교회를 중심으로 합니다.


Q- 세계 일치운동 역사에서는 굵직한 일들이 많았지요.

A-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거치면서 일치를 향한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했는데요. 특히 1965년에는 동서 교회의 상호 파문(1054년)을 취소하는 역사적인 행보를 이뤘습니다. 1999년 가톨릭교회와 루터교세계연맹이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교회 일치를 향한 새로운 문을 연 것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역사에서 개신교와 천주교는 믿음만으로 구원되는지, 구원에 행위가 필요한지 오랜 논쟁을 벌이고 의견 대립을 보였습니다. 공동선언에서는 의화는 믿음에서 시작되지만, 참된 믿음은 반드시 선행을 동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006년에는 이 공동선언에 감리교도 참여했습니다.


Q- 한국 일치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일들을 꼽아주신다면.

A- 우리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웃에 대한 봉사 뿐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나 사회정의에 역행하는 중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상호협력을 통해 사회에 헌신해왔습니다.

안중근 의사와 우덕순 의사가 함께 모의한 독립운동, 1970년대 민주화 항쟁, 통일문제 등에서 힘을 합했습니다. 1987년 이후 일어난 사형폐지운동도 범종교적 연대 안에서 이뤄졌으며, IMF 시절 실업 극복 국민운동위원회를 발족하고, 새만금 개발 반대 운동도 함께 펼쳤습니다. 또한 가톨릭과 개신교가 힘을 합쳐 낸 ‘공동번역성서’는 한국 일치운동이 이룬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대화하고 공부하면서 이룰 수 있는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함께 공부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상호 이해를 넓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함께 역사를 살펴보고 신학적으로 내용들을 되짚어보면, 가톨릭이 개신교를 ‘집 떠나간 아이들’ ‘부모 없는 자식’ 등으로 표현하고, 개신교는 가톨릭을 마리아교로 치부하는 등의 오해들도 불식될 것입니다.

또 가톨릭신자들은 불교신자들과는 잘 맞지만, 개신교신자들과는 어울리기 힘들다는 등의 사고 또한 변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과 먼저 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사고가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나아가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이 함께 성경 나누기를 할 수 있을 날도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 신학의 대화만이 아니라 신앙의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Q- 한국 일치운동을 확산하고 심화하는데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A- 한국 그리스도교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신자들은 개인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였으나, 그 정체성이 아직 문화적인 정체성으로 자리잡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두 가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른 교파에 속하는 상대방에 대한 편견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기도나 영성생활 등을 통해서 드러날 뿐 구체적인 삶의 모습에 충분히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신앙이 각 교회나 성당 안에서 주로 표현될 뿐 삶 안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일상에서 다른 교파 사람들과 협력할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일치운동이 필요합니다.

한때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장 과정에서 경쟁 구도를 이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그러한 경쟁이 더 이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신자들을 끌어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더 그리스도인답게 사느냐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일치운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Q- 일치운동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요.

A- 일치운동은 실생활 안에서 실천이 중요합니다. 서울 수유1동성당과 송암교회, 화계사가 함께하는 난치병 환자 돕기 바자, 서울 성북동성당과 덕수교회, 길상사가 함께하는 이웃돕기 바자, 광주 종교연합 재활용 장터 등은 각 지역 사회 안에서 실질적인 연대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치란 신자 개개인의 가정과 이웃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선 같이 어울려 사는 과정에서 연대를 통해 이 세상에서 신앙을 증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치운동은 그리스도교 각 교파들이 각자에게 부족한 것을 서로 배우고, 복음 실천을 통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발걸음입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18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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