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전례ㅣ미사

[전례] 전례 톡톡: 성체성사와 죄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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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13 ㅣ No.1436

[전례 톡톡] 성체성사와 죄사함

 

 

성체성사가 모든 죄를 없애주고 또 예수께서는 모두 죄사함을 위해 먹고 마시라고 초대하시는데, 죄 고백이 필요한가요? - 몬테벨루나에서 살바토레 -

 

 

질문하신 분은 고백성사에서 죄사함이 이루어진다는 교회의 가르침과, 주님께서 최후 만찬에서 모든 이를 초대하시며 죄사함을 위해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하신 말씀이 상반된다고 보는군요. 그래서 ‘정확하고 분명한 복음적 근거’를 묻네요. 겉으로 드러난 차이를 조화시키는 것은 특별히 어렵지 않아요. 여러 복음서 본문들이 교회에 죄를 없애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또 모든 교회의 전통이 성체성사에 앞서 뉘우침과 죄의 용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그리스도께서 하신 대로

 

그러나 정확한 복음서 본문들로써 그 차이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뜻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도 발전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발전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약속하시고 선물로 주신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었어요.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 16,13). 교회의 모든 제도, 특히 성사들은 복음에 굳건한 기초를 두고 있지만, 오늘날 신학은 개별 본문들보다 주님의 말씀과 삶의 일치성에 더 관심을 둔답니다. 즉 그리스도의 직무와 그분의 죽음과 부활 사건에 뿌리를 내리려는 것인데, 성체성사가 바로 이런 것을 예식적으로 가장 잘 실현시킨 상징이지요. 적합성, 발전 과정, 그리스도의 행위와 갖는 동질성 등이 개별 성사 형태들을 평가하는 확실한 기준이며, 고백성사도 그렇게 평가하지요.

 

복음서에서, 죄를 없애는 권한이 교회에 있다고 최소한 두 군데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마태오 복음(18,15-18)을 보면, 잘못을 저지른 형제에 대해 말하고는 그를 다시 교회에 받아들이는 절차를 설명하는데, 그런 다음 예수께서 이런 선언을 하셔요.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이와 똑같은 말씀을 이보다 조금 앞에서는(16,18-19) 베드로에게 직접 하셨지요. 매고 푸는 권한이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해할 때 죄를 사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요한 복음에서(20,22-23) 만나게 되는 다음과 같은 고전적인 본문은 트렌토 공의회에서 인용되어요.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엄숙한 말씀을 예수께서 부활날 저녁 사도들에게 하셨지요. 그리스도로에게 부여받은 이 직무는 위의 두 복음 어디에서든 너무 광범위하고 정확한 한계도 없어, 어떤 이들은 세례까지도 포함시켜요.

 

 

진정한 회개

 

하지만 놀라운 것은 주님의 만찬에 참여하기 전, 죄의 뉘우침과 용서를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바오로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11,26), 공동체 내부 분열이 교회에 끼친 모욕을 한탄하며 이런 말로 결론을 내려요.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오로는 죄인이 진정한 회개 없이는 주님의 몸과 피의 식탁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요.

 

실상 주일 성체성사에 대해 최초로 증언한 『디다케』 또는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보면, 성체성사에 참여하기 전 자기 죄를 ‘고백’하도록(공적으로 하는 통회의 기도임) 권고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의 제사가 깨끗하게 되도록’ 하라는 겁니다. 통회하며 중죄를 용서받은 상태가 아니면 주님의 식탁에 가까이 가지 않는 전통이 여기서부터 계속 이어져나갔어요.

 

 

화해를 이룬 교회의 식탁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말씀과 성체성사 자체의 가치는 조금도 손상되지 않아요. 성체성사는 화해의 제사며(그래서 - 트렌토 공의회의 선언에 따르면 - ‘그리스도의 제물로 인해 의노를 푸신 하느님께서 회개의 은총과 선물을 주시어 죄를, 심지어 중죄도 용서해주시되’, 고백성사를 무익하게 만듬없이 그렇게 하심),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르면) 다른 모든 성사들이 여기서부터 흘러나오고 다시 그곳으로 한데 모으는 성사랍니다. ‘회개’라는 말의 성경적 의미가 말하듯, 중죄를 범한 사람들에겐 고백성사가 요구되지요. 그러나 중대한 필요가 있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이라면 비록 나중에 교회의 심판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회개를 드러내 보여야 할 의무가 있긴 해도, 누구든지 용서를 받고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어요. 문제는 죄사함이 아니라, 틀림없이 용서를 받게 하는 조건, 즉 회개입니다. 어떤 경우든 좌우지간, 성체성사는 화해를 이룬 교회가 거행하는 기쁨의 잔치랍니다.

 

(R.Falsini, La liturgia. Risposta alle domande piu provocatorie, San Paolo, Cinisello Balsamo 1998, 17-19)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5년 가을호(Vol. 31), 번역 최종근 빠코미오 신부(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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