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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이콘 – 세 번째 이야기, 성모님의 이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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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5 ㅣ No.747

이콘 – 세 번째 이야기, 성모님의 이콘 (1)

 

 

1.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옛 전승에 따르면 성모님을 처음으로 그린 이는 복음사가 루카였다고 한다. 가톨릭 성인전 루카편에도 루카의 직업을 ‘의사이며 화가였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루카가 의사이며 화가였다는 점은 동·서방 교회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또한 루카 복음서는 다른 세 복음서와 달리 성모님께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 루카와 성모님이 각별히 교류했었다는 전승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말 루카와 성모가 만났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반론도 많다.

 

루카가 그렸다고 전하는 최초의 성화는 성모님과 예수님 모두 정면을 바라보는 형태로 묘사하는 ‘호데게트리아’ 즉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이다.

 

성모님의 시선은 아기 예수를 보고 있지 않으며, 이 성화를 보고 있는 우리를 보고 계신다. 한 손으로는 아기 예수를 안고 한 손은 아기 예수를 향하고 있다. 이는 ‘이 분이 너희의 주님이시다’ 라고 제시해 주고 계신다. 또한 우리를 위한 중재의 기도를 바치고 계시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모님 성화에는 어떠한 형태이든 머리와 양 어깨에 3개의 표식이 반드시 들어가는데, 이는 성모님의 동정을 나타낸다. 즉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기 전에도, 낳는 중에도, 낳은 후에도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은 정결한 분이심을 나타내주고 있다. 예수님을 낳기 전에도, 낳은 후에도 동정이심은 우리가 모두 아는 교리이나 낳는 중이라는 부분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이는 유다 율법에 따라 해산한 여인은 부정하다고 한데서 기인하여 성모님은 그 또한 조금도 동정과 거룩함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유다교의 율법적인 생각은 중세를 거치며 교회 내에도 들어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2월 2일을 성모님이 유다교 율법에 따라 해산 후 성전에서 정결례를 거행했던 것을 기념하여(레위 12장) ‘성모 취결례 첨례’로 지내다가 공의회 이후로는 초대교회의 전통을 되살려 주님의 봉헌 축일로 환원되었다.

 

그리고 성모님 머리 좌·우에는 그리스어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글자가 약자로 쓰여져 있어 이분이 누구이신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후 이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를 그 출발점으로 하여 다양한 성모 이콘들이 제작되었는데 그 성화의 종류와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각지에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성모의 발현과 그에 따른 새로운 이콘들이 그려졌고, 또 그에 따른 다양한 변형이 생겼기에 러시아, 그리스, 불가리아 등 각기 다른 나라에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이콘들이 있기에 그러하다. 물론 서방교회와 같이 임의적이며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지역과 시대, 그리고 기적 사건에 따른 다양한 성모 성화들이 생겨났다.

 

 

2. 기도하는 성모

 

성모님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처럼 두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렇게 두 팔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은 로마의 카타콤바 벽화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이 모습은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고대 세계의 여러 종교에서도 행해 왔던 가장 기본적인 기도 자세 중 하나로 이러한 형태의 자세를 기도하다(orare)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여 Orans 또는 Orant라 부른다. 그래서 카타콤바의 불가마 속의 세 청년이나 사자 굴 속의 다니엘을 그린 벽화에서도 그들은 두 손을 들고 있어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닌 평화로이 주님께 기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현재 미사 등에서 사제들이 기도할 때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기도하는 성모의 성화는 주로 성당 가장 깊숙한 안쪽 지성소 위의 반원형 천장(apec)에 많이 그려진다. 즉 지상에서 시작된 벽이 제단을 둘러싸고 둥글게 올라가 천장과 만나는 부분에 반원형의 둥근 지붕인 앱스를 만드는데 여기에 이 형태의 이콘이 주로 그려진다. 즉 대부분의 성당 중앙 천장에는 전능자 그리스도를 그려넣어 하늘나라를 묘사하고 있어서 성모님이 그려지는 둥근 반원형 천장인 앱스는 지상에서 시작된 벽이 끝나 천장과 닿는 중간 부분으로 성모님은 하늘에 계신 주님과 지상의 인류 사이의 중재자이심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이스탄불(구 콘스탄티노플)의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제단 위 앱스에도 오늘 소개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성모님을 모자이크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정교회 성당들과 비잔틴의 영향을 받은 서방 가톨릭의 많은 성당들에서 지성소 위의 반원형 천장에 바로 이와 같은 모습이나 아기 예수가 함께 묘사된 성모가 주로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성모님은 지상과 천상의 중재자이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 보호(베일)의 성모

 

이 이콘은 10세기에 오늘날 이스탄불에 있던 블라케르네(Blachernae) 궁전의 성당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적을 묘사한 것이다. 이 성당은 성모님의 가운과 베일, 그리고 허리띠 일부 등의 유품을 팔레스티나에서 가져와 5세기 동안 보관하던 곳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던 곳이었다.

 

10월 1일 성모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비롯한 여러 성인들과 천사들에 둘러싸여 양손에는 흰 천을 걸치고 나타나셨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오랜 시간 기도하신 후 성모님은 일어서시어 자신의 베일을 보호의 표시로 사람들 위로 펼쳐 보이셨다.

 

이 기적이 일어나던 때에 이 콘스탄티노플은 이슬람의 침략에 위협당하고 있었고 신자들은 성당에 모여 성모님의 보호를 청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성모님 발현 후 위험들은 사라졌고, 도시는 유혈과 학살을 피할 수 있었다.

 

화면 하단 오른쪽에는 이날 현장에 있었던 콘스탄티노플의 안드레이라는 수행자가 성모님의 발현의 의미와 베일을 펼쳐 보이시는 행동의 의미를 자신의 제자 에피파니우스(Epiphanius)와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놀라운 현시를 목격하고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수행자 안드레이가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화면 하단 중앙에는 또 한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묘사되었는데, 이 사람은 교회 성가 작곡가 로마노스이다. 이날 그 현장에 있었던 인물은 아니지만 같은 날인 10월 1일이 축일이기에 함께 묘사해 놓았다. 로마노스가 손에 든 두루마리에는 이날 축일 전례문의 한 구절이 쓰여있다. “오늘 성모님께서 성당에서 우리 앞에 서시어 우리를 위해 성인들의 합창단과 함께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이 기적은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한 순례자들로 인해 러시아에 전해지게 되었으며,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12세기에 10월 1일을 이 성화의 축일로 정해 오늘에까지 기념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이 보호의 성모 축일을 1940년의 이탈리아 침공에서 그리스 민족을 구원해 주심에 대한 감사의 날과 합쳐서 1952년 그리스 정교회의 시노드에서 10월 1일에서 10월 28일로 축일을 옮겨 기념하고 있다.

 

[평신도, 2020년 가을(계간 69호),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서울대교구 이콘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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