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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늦추어진 성공(회복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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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2-13 ㅣ No.617

[레지오와 마음읽기] 늦추어진 성공(회복탄력성)

 

 

미국 켄터키 주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노동을 하였기에 학교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다. 잡화점을 차렸으나 빚만 지고 다시 소규모 사업체를 차렸지만 망했다. 측량기사와 우체국 직원 등을 전전하며 피나는 독학 끝에 변호사가 되어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으나 1기로 끝났다. 결혼은 하였지만 불행하게 끝났고, 국내의 노예문제가 커지자 정계로 복귀하여 1861년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바로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반대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1863년 11월 게티즈버그에서 위대한 연설을 했지만 당시 청중들의 반응은 냉담하였다. 그러다 1865년 워싱턴에서 피격당하여 사망하였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바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에이브라함 링컨’이다. 명성과 달리 그는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았지만 많은 것을 이겨내어 오늘날 우리에게 위인으로 기억된다. 그는 지독한 독서광이었고 성실과 정직, 명연설을 하는 능력 등이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크게 돋보이는 인물이다.

 

현재는 과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회 적응이 어려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성인들을 볼 때, 우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 때문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에서도 잘 성장하여 사회 적응에 문제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심리학자 에밀리 워너(Emily Werner)는 하와이의 ‘카우아이’섬에 사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30년 이상을 추적하여 연구하였다. 이 연구의 원래 목적은 알코올중독이나 폭력에 노출되거나 혹은 결손 가정에서 보호나 지지를 받지 못하며 자란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행동장애나 학습장애 등의 부적응 상태가 될 것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워너는 이 연구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도 3분의 1정도는 오히려 보통의 가정환경 아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모범적인 생활로 바르게 성장하여 사회에 잘 적응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워너는 그들의 특성을 분석하면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였다. 이는 “심각한 삶의 도전에 직면하고서도 다시 일어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욱 풍부해지는 인간의 능력”을 말하는데, 스트레스나 역경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성공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역경을 성공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능력

 

꾸리아 단장 P형제는 단원 생활의 어려움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입단 초기에는 교본에서 금지하는 뒷돈을 거두고, 몸으로 하는 봉사는 꺼리면서 동료 단원의 활동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선배단원들이 실망스러워 그만 두고 싶었고, 꾸리아 단장이 되어서는 선교를 열정적으로 하였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너무 성급하게 선배단원들을 판단했고, 레지오 사업 또한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실행하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히 선교카드를 만들어 거리나 우편함 등에 배부하고, 성당 주변의 이웃들에게 부활 계란을 나누는 등의 사업은 세심한 접근 요령이 필요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여러 어려움들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임을 발견하고 그 해결책의 하나로 심리학 공부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단원 생활이 어려워질 때 주변 사람들과 기도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부님께는 인간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았고, 기도를 하면서는 위로와 함께 잘 될 거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저 자신을 위로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섣부른 판단보다는 기다려주려고 노력하는 등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이런 변화를 이루기까지 심리학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삶뿐만 아니라 레지오 단원 생활에서도 상심과 좌절의 순간은 있다. 선배단원의 핀잔을 듣거나 나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나에 대한 뒷담화가 결국 내 귀로 들어오는 등, 단원생활을 위협하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또한 이런 어려움은 “영웅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교본 451쪽)처럼 활동에서도 생겨난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조차 사회적 지위로 차별받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예수님보다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봉사자들의 모습 등에서 신앙조차 의미 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럴 때 자신의 무능력과 타인에 대한 실망으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좌절의 순간들은 오히려 하느님의 선물임을 기억하고 일어나야

 

하지만 그때야말로 회복탄력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지한 자들의 고요 속에 머물게 하지 않으시며, 겁쟁이들의 비겁한 평온 속에도 놓아두지 않으”(교본 458쪽)시니, 이렇게 나를 흔드는 힘든 순간이야말로 신앙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패는 오히려 한 차원 더 높은 기쁨일 따름이다. 왜냐하면 실패란 그들에게는 단지 더욱 큰 결실을 위해 잠시 늦추어진 성공이기 때문이다.”(교본 454쪽)라고 하니, 그 결과를 내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좌절감이 들 때 “내가 뭐 그렇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려운 일이 생겼구나.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상황을 먼저 받아들이고, 그 후에 실패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여 그것을 기초로 해결해 나가면 된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아는 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며 이 걸음은 더 큰 성장의 시작이다. 그러니 좌절의 순간들은 오히려 하느님의 선물임을 기억하고 일어나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선천적이기보다 근육처럼 훈련을 통하여 습득이 가능한 후천적 심리 자본이다. 가족이나 친지 혹은 교우와의 친밀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면서, 건전한 생활 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기도나 명상으로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 자기 수용과 자신감을 키우면 회복탄력성은 절로 커진다. 미래의 일이 잘될 거라는 희망 또한 중요한데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 하에 있음을 믿는 신앙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또한 전 생애를 통하여 접하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은 신앙에서 그 힘을 쉽게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할 것이다. 이는 내면의 무게중심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신앙이야말로 깊은 곳의 중심으로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한정된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 주위의 환경이 결코 이상적인 조건이라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성공 가능성마저 없어져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악조건들은 성공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의 전제 조건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교본 453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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