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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질투(시기) (2) 가톨릭 전통 안에서 보는 질투(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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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20 ㅣ No.866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질투(시기) (2) 가톨릭 전통 안에서 보는 질투(시기)

 

 

성경에 소개된 질투(시기)

 

성경에는 인간의 질투(시기)에 대해서도 쓰여 있다. 하지만 ‘시기’와 ‘질투’를 유사한 뜻으로 나란히 쓰거나 구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문장에 따라 ‘열정’이나 ‘열성’(요한 2,17; 로마 10,2; 2코린 9,2; 11,2) 등과 같이 다른 단어로도 사용했기에 각각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분하여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이 두 용어 사이에 약간의 차이점을 염두에 두면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성경」에는 ‘시기’에 비해 ‘질투’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 단어가 주로 사용된 부분도 약간 차이가 있는데, ‘시기’는 구약과 신약 전반에 걸쳐 두루 사용되는 반면 ‘질투’는 주로 구약과 서간에서 사용된다. 또한 시기와 질투의 주체에서도 차이가 있다. 시기는 주로 인간이, 질투는 대부분 하느님께서 주체로 등장하신다.

 

그 차이점을 찾고자 각각의 특징적인 부분을 살펴보았다.

 

먼저 ‘시기’라는 용어로 번역된 부분을 보면, 시기는 개인을 파괴시키고 지혜와 함께할 수 없으며(지혜 6,23 참조), 허무한 일이다(코헬 4,4 참조). 그리고 죽음의 원인이며 죄의 원인이다(지혜 2,24 참조).

 

특별히 죄의 원인으로서 시기를 언급한 성경의 내용은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던 악마의 유혹(창세 3장 참조)과 카인과 아벨의 범죄에서 소개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첫 번째 범죄를 반영한다(창세 4장 참조).

 

또한 시기는 “육적인 사람”(1코린 3,3)과 타락한 인간(로마 1,29 참조)의 특성이고 육정의 열매(갈라 5,20 참조)이며 이방 민족의 것(로마 11,11 참조)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새 생활과 함께 공존할 수 없으며(로마 13,13 참조), 사랑의 열매도 아니다(1코린 13,4 참조). 또한 성령의 지도에 따라 사는 이들이 유의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갈라 5,26 참조).

 

한편 ‘질투’라는 용어로 번역된 「성경」 본문에서는 대부분 하느님께서 우상 숭배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당신을 계시하시는 모습에서 등장한다(탈출 20,5; 34,14; 민수 25,11; 신명 5,9; 6,15; 29,19; 32,16; 여호 24,19 등 참조).

 

하느님에 이어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질투의 주체는 부부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일어나는 질투로 민수기에서는 ‘질투에 관한 규칙’도 소개된다(5,14-31 참조).

 

성경에 나타난 질투나 시기와 관련된 사건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친밀한 이들 안에서 발전

 

‘카인과 아벨’(창세 4장 참조), ‘에사우와 야곱’(창세 27장 참조), ‘요셉과 형제들’(창세 37,11 참조).

 

● 부메랑이 되는 질투

 

사울은 다윗에게 지녔던 질투로 자신이 파괴된다(1사무 18장 참조). 하만이 모르도카이를 질투하여 그를 죽이려고 말뚝을 세웠으나 결국 자신이 매달리게 된다(에스 5,9—7,10 참조).

 

●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유의해야 할 것

 

시기나 질투가 없는 모습을 하느님 백성 공동체의 평화로운 모습이라고 소개한다(1마카 8,16 참조). 또한 성경은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이들 안에서도 시기심과 경쟁심이 작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필리 1,15 참조).

 

● 하느님의 사람이 받게 되기도

 

구약에서는 요셉과 다윗이 형제와 선대왕으로부터 질투를 받는다. 신약에서는 예수님과 제자들, 바오로 사도,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질투의 대상이 된다.

 

 

교부들의 가르침

 

칠죄종에서 새롭게 부각된 질투(시기)와 관련해 교부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다루었다. 여기서는 특별히 치프리아노 교부와 베네딕토 성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치프리아노는 질투(시기)와 관련하여 후대 교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교부이다. 두 번째는 베네딕토로 그리스도인이 받을 수 있는 질투(시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보여 준 성인이다.

 

먼저, 치프리아노는 저서에서 시기와 질투를 다루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강조하고 있다(「선행과 자선, 인내의 유익, 시기와 질투」, 분도출판사, 2018).

 

● 모든 악의 근본

 

치프리아노는 시기와 질투를 모든 악의 근본이자 파멸의 원천이고 구원의 적이며, ‘죄악의 못자리요 죄의 재료’라고 하였다. 또한 시기에서 미움과 적개심이 흘러나오고 탐욕에 불을 놓아 야심을 자극한다. 이로써 감각을 눈멀게 하고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을 하찮게 여기게 한다. 시기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악이며 죄다.

 

● 악마의 화살

 

다른 사람이 지닌 덕이나 행복을 시기하는 독성은 누군가를 비밀스럽게 공격하는 악마의 화살이 될 수 있고, 시기심으로 다른 형제를 미워하는 것은 제 칼로 자해하는 것과 같다.

 

● 일치를 깨뜨림

 

질투(시기)는 형제적 사랑에 흠집을 내고 진리를 오염시키며 일치를 깨트린다.

 

● 질투(시기)하는 사람의 모습과 대가

 

시기(질투)하는 이들은 위협적이고 험상궂으며, 낯은 창백하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며 이를 간다. 또 분노로 가득한 말과 고삐 풀린 욕설을 쏟아 내며 언제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손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서 질투(시기)는 사라지는 법이 없고 가슴은 밤낮 없이 찢어진다.

 

 

질투(시기)에 대한 베네딕토 성인의 반응

 

베네딕토 성인은 질투(시기)를 매우 많이 당했다. 성인의 수도 생활에 대한 명성이 높아지고 소문이 널리 퍼지자 많은 이가 성인을 질투(시기)하였다. 얼마나 질투가 심했던지 심지어 독을 넣은 빵을 성인에게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 사실을 안 성인은 까마귀에게 빵을 던져 주며 물어다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내다 버리게 했다.

 

베네딕토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그들의 질투(시기)는 다른 제자들을 향한 유혹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수도원 정원에 벌거벗은 일곱 처녀를 들여보내 제자들의 마음에 사악한 욕정이 타오르게 하였다. 성인은 그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 증오를 피해 수비아코를 떠나 몬테카시아노로 가게 된다.

 

한편 베네딕토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던 이는 테라스가 무너져 내리면서 깔려 죽는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성인은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죽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소식을 들은 제자가 기뻐했기 때문이다. 성인은 그 제자에게 보속하라고 명하였다(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베네딕도 전기」, 이형우 옮김, 분도출판사 참조).

 

질투(시기)는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도 선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악에 빠질 수 있다는 교훈을 잘 보여 준다.

 

 

장상의 질투(시기)

 

질투(시기)를 받은 경험이 많은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 규칙서를 집필하면서 ‘질투’(시기)와 관련된 항목을 포함시킨다.

 

수도원장들에게 강조한 규칙이라는 점이 특이한데, 성인은 수도원장들에게 “질투와 시기심으로 영혼을 불태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베네딕토, 「수도 규칙」, 65항)고 가르쳤다. 장상의 질투(시기)는 자칫 동료들의 작업 분위기를 망치고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종종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질투(시기)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윗사람의 질투(시기)는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8년 9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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