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신흥종교의 집단 심리와 일탈 문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06 ㅣ No.1058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신흥종교의 집단 심리와 일탈 문제

 

 

대부분의 경우, 신흥종교를 믿게 되면 남들로부터 비난이나 조소, 경멸, 절교, 추방 등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신흥종교를 믿는 까닭은 지불해야 할 대가보다는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때의 이득이란 기본적으로는 곧 닥칠 종말 때 심판을 면하고 구원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신흥종교로 개종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신흥종교가 지니는 독특한 성격과 분위기 그리고 인간관계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흥종교는 말 그대로 새로이 생긴 종교이기 때문에 역사가 짧고, 신자의 수효도 비교적 적다. 따라서 규모가 큰 기성종교와는 달리, 신자들 대부분은 서로 잘 알고 있고, 접촉도 활발하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적 배경이나 살아온 경험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동질감과 친밀감을 크게 느끼고, 그에 따라 이해심도 높다. 이와 같은 대면적이고 인격적이며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인간관계는 신흥종교 신자들 간의 결속력과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또한 신흥종교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복잡하고 추상적인 교리체계나 신학을 지닌 기성종교와는 달리, 모든 가르침이 간단하고 분명하다. 대부분의 이단 종파들은 신앙의 중심인 성경을 그 배경이나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글자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공부는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이들의 성경공부는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빨간 것은 사과이며, 사과는 맛있고, 맛있으니까 바나나이고…”하는 식이다. 이러다 보면, 어느새 원숭이 엉덩이는 ‘백두산’이 되고 만다. 이런 식의 성경공부는 신자들에게 흥미를 돋우게 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성경구절 대여섯 구절을 연결하면, 이들이 주장하는 세상 종말의 시간이나 교주가 메시아임은 정확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신흥종교의 가르침이나 논리는 거의 모두 이분법적이다. ‘낡은 세상’과 ‘새 세상’, ‘악한 세력’과 ‘선한 세력’, ‘멸망할 자’와 ‘구원받을 자’ 등의 이분법적 논리는 모든 것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만든다. 따라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처럼 느껴지는 기성종교의 가르침과는 다르다.

 

신흥종교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기성종교보다는 체계화나 정형화의 정도가 낮다. 이러한 점은 기도나 예배의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면, 천주교신자들의 기도는 대부분 적혀진 기도문을 읽거나 묵주기도를 하는 것이고, 미사와 같은 예배의식은 정해진 절차와 순서에 따라 참여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흥종교 기도는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형편이나 어려움을 직접 신앙대상에게 호소하면서 청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의식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몸이나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찬송가를 부를 때도 박수를 치거나 악기를 두드리는 등 강렬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통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아픔이나 한(恨) 또는 상처를 씻어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흥종교에서의 예배의식은 수동적이고 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동적이며 감정적인 분위기로 충만하게 된다.

 

 

신흥종교의 교육과 훈련은 기성종교보다 그 강도가 높아

 

신흥종교에서의 교육과 훈련 또한 기성종교보다 그 강도가 높다. 기성종교에서는 자기 시간의 일부분을 예배나 종교 활동에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흥종교에서는 삶의 거의 대부분을 종교생활에 투입하도록 요구한다. 신앙촌에서는 아침에 깨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겨의 대부분의 시간을 예배와 기도, 수련, 노동, 교육 그리고 전도활동에 투입한다.

 

신자들이 함께 생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흥종교에서의 신앙생활은 대부분 기성종교에서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교육과 수련, 전도활동 등에 투입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그 강도도 대단히 높다. 수일 내지는 수십일 간의 금식기도와 밤 기도, 그리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면서 집단적으로 수련하는 송주수련(誦呪修鍊) 등은 대다수 신흥종교에서는 일반적인 신앙행위에 속한다.

 

이러한 기도와 수련을 통해 상당수의 신자들은 이상한 것을 보게 되거나,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거나, 갑자기 몸이 떨리거나 뜨거워지고, 자신도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게 되는 등 지금까지는 가져보지 못했던 체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은 이들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신흥종교와의 결합을 더욱 높이도록 만든다.

 

이와 같은 특성들은 역사가 짧은 종교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창교자가 생존해있는 종교들의 집회에서는 열광적이고 흥분으로 가득 찬 분위기가 빈번하게 연출된다.

 

이러한 신흥종교의 특성과 분위기는 신자들의 심리상태를 동일하고 단순하도록 만든다. 이분법적 논리를 통해 기존의 세상 질서를 모두 사악한 것으로 매도하고 배척하며, 외부세계와는 격리상태를 유지하고, 메시아로 간주되는 교주로부터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으며, 열광적이고 흥분으로 가득 찬 예배에 몰입하는 신흥종교의 신앙생활은 신자들의 심리상태를 점차 유아기적(幼兒期的) 단계, 즉 젖먹이 상태로 퇴화하도록 촉진한다.

 

그 결과, 이들은 나치스 치하에서의 군중집회나 공산독재국가에서의 군중대회에서처럼, 지도자의 손짓이나 구령에 따라 함께 소리 지르고 똑같이 행동하는 일종의 로버트처럼 되고 만다.

 

 

종말에 대한 조급성은 자칫 집단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어

 

신흥종교 신자들의 가장 큰 소망은 종말이다. 믿지 않는 ‘저들’에게는 종말이 심판과 저주의 시간이 되겠지만, 자신들에게는 고통을 끝내고 복된 ‘새 세상’에 참여하는 시간이 된다. 따라서 종말을 기다리는 이들의 심정은 대단히 절박하다.

 

종말에 대한 조급성, 신자들의 동질성과 단순성, 교주 지시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증오와 거부, 그리고 열광적인 예배의식, 그리고 판단능력을 상실한 심리상태 등은 이들을 광란적인 집단으로 변모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신흥종교 예배에서 소리 지르거나, 혼절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 나체예배나 혼음과 같은 성적 문란행위가 빚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흥종교의 종말 신앙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저해한다. 종말론에 빠져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자신의 재산과 재능을 모두 바칠 뿐 아니라 가정까지도 포기하는 경우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종말에 대한 조급성은 자칫 집단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종말에 대한 조급성과 외부로부터의 비난이나 탄압은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하는 소망을 속히 저 세상에서 이루겠다는 심리로 이어짐으로써 집단자살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이다. 1978년 미국인 목사 짐 죤스(Jim Johns)가 종말론을 내세우면 만들었던 ‘인민사원’(The People’s Temple)에서의 909명 집단 자살, 1993년 자신을 메시아로 자처하면서 전 재산 헌금과 교주에 대한 성적 봉사를 하느님의 명령이라며 강요하던 다윗파(Branch Davidians) 신자 86명의 집단 자폭, 1994년 자신을 ‘재림 예수’로 자칭하던 ‘태양의 사원’(le temple du solei)에서의 53명 집단 자살,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천국의 문’(Heaven’s Door)에서의 39명 집단 자살, 자신을 성모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예언자로 자처하던 ‘신의 십계 회복’(Restoration of the Ten Commandments of God)에서의 1000여 명 집단 자살 등은 이러한 집단 심리와 분위기에서 발생한 사건들이었다.

 

1987년 우리나라 용인에서 발생한 구원파 계열의 ‘오대양교’ 신도 32명 변사체 발견은 그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시 신비주의 경향이 강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문을 불러 일으켰던 사건이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1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31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