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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교황의 심리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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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30 ㅣ No.765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10) 교황의 심리 치료

 

 

문 :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심리 치료 이야기가 최근 회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 중 비신자들은 교황님이 심리 치료를 받으셨다면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 ‘병이 생기면 정신과를 가면 되지’ 하고 비아냥거립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신문 기사가 오보였을 것이라고 하면서 심리 치료에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제가 아직 신앙이 깊지 않아 개념이 헷갈리는데, 신앙생활과 심리 치료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요? 기도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요.

 

 

답 : 형제님이 아직 영성 심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이해가 가질 않으실 것입니다. 교황님의 심리 치료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종교가 인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말씀드리지요. 

 

미국 듀크대 헤럴드 코에닉 교수는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사람들이 주일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신앙생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감 수준이 낮았고, 신심이 깊을수록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것이 빨랐다고 합니다. 이유는 종교가 가진 긍정적인 세계관이 마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종교는 공동체성을 갖고 있어 이것이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을 줍니다. 이해관계의 얽힘이 없이 순수하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공동체는 치유 효과가 아주 큽니다. 또, 강론 때 믿음과 희망에 대한 선포는 우울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적잖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종교를 가진 노인이 종교가 없는 노인보다 더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교황께서는 왜 심리 치료를 몇 개월간 받으신 걸까요? 일상적인 신앙생활은 심리ㆍ신체적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황께서 심리 치료를 받은 기간은 아르헨티나가 군부독재 치하에 있을 때입니다. 당시 교구장이었던 교황은 안팎으로 심한 압박을 받아 심리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피성 치료가 아니라 마음의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싸우기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개인 분석을 받은 것입니다. 

 

흔히 심리 치료를 정신적인 이상이 생긴 사람들만 받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혼란스럽거나 힘이 빠질 때 다시 가다듬고 힘을 채우는 방법으로 심리 치료를 받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상식으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 삶의 영역이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는 사실입니다. 영혼의 영역과 정신의 영역, 그리고 몸의 영역 세 가지입니다. 믿음과 기도로 이루어진 신앙생활은 이 세 가지 영역을 건강하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몸이 심각한 병에 걸렸을 때에는 무조건 기도만 하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심한 병의 경우 기적적으로 기도의 힘으로 낫는 일도 있지만, 일단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이것은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은 몸과 비슷한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이 힘들 때는 기도도 중요하지만 병행해서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서울 가좌동본당에서 5년 반 동안 재개발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 불안증 · 화병 · 피부병 등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초토화되고 황폐해진 동네를 매일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부정직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했습니다. 그때 혼자 기도만 하고 살았다면 아마도 심리적으로 피폐해졌을 것입니다. 마음 안에 쌓인 것을 풀고 다듬는 개인 상담 시간이 제가 5년 반의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됐습니다. 

 

간혹 상담을 청하는 분들 가운데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리다가 상태가 나빠져 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혹은 무속인에게 가서 시간을 낭비하다가 오는 분도 계시고요. 사람의 마음과 몸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일들이지요. 무지한 믿음은 생사람을 잡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0월 1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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