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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나프로 임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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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9 ㅣ No.1417

[생명을 살립시다] 나프로 임신법 (상) 탄생 배경


난임 부부를 위한 자연 임신법

 

 

- 나프로 임신법에 따라 기록한 기록지다. 빨간색 스티커는 생리 기간을, 아기가 그려진 스티커는 가임 기간을 나타낸다. 스티커 밑에 점액 관찰 상태도 함께 기록한다.

 

 

여의도 성모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프로 임신센터를 개소, 국내 난임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 나프로 임신센터는 난임 치료법으로 잘 알려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지 않는다. 대신 나프로 임신법이라는 불리는 자연적인 치료법을 쓴다. 나프로 임신법은 여성 자궁 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관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해 여성 호르몬의 변화는 물론 가임기와 비가임기를 파악, 부부가 자연스럽게 임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과적 치료 개입은 최소화하며 난임으로 말 못할 고통을 감당해 온 부부의 마음까지 보듬는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이미 효과가 검증됐으며 임신 성공률은 80%까지 보고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여성 건강을 해치지 않는 데다 배아를 파괴하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과 달리 가톨릭 생명 윤리에도 전혀 어긋나지 않는 나프로 임신법을 적극 지지해 왔다. 나프로 임신법의 탄생 배경과 가톨릭 교회는 왜 나프로 임신법을 지지하는지, 나프로 임신법과 일반적인 난임 치료법(인공 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은 무엇이 다른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나프로 임신법은 나프로테크놀로지(NaPro Technology)를 일컫는다. 나프로(NaPro)는 자연적인(Natural) 가임력(Procreative)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국내 도입 초기에 나프로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으나, 여의도성모병원 측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나프로 임신법으로 통용하기로 했다. 테크놀로지(Technology, 기술)라고 했을 때, 난임을 치료할 획기적인 기술처럼 오해할 수 있어서다.

 

 

자연주기법을 활용한 출산 조절법

 

나프로 임신법은 새롭게 발견된 기술이 아니다. 기존에 알려진 자연주기법을 활용한 출산 조절법이다. 

 

자연주기법은 여성의 생리 주기에 따라 가임기와 비가임기를 파악해 임신을 시도하거나 혹은 미루는 데 이용돼 왔다. 생리일을 기점으로 날짜를 계산해 배란일을 예측하거나, 배란일을 전후로 체온 변화를 측정하고, 여성 자궁 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관찰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여성마다 생리 주기가 다르고 호르몬 변화도 제각각이라 이같은 자연주기법으로 임신을 시도하거나 미루려는 방법은 성공 확률보다 실패율이 높았다. 의사들도 자연주기법은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여겨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톨릭 교회가 교회 문헌에서 ‘자연 주기’와 ‘출산 조절’을 언급한 것은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인간 생명」(Humane Vitae)을 통해서다. 회칙은 당시 산아제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피임과 낙태에 제동을 걸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과학과 의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각종 피임법과 피임 도구, 피임약이 개발됐고, 개방된 성(性)문화는 성(性)을 자녀 출산을 위한 부부 행위로 보지 않고 남녀 관계의 만족과 쾌락의 도구로 인식하게 했다. 또한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산아제한 정책을 바탕으로 인공피임과 낙태를 통한 출산조절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가톨릭 교회는 회칙을 통해 어떠한 종류의 인공피임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인공피임이 기본적으로 새 생명을 거부하고, 가정과 사회의 건전성을 파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성행위는 혼인한 부부 안에서만 가능하며, 이같은 부부 행위는 인간 생명을 출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가톨릭 교회 전통 가르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주기법 이용의 타당성’을 인정하며 여성 몸의 생리 주기에 따른 자연적인 출산 조절은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부가 출산 간격을 두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생식 능력에 내재하는 자연 주기를 이용하여 불임기에만 부부 행위를 함으로써 (…) 산아를 조절하는 것은 괜찮다고 교회는 가르치는 바이다.”(「인간 생명」 중에서) 

 

회칙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가톨릭 교회에 쏟아졌다. 당시 가임기 가톨릭 여성의 3/4이 피임 기구를 사용했고, 가톨릭 신자의 80%가 인공피임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나프로 임신법 개발한 토마스 힐저스 박사

 

미국 의사 토마스 힐저스 박사는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에서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자연주기법에 영감을 얻었다. 힐저스 박사는 자연주기법 가운데 ‘빌링스 배란법’에 주목했다. 빌링스 배란법은 1972년 존 빌링스 박사가 고안한 방법으로 자궁 점액을 관찰해 임신을 조절하는 배란법이다. 점액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임신 조절만이 아니라 여성 건강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진 방법이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토마스 힐저스 박사는 빌링스 배란법의 단점을 보완, 발전시켜 1980년대 이를 표준화, 체계화했다. 

 

이후 힐저스 박사는 1985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교황 바오로 6세 연구소를 설립, 나프로 임신법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것이 오늘날 난임 부부들의 임신을 돕는 나프로 임신법까지 이어져 왔다. 또 단순히 임신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여성 건강을 총체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때문에 나프로 임신법은 임신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가임기 여성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생리 주기를 관찰하고 점액을 확인하는 방법만으로도 산부인과적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나프로 임신법 활용을 위해 여성은 생리 주기에 따른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매일 기록해야 한다.<표 참조> 적어도 3개월간 생리 주기와 분비된 점액 상태를 기록지(chart)에 매일 적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여성 몸에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가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어, 점액의 양이 너무 적으면 난임, 유산 등과 관련이 있고, 생리가 끝났음에도 갈색 출혈이 계속되면 호르몬 이상이 원인이다. 의료진은 기록지를 바탕으로 맞춤형 진단을 내리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치료를 시작한다. 몸에 무리가 가는 치료와 외과적 개입은 최소화한다. 또 나프로 임신법은 기록지를 작성할 때 부부가 함께 참여하도록 권한다. 아내가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남편과도 같이 나누며 협력적인 부부관계 안에서 임신이 되도록 이끌어 준다. 병행되는 부부 상담과 영적 돌봄 역시 나프로 임신법만의 특징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7월 30일, 박수정 기자]

 

 

[생명을 살립시다] 나프로 임신법 (중) 가톨릭이 권장하는 이유

 

여성의 자연적 신체 주기 활용으로 가톨릭 생명 윤리에 잘 맞아

 

 

가톨릭 교회가 나프로 임신법을 지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프로 임신법은 생명의 시작과 탄생에 있어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여성 몸이 지닌 자연적인 신체 주기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기에 가톨릭 교회 생명 윤리에 부합한다. 자연적인 생리 주기를 활용하기에 여성 건강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난임 여성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어 여성 건강관리 도구로도 권장된다. 아울러 나프로 임신법은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난임 부부들의 정신적 고통까지 헤아린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보조 생식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은 이러한 나프로 임신법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년 넘게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돼 왔다. 그러는 가운데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이 난임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난임 부부 지원사업’을 도입, 보조 생식술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난임 부부 지원사업 예산은 2007년 315억 원에서 2016년 925억 원까지 치솟았다. 지원 대상과 비용을 계속 확대해 왔지만, 현재로서는 보조 생식술의 임신 성공률과 여성 건강에 끼치는 부작용을 감안했을 때 보조 생식술 비용 지원 목적과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과 「생명의 선물」

 

인공수정은 오래전부터 동물의 품종 개량을 위해 사용됐는데, 18세기 말부터 사람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외과적 시술을 통해 남성의 정자를 여성 자궁에 직접 넣어 임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과학과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성 몸 안에서 이뤄지던 수정은 몸 밖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남성과 여성 몸에서 각각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키고 수정란을 여성 자궁에 주입해 임신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1978년엔 시험관에서 수정된 아기(루이스 브라운, 영국)가 최초로 태어났다. 이후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기술은 보편적인 난임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보조 생식술은 수많은 수정 과정 속에서 인간 배아를 파괴시킨다. 또 부부 행위를 배제한 체 인위적 기술에만 인간 생명의 탄생을 맡기고 있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인간 스스로가 인간 생명을 몸 밖에서 만들어낸 데 대해 과학계와 의학계는 축배를 들었다. 보조 생식술은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에게 새 생명을 안겨 줄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로 발생하는 인간 배아의 파괴 문제와 인위적인 출산 개입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1987년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생명의 선물」을 발표하며, 부부에게 있어 임신과 출산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웠다.

 

 

부부 행위를 통한 자녀 출산의 의미

 

가톨릭 교회는 “출산이 혼인한 부부 사이의 진정한 사랑이 담긴 부부 행위의 열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부의 성적 일치와 사랑 속에서 하느님 협력자로서 생명 탄생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다. 부부 행위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온전하게 내어주는 인격적 사랑인 동시에 ‘생명의 선물’인 자녀를 받아들인다는 환영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는 “부부 사랑의 생생한 모습이며 일치를 나타내주는 영원한 표징인 동시에 확고하고도 명백한 부성과 모성의 표현”(「가정 공동체」 14항 참조)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선물」은 “임신된 아이는 그 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참된 사랑의 결과여야 한다. 어떤 아이도 의학적 또는 생물학적 기술 조작의 산물로 계획되고, 실제 그렇게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과학 기술은 인간을 한낱 과학 기술적 대상으로 가치를 전락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나프로 임신법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아내의 생리 주기를 주의 깊게 살피고, 가임력이 높은 시기에 부부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 임신을 돕는다. 반면 보조 생식술은 부부 행위를 배제한 채 인위적인 기술에만 의존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자녀는 부부 사랑의 결실이기보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대상이 된다.

 

 

체외 수정 도중 파괴되는 인간 배아의 문제

 

가톨릭 교회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시작으로 본다. 인간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보조 생식술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생명을 얻기 위해 생명을 희생시킨다는 점이다. 이처럼 모순된 상황은 인간 생명인 배아와 태아를 인위적으로 생산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 나프로 임신법은 가톨릭 교회 생명 윤리와 영성을 충실히 따른 난임 치료법이다. 나프로 임신법을 통해 태어난 아기에게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세례 예식을 집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체외 수정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 수많은 수정 과정과 인간 배아의 파괴가 따르게 마련이다. 오늘날에도 이 기술은 여성의 활발한 배란을 전제로 하며, 여기서 많은 난자를 채취해 수정시킨 다음 또 며칠 동안 이것을 체외에서 배양해야 한다. 통상 모든 배아가 다 여성 자궁에 옮겨 심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게 되는 ‘잔여 배아’는 냉동 보관되거나 파괴된다. 때로는 자궁에 착상시킨 배아 중에서도 우생학적, 경제적, 심리적 이유로 도중에 희생시킨다.”(「생명의 선물」 중에서)

 

자녀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다 하더라도, 보조 생식술을 통해 임신된 아기를 아무리 잘 돌본다 하더라도 부부 행위를 통한 자녀 출산의 의미와 인간 배아 파괴의 문제라는 본질적 문제가 있기에 가톨릭 교회는 이를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본다. 인간 출산이 갖는 고유한 존엄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톨릭 교회가 난임 부부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난임이 견디기 어려운 시련임을 인지하고 있다. 나프로 임신법에서도 난임 부부의 영적, 심리 상담을 병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원인 불명의 난임의 경우, 심리적 문제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난임 치료에서 상담이 함께 이뤄졌을 때 성공률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 교회는 또 끝내 아이를 갖지 못하더라도 “난임으로 부부 생활의 가치가 상실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육체적 난임은 부부에게 인간 생명을 위한 다른 중요한 봉사의 기회, 예를 들면 입양, 각종 교육 활동, 다른 가정과 가난한 이들, 장애 아이를 위해 봉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가정 공동체」 14항)고 가르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6일, 박수정 기자]

 

 

[생명을 살립시다] 나프로 임신법 (하) 기존 난임 치료법과 무엇이 다른가

 

난임 부부의 마음까지 돌보는 나프로 임신법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나프로 임신법 탄생 배경과 가톨릭 교회가 왜 보조 생식술을 반대하고 나프로 임신법을 지지하는지를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보조 생식술과 나프로 임신법의 차이를 짚어본다.

 

 

보조 생식술이 여성 몸에 미치는 영향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과 같은 보조 생식술은 모든 과정이 인위적이다. 당연히 여성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이 여성 몸 안에서 이뤄지는지, 몸 밖에서 이뤄지는지에 따라 구분 된다. 인공수정은 여성 자궁에 남성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말 그대로 난자와 정자를 각각 채취해 ‘시험관’에서 수정시키고 일정시간 수정란을 배양시킨 뒤 배아를 여성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한 개 만들어 지는 난자(난포)를 여러 개 생기도록 하는 과배란 유도 호르몬제를 먹거나 배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한다. 이때 난소가 호르몬제에 심하게 반응해(난소과잉자극증후군) 난포가 너무 많이 생성되면, 이를 억제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

 

과배란이 이뤄지면 난포를 터트리거나(인공수정) 난포를 성숙시키는(시험관 아기 시술) 주사를 또 맞아야 한다. 인공수정은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를 맞은 후 1~2일 후에 정자를 자궁에 삽입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포성숙 주사를 맞은 뒤 3일 후에 난자를 채취한다. 난자 채취는 마취 후 진행되며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뒤 배아를 이식하게 된다. 

 

난임센터를 운영하는 병원들은 홈페이지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지만 정작 부작용에 관한 설명은 빼놓고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조 생식술을 시도한 여성들은 시술하고 나서야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심리적 고통까지 더해져 견디기 힘들지만, 임신을 위해 참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수정을 2차례 실패한 이은정(35)씨는 “과배란 주사를 맞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일상 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배가 아팠다”면서 “감정 기복도 심해져 인공수정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이 됐다”고 말했다. 또 “과배란 주사를 도저히 내 배에 직접 주사하지 못해 남편이 주사를 놔줬다”면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아기를 가져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털어놨다. 2차례 시험관 아기 시술 후 쌍둥이를 임신, 출산한 김성희(32)씨는 “난자를 채취한 날 저녁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아파 이러다 영영 임신을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출산까지 성공했지만, 난임 시술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아픔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 병행하는 나프로 임신법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 임신센터에서 이뤄지는 나프로 임신법은 3개월간 여성 몸이 지닌 각각의 고유한 주기를 파악하며 자연적으로 임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난임 여성은 자궁에서 분비되는 점액 상태를 매일 기록, 관찰하며 몸 상태를 살피면 된다. 나프로 임신법 전문 의료진은 난임 여성이 작성해 온 기록을 바탕으로 가임력이 높은 시기에 부부 관계를 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또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술이나 과배란 유도와 같은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해 여성 몸의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에 더해 나프로 임신센터는 나프로 임신법 진료 과정에서 영성 및 심리 상담을 함께 진행해, 일반적인 난임 치료와는 차별점을 두고 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의 마음까지 돌보고 있는 것이다. 

 

나프로 임신법으로 출산에 성공한 김유나(율리안나, 41)씨는 “약을 먹거나 특별히 치료를 받은 것도 아닌데, 내 몸 상태를 살피고 점액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임신이 돼 믿기지 않았다”면서 “나프로 임신법은 부부가 함께 임신을 위해 노력하도록 이끌어 줘서 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선진국의 난임상담 프로그램의 운영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정부 지원으로 보조 생식술을 받은 부부 중 원인 불명의 난임 비율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부부가 46.1%, 인공수정을 한 부부가 77.8%인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의 원인이 의학적 문제에만 있지 않고 스트레스, 우울감, 부부 관계 문제 등 심리 사회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난임 여성들은 보조 생식술을 받는 중에 60% 이상이 정신적 고통 및 고립감, 우울감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50% 이상은 난임으로 사회적 편견을 느낀다고 답했고, 30% 이상은 시댁부모와 가족의 편견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전체 시술 여성의 40% 이상은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정서적, 심리적 치료 및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기를 희망했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과 일본에서는 난임 상담의 중요성을 인식해 난임 여성과 부부를 대상으로 한 전문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사회사업팀장 김현숙(리디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수녀는 “의료적 처치가 아닌 심리사회적 개입(상담)을 통해 임신율이 증가되고 심리사회적 개입 없이 난임 시술만 진행했을 때 그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은 한 개인과 가족에게 전인적인 위기 상황은 물론 자신이 믿는 하느님에 대한 회의와 질병을 통한 영적 고통을 겪게 한다”면서 “난임 치료에 있어 의료적 접근만이 아니라 영성적 돌봄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20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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