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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화: 천 원의 꿀잼 - 인형뽑기에 열광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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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22 ㅣ No.73

[청소년 문화] 천 원의 꿀잼 - 인형뽑기에 열광하는 아이들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즐길 수 있는 작은 사치, 성취감을 자극하지만 언제든 중독될 수 있는 인형 뽑기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편집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손동예(52, 가명) 씨는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올해 스무 살인 아들이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인형을 한 아름씩 들고 오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디에서 생긴 인형이냐고 물었더니 집 앞 뽑기방에서 뽑은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인형들이 쌓이는 재미를 즐겼지만, 곧 방안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인형들을 치우느라 손이 바빠졌다. 동예 씨는 급기야 아들에게 인형 뽑기를 그만하거나 인형을 뽑더라도 바깥에서 처분(?)하고 오라는 잔소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생인 최선희(24, 가명) 씨도 최근 들어 인형 뽑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여러 번 말다툼했다. 데이트할 때마다 인형 뽑기를 하러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이를 말리다가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작은 인형을 갖고 싶으면 차라리 사면 되지 않느냐고 얘기해도 남자친구는 “직접 뽑은 것이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다”며 막무가내로 뽑기 기계 앞에 섰다. 인형 뽑기 기계 앞을 지나칠 때마다 선희 씨는 “남자 친구의 손을 묶어서 끌고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모두 젊은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대학가나 번화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형 뽑기 기계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최근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 뽑기 게임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상 십 대 청소년부터 사오십대의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단돈 천 원으로 꿀잼(어떤 일에 재미를 붙여 즐거워하는 모양새를 가리키는 신조어)을 맛볼 수 있는 인형 뽑기에 빠른 속도로 빠져드는 중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뽑기방

 

인형 뽑기의 정확한 명칭은 크레인 게임(Crane Game)으로 세 개의 집게를 가진 크레인을 레버로 조종해 인형을 건져내는 게임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한두 번만 해보면 금방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한 데다 비용도 저렴하다. 뽑기는 아니지만, 인형을 경품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의 스마트 푸시라는 게임기도 있다. 진열장 안에 놓인 상품들을 당구봉으로 치는 것처럼 맞춰 떨어뜨리면 가져갈 수 있다. 인형뿐만 아니라 피규어나 열쇠고리, 핸드폰 보조 배터리 등과 같은 다양한 상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자극해 크레인 게임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위 ‘뽑기방’이라고 부르는 게임방이 우후죽순 격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2015년 21개에 불과했던 뽑기방이 2016년 들어 500개를 넘어섰고, 12월 현재 880여 업체가 영업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자체마다 뽑기방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고, 상호에 따라 분류하기 때문에 상호를 달리한 뽑기방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뽑기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형 뽑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각종 정보를 교류하는 일도 많아졌다. 성별과 연령을 불문한 인형 뽑기의 고수들은 그간 뽑은 인형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인형을 많이 뽑을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공개하기도 한다. 한 유튜버가 인형을 뽑는 동영상은 조회 수만 80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에 있는 뽑기방과 푸시샵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불황 속에서 즐기는 작은 사치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 뽑기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고등학생인 조호진(19, 가명) 군은 “손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가느다란 크레인으로 집어낸 인형이 구멍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게에서 인형을 사는 것보다 직접 뽑아서 얻어낸 것이 훨씬 더 보람 있다는 조 군은 며칠 전에도 희귀템(희귀와 아이템을 합친 신조어로 매우 귀한 것이라는 의미)을 뽑았다며 자랑했다. 크레인 게임에서 경품으로 제공하는 인형들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 인형들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종영했던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했던 인형 ‘메밀군’이나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의 열풍에 힘입어 피카츄, 잠만보, 꼬부기, 이상해씨 등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이렇게 뽑은 인형을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신중한 표정으로 인형을 고르며 서로를 응원하는 학생 커플도 많이 볼 수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러한 현상을 ‘가난한 취향의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속칭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상황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것들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과 핫도그 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함께 인형 뽑기와 코인 노래방의 유행을 그 예로 들었다. 정부가 올해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2.6%에 불과하고 15~29세 청년 실업률이 8.2%로 작년 대비 0.1% 상승한 것을 보면 경제적인 불황에 대비해 큰 지출은 하지 못하는 대신 단 몇천 원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가난한 취향이 설득력이 있다.

 

얼마 전 한 누리꾼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자신이 그간 뽑은 인형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너무 많아서 정리되지 않는다”며 그가 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인형들의 사진도 함께 올리자 곧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인기가 많은 캐릭터 인형은 조금 더 비싼 값으로 팔겠다고 해도 문의가 많았다. 이런 식으로 인형을 뽑았다가 되파는 신(新) 보부상의 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단순히 즐기는 데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또 다른 이익을 창출하는 셈이다. 이것 역시 가난한 취향과 더불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와 중독의 경계에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 가운데 ‘탕진잼’이 있는데 이는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가 있다’는 말을 줄인 것이다. 자신의 경제적인 한도 내에서 마음껏 낭비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의미이다. 인형 뽑기를 하러 갈 때도 일정한 비용을 정해 놓고 그 한도 내에서 원하는 만큼 마음껏 게임을 즐긴다는 식이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처음의 생각과 달리 인형을 뽑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났다는 내용의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순간의 즐거움에 몰입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인형 뽑기는 적은 돈으로 즐길 수도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아슬아슬하게 손끝에서 빠져나가는 인형을 잡기 위해 무절제한 지출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인형을 뽑는 순간의 성취감에 취해 인형 뽑기 기계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사연도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인형을 갖기 위해 시작한 놀이가 중독으로 갈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미 유행하고 있는 놀이에 대해 사행성과 중독을 이유로 무조건 금지한다면 청소년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인형 뽑기는 청소년은 물론 어른도 함께 즐기는 것으로 적절하게만 즐긴다면 좋은 놀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먼저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면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청소년이 지나치게 뽑기에 집착한다면 강제적인 제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용돈의 양을 줄이거나 뽑기방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할 수도 있지만, 사전에 그렇게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 청소년들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돈 보스코는 청소년들을 향해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유행하는 놀이를 건전하게 즐기기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충분한 관심과 적절한 대화가 필요하다.

 

[살레시오 가족, 2017년 3월호(143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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