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4일 (월)
(백) 부활 제2주간 월요일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전례ㅣ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88번 임하소서 구세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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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28 ㅣ No.2435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53) 88번 임하소서 구세주여


대림시기 성무일도 후렴에서 유래

 

 

- 88번 성가가 최초로 악보로 출판되어 나온 1878년 「거룩한 노래들(Cantiones Sacrae)」의 88번 성가 오리지널 악보.

 

 

이 성가 가사의 기원은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과 같이 ‘오 안티폰(Great O Antiphons)’이며 이에 대해서는 93번 성가와 함께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교회는 왜 이 안티폰을 저녁기도 때 ‘마리아의 노래’에 붙여서 사용했을까? <본지 2016년 12월 25일자 1395호 참조>

 

솔렘의 베네딕토 수도원 초대 원장이었던 게랑제(P. L. P. Gueranger, 1805~1875) 신부는 자신의 책 「전례력(L’Annee Liturgique)」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시간 전례의 저녁기도는 구세주께 장엄한 청원기도를 바치는 데에 가장 적합한 시간으로 교회에서 간주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교회가 대림 제1주간 저녁기도 찬미가에서 ‘온 누리 어둠으로 가득 찼을 제’라고 기도하는 것처럼 구세주께서 오시는 때가 세상의 저녁과도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제1권 509쪽) 

 

그리고 그는 구세주께서 마리아를 통해 세상에 오셨기 때문에 이 안티폰을 ‘마리아의 노래’와 함께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 안티폰’은 실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8세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오 안티폰’이 시작되면서 법원과 대학들의 겨울 휴가나 방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즉 ‘오 안티폰’은 일반인들에게도 설렘을 선사하는 역할을 했다. 

 

한편 교회는 전통적으로 7개 외에 더 많은 ‘오 안티폰’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령 영국 국립박물관에 보존된 레오프릭 주교의 11세기 사본에는 ‘O Virgo Virginum(오 동정녀 중의 동정녀시여)’, ‘O Thoma Didime(오 사도 토마스여)’와 ‘O Rex Iustitie(오 정의의 임금이시여)’에 덧붙여져 10개를 이루고 있다. 교회는 이외에도 ‘O Rex Pacifice(오 평화의 임금이시여)’, ‘O Gabriel!(오 가브리엘이여)‘, ‘O Hierusalem(오 예루살렘이여)’ 등 대략 20여 개의 다른 호칭들도 다양하게 사용해왔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7개의 ‘오 안티폰’이 공통으로 사용됐다. 여기에 ‘Veni(오소서)’와 후렴을 덧붙여 순서를 바꿔 오늘날의 성가 형태를 갖춘 최초의 찬미가집도 있다. 이는 독일의 예수회 수도자이자 학자였던 헤링스도르프(J. Heringsdorf)가 펴낸 「가톨릭 시편 노래집(Psalteriolum Cantionum Catholicarum)」의 1710년 판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Veni Sapientia(임하소서 지혜이시여)’와 ‘Veni, Rex Gentium(임하소서, 민족들의 왕이시여)’이 생략돼 있었고, 이는 뒤이어 나왔던 「보화같은 찬미가들(Thesaurus Hymnologicus, 1844)」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다 생략됐던 이 두 개의 호칭이 추가돼 본래 순서대로 가사가 수록된 찬미가 집이 나오게 되는데, 1878년 예수회의 모어(H. J. Mohr, 1834~1892)가 펴낸 「거룩한 노래들(Cantiones Sacrae)」이다. 여기 수록된 성가가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88번 성가이며 ‘O Sapientia’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 선율의 작곡자는 미상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2월 26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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