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자비의 성모 -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23 ㅣ No.326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자비의 성모 (5)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

 

 

-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 15세기, 러시아 이콘 박물관, 모스크바, 러시아.

 

 

이 성화는 주로 그리스와 발칸 반도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 역시 자비의 성모의 한 유형으로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Panagia Glykophilousa)라고 불리는데, 성모 마리아가 두 손으로 아기 예수를 자신의 가슴에 힘차게 끌어안으며 아기 예수의 뺨에 입맞춤을 하려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비잔틴의 전통적 표현방법대로 아기 예수는 자신의 미래를 알기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어머니 마리아는 그 아기 예수의 뺨에 입을 맞추며 위로와 함께 신비롭고 끝없는 사랑을 주려 한다는 것을 표현한다. 어머니가 포옹할 때 아기 예수는 자신의 왼손으로 어머니의 뺨을 어루만지고, 오른손으로는 두루마리를 들고 있어 자신이 모든 말씀의 주인이심을 보여준다.

 

이 이콘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꼭 다문 입술 등 강한 인상을 표현하고 있고, 엄격한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시므온의 예언에 포함된 모든 드라마적 긴장감도 보여주고 있다.

 

17세기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시작된 이러한 유형의 이콘은 어머니 마리아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인간적인 특징으로 인해, 발칸반도와 비잔틴제국 주변 지역을 넘어 이탈리아에까지 널리 전해졌다. 특히 성모 마리아가 한 손으로 아기 예수를 자신의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는 이탈리아 성화들과는 달리, 이 이콘에서 마리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에 예수를 힘 있게 끌어안고 있다. 이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 이콘의 축일은 3월 27일이다.

 

이 이콘의 또 다른 변형은 성모님의 품 안에서 놀고 있는 아기 예수를 묘사한 ‘펠라코니티사’와 두 천사가 수난의 형구들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 품에 달려들어 안기는 예수를 묘사한 ‘수난의 성모’가 있다.

 

또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 이콘은 성화상 파괴논쟁 중에도 기적적으로 파괴를 면한 이콘 중 하나로, 그리스 아토스의 한 수도원에 보존돼왔다. 원래 이 이콘은 성화상 파괴주의자 시몬이라는 사람의 아내인 빅토리아의 소유였다. 그녀는 신심 깊은 이였기에 이 성화를 소중하게 간직했지만, 그녀의 남편은 빅토리아에게서 이 성화를 빼앗아 바다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이 성모 이콘은 파도에 가라앉지 않고 수직으로 떠 있는 상태로, 그리스 아토스의 필로테우 수도원 선창에 도달했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해 전한 계시를 통해 이 성화가 자신들에게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곳 수도원장과 수사들은, 큰 영광과 기쁨으로 이 성화를 수도원에 모셨다. 이후 이 이콘이 닿았던 해안가에서 성수가 솟아나, 해마다 부활주간에 거룩한 물의 축복예식과 행렬이 거행된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22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3,2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