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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종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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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30 ㅣ No.1345

[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종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산양, 삵, 하늘 다람쥐, 수리 부엉이, 수달, 산작약, 까막딱따구리, 담비, 붉은배새매, 연잎꿩의 다리, 소쩍새, 벌매, 황조롱이, 참매, 가시오갈피, 홍월귤, 조롱이, 원앙, 기생꽃, 새매, 독수리, 새흐리기, 흰목물떼새, 두견, 솔부엉이, 큰소쩍새, 올빼미, 긴꼬리딱새, 무당새, 털복주머리란, 백부자, 노랑만병초, 닻꽃, 노랑붓꽃, 무산쇠족제비.

 

이 이름들을 아시나요? 들어본 동식물 이름도 있고 처음 듣는 이름도 있을 겁니다. 모두가 설악산에서 살아가는 법정보호종 38종의 동식물들입니다. ‘법정보호종’이란 나라에서 법으로 보호하는 동식물들을 뜻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입니다. 그리고 산양을 포함한 이 35종의 동식물들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건설 계획지 안에 살아가는 식구들입니다.

 

설악산은 천연기념물 171호 천연보호구역이며, 국립공원입니다. 유네스코 지정생물권 보호지역이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며, 백두대간 보호지역입니다. 이 국립공원은 전 국토(내륙)에 걸쳐 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합니다. 지난 2012년, 2013년 강원도 양양군은 두 번에 걸쳐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 회는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타당성이 없다고 모두 부결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며 2014년 8월, 대기업들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지관광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란 이름으로 산지에 관광 특구 개발과 호텔, 리조트 건설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조기 추진하라.”고 대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정부 각 부처는 비밀 테스크 포스를 구성하였고, 결국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조건부로 통과시킵니다. 정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서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케이블카 건설에 정부가 사회적 취약계층을 이유로 들다니 정말이지 기가 찰 노릇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가 아닙니다. 일회성 관광도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삶을 유지하고 그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복지정책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장애인들이 설악산까지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조차 없습니다. 그리하여 장애인 단체들도 직접 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게다가 양양군의 사업경제성 보고서는 부실과 조작으로 형사 고발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케이블카 가운데 경제성이 담보되는 사업은 불과 3-4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제성은 검증되지 않았고 실제로 설악동 입구의 권금성 케이블카조차도 사업자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었을 뿐 지역은 오히려 비어가고 있습니다(공동화空洞化 현상). 정부는 또 해외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이 대세라고 말합니다. 거짓말입니다. 유럽 등지에서는 케이블카와 같은 관광시설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은 ‘관광’과 ‘이용’이 아니라 ‘생태계 보존’으로 관리방식이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설악산 케이블카와 같은 정상부를 향한 대규모 관광시설은 이미 과거의 패러다임이 된 것입니다.

 

설악산 대청봉 정상부는 이미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하루 1만 명의 사람들이 설악산에 듭니다. 1년이면 3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설악산에 와 40만 명쯤 대청봉에 오릅니다. 그리고 인증샷을 찍은 다음, 대피소에서 무쇠 솥 불판을 걸고 삼겹살 파티를 벌입니다. 그 난리판에 어머니 대청봉은 50cm나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도 설악산 오색에서부터 끝청까지 3.492km 지역에 8인승 케이블카 53대를 돌려 시간당 825명을 실어 나르려 합니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60만 명이 오르게 됩니다. 6개의 지주를 박아 만든 케이블카를 타고 끝청에 내리면 대청봉까지의 거리는 불과 1.4km밖에 되지 않습니다. 등산로로 연인원 40만 명이 오르고, 오색 케이블카로 60만 명이 오르면, 100만 명이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게 됩니다. 어머니 설악산과 그 품에 기대어 살던 야생동식물 식구들은 사라져 결국 쓸쓸히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우리네 인간들의 근시안적인 경제, 상업, 생산 활동으로 지구 자원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숲과 산림의 손실은 생물종들의 감소로 이어지고, 우리가 다양한 생물종들을 그저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으로만 여겨 해마다 수천종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탄식합니다. 설악산의 산양, 삵, 하늘 다람쥐, 수리부엉이, 수달, 산작약 등이 우리도 모르게 영원히 사라져 버려, 우리 후손들은 전혀 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에 찌든 인간들 때문에 “수많은 생물종들이 더 이상 그들의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지 못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지 못할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33항) 우리에게 그렇게 할 권리는 없습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앞을 멀리 내다보아야 합니다. 쉽고 빠른 금전적 이익만을 얻으려고 할 때 그 누구도 생태계 보존에 참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생물종이 소멸되거나 심각한 해를 입게 되면 그에 따른 손실은 막대합니다. 그래서 환경훼손에 따른 엄청난 비용을 현재와 미래의 인류에게 떠넘긴 채로 개인적 이익만을 얻으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가장 심각한 불의 앞에 침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36항)

 

현재 강원도 13곳(설악산, 치악산, 태백, 용평, 홍천 등), 경기도 9곳(관악산, 천마산 등), 전남, 전북 8곳(지리산, 내장산, 두륜산 등), 경남, 경북 7곳(천성산, 미륵산, 울릉군 등) 등 전국 31곳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빗장입니다. 이 빗장이 풀리면 지난 4대강 난개발 사업의 악몽이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다시 우리에게 말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서로 관련되어 있기에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인 우리는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은 이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42항)

 

우리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침묵한다면 우리는 가장 심각한 불의 앞에 침묵하는 사람이 됩니다.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을 외면한 이가 될 것입니다. “비오니,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한 투쟁에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찬미받으소서』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가운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여름호(Vol. 34), 맹주형 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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