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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시성] 한국교회의 시복 운동: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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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5 ㅣ No.1580

[계속되는 한국교회의 시복 운동]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안건의 준비는 2009년에 시작하였다. 그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이하 ‘시복시성위’)가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의 제2차 시복을 추진할 것과 ‘한국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하느님의 종 81위가 선정되기까지

 

주교회의 사무처는 각 교구로부터 시복 조사 자료를 접수하기 시작하였다. 주교회의 2009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통합해 추진하기로 재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12월 10일 근현대 신앙의 증인의 교구 담당자 회의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처음 열렸다.

 

주교회의 2010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관련 교구장 주교들이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통합 추진 선언’을 함에 따라 교회법적인 절차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해 11월 서울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세 번째 교구 담당자 회의를 마치고, 시복 추진을 위한 교구 신청자들에 대해 선정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교구 담당자 회의는 해마다 11월에 열렸다.

 

2011년 2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제1차 시복 추진 대상자 선정위원회 회의에서는 각 교구에서 제출한 명단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선정위원회 위원장은 시복시성위 위원장 박정일 주교, 부위원장은 이찬우 신부, 총무는 필자, 서기는 장후남 씨가 맡았다. 선정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는 역사위원 3명(김정환 신부, 옥현진 신부[현재 광주대교구 보좌주교], 차기진 박사), 신학위원 2명(변우찬 신부, 정종득 신부), 교회법위원 1명(한영만 신부)을 위촉하였다.

 

이후 2012년 10월까지 선정위원회 회의는 여덟 차례 열렸고, 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최종 시복 대상자 명단을 시복시성위에 상정하여 승인받을 준비를 마쳤다.

 

1년 8개월 동안 열린 여덟 차례의 선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순교 사실이 확인되는 분들을 시복 대상자로 선정하는 한편, 순교의 죽음으로 추정되나 죽음이 확인되지 않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를 하였다. 또한 죽음에 대한 확인과 보강 연구가 필요한 분들도 적지 않았고, 죽음이 정치적인 것인지 종교적인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해야 했다. 심사숙고를 거듭한 이 선정위원회 회의의 모든 과정을 돌아보기에는 지면이 모자란다.

 

선정위원회 회의 결과는 2013년 2월에 열린 제22차 시복시성위 회의에 보고되었다. 그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한국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 추진 안건의 제목을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로 확정하였다. 이 하느님의 종 81위의 분포를 교구와 수도회별, 신분별, 선교사와 수녀별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하느님의 종 81위의 분포

 

하느님의 종 81위의 교구 · 수도회별 분포는 다음과 같다.

 

광주대교구 5명, 대전교구 15명, 서울대교구 22명, 수원교구 1명, 인천교구 1명, 제주교구 1명, 춘천교구 7명, 평양교구 24명, 가르멜수녀회 2명,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3명.

 

81위의 신분은 주교, 신부, 신학생, 수녀, 평신도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주교 2명(한국인 1,외국인 1), 신부 48명(한국인 29, 외국인 19), 신학생 3명(한국인), 수녀 7명(한국인 4, 외국인 3), 평신도 21명(한국인).

 

하느님의 종 81위 가운데 외방 선교회 신부들과 수녀들은 모두 27명(한국인 4, 외국인 23)으로 그 분포는 다음과 같다.

 

메리놀외방선교회 1명(외국인), 성골롬반외방선교회 7명(외국인), 파리외방전교회 12명(외국인), 메리놀수녀회 1명(한국인), 서울가르멜수녀회 2명(외국인),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3명(한국인 2,외국인 1), 영원한도움의성모수도회 1명(한국인).

 

 

역사 전문가들의 검토와 그 관할권 확인

 

주교회의 2012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시복시성위 제2대 위원장으로 안명옥 주교를 선임하였다. 안명옥 주교는 2013년 3월, 앞으로 진행될 81위 하느님의 종들에 대한 역사적 검토를 진행할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들(위원장 차기진 박사, 위원 김정환 신부, 김주영 신부, 장긍선 신부, 방상근 씨)을 임명하였다.

 

안 주교는 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안들을 점검하였다.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위원회 회의는 2015년 8월까지 아홉 차례 열렸다. 모든 역사적 사안을 검토해야 하는 위원들은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당시는 대주교)은 2013년 3월 13일 교황청 시성성에 하느님의 종 81위 안건에 대한 예비심사 관할권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는 주교회의 2010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관할권을 서울대교구장에게 이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진행하고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38위 안건은 이 관할권 이양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황청 시성성은 2013년 4월 26일 자의 교령으로 서울대교구장에게 답서를 보내며 예비심사 관할권과 시복 안건의 제목으로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를 확정하였다. 같은 해 9월 염수정 추기경은 2010년의 주교회의 선언문에 따라 시복시성위 위원장 안명옥 주교에게 81위의 관할권을 이양하여 예비심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2014년 7월에는 하느님의 종 81위 약전의 영문 번역이 완료됨에 따라 염 추기경은 교황청 시성성에 예비심사 법정을 개정하는데 ‘장애가 없음’을 확인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한편, 하느님의 종 81위 안건 추진자인 주교회의는 2014년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이 안건의 청원인으로 김정환 신부를 임명하였다. 안명옥 주교는 하느님의 종 81위의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위원회 위원 김정환 신부가 안건 청원인을 맡게 됨에 따라, 그의 역할과 작업을 차기진 박사가 하도록 조치하였다.

 

안건 청원인 김정환 신부는 2015년 7월에 시복시성위 위원장 안명옥 주교에게 하느님의 종 81위의 안건 예비심사를 진행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안 주교는 2015년 8월 19일 자의 담화를 통해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80위’의 예비심사가 이루어질 것임을 신자들에게 알리고 관련 제보와 기도를 당부하였다.

 

2015년 8월에는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위원회 위원들의 개별 보고서와 위원회의 종합 보고서 제출이 완료되었다. 9월에는 출판된 하느님의 종들의 저작물에 대한 신학 검열과 보고서 제출도 완료되었다.

 

 

현재의 상황과 의미, 앞으로의 진행과정

 

하느님의 종 81위는 대부분 육이오전쟁 전후에 순교한 분들이지만, 제주도에서 순교한 하느님의 종 신재순은 제주 ‘신축교안’(1901년) 중에 처형되었다. 하느님의 종 81위의 선정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분들의 죽음은 다양하면서도 실증적인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산주의자들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을 비밀리에 체포하거나 처형하여 그분들의 죽음을 은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근현대에 이념으로 처형된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황청 시성성은 이분들에 대해 실증적 순교 사실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윤리적 확신으로 순교 사실을 확인하도록 용인하였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추진은 이분들에 대한 성덕과 죽음의 증거 수집의 한계가 있으며, 현장 조사의 어려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2015년 8월 30일 자로 하느님의 종 81위의 명단이 교계 언론에 발표되기 직전에, 시복시성위는 다시 한번 이분들의 인명을 외국어 표기 원칙에 따라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역사 전문가들의 연구가 반영된 약전과 자료집을 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출판물과 연구를 통해 우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2015년 7월 3일 교황청 시성성에서 보내온 시복 법정 개정의 ‘장애 없음’ 답서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 분단 70년, 육이오전쟁 65년이 넘은 이 시점에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조사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교황청 시성성 시행령 「주교들이 행할 예비심사에서 지킬 규칙」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30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경우에는 주교는 예비심사를 한 다음 그 안건의 착수를 지연시킨 점에 청구인들 편에서 사기나 범의가 전혀 없다는 것이 확신이 되기 전에는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다”(제9조 나항).

 

시복시성 안건은 지나치게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시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분들의 삶과 성덕, 순교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증언과 자료를 확보하면 시복심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종 81위의 청원인 김정환 신부는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해 10월에 사직하였다. 올 2월에 열린 제28차 시복시성위 회의에서는 필자를 새 청원인으로 내정하고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가 이를 승인함에 따라 필자는 하느님의 종 81위의 청원인으로 새로 임명되었다.

 

필자는 새 청원인으로서 하느님의 종 81위 안건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를 시복시성위 회의에서 보고하고 안건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정환 신부는 2015년 7월 15일의 청원서에서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의미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한국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신앙인에게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사랑의 정점에 도달한 순교자들이 한국교회의 내적 쇄신과 발전을 위해 전구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신자들은 그분들의 순교 정신을 본받아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더욱 널리 전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진행한 이전의 시복 안건들은 주로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왔다. 신자들은 현재와 가까운 시대의 신앙 증인들의 모범을 본받고 그들의 전구를 청하고자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에 대한 시복시성 운동을 염원하여 왔다.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조사 과정을 통해 남북으로 갈라진 한국 천주교회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근현대 순교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비추어지도록 우리 모두 두 손을 모아야 하겠다.

 

* 류한영 베드로 - 청주교구 신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으며,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의 청원인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6년 9월호, 류한영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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