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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제2의 성령강림인 선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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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09 ㅣ No.394

[복음선교교육] 제2의 성령강림인 선교운동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는 역군이 되는데 무엇보다 ‘성령으로부터 힘’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사도행전은 자신의 책 서두부터 강조하고 있다. 사실 사도행전은 성령의 복음이라고까지 할 만큼 성령께서 그 주인공이시다. 코르넬리우스의 개종이라든가, 초창기 교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결정할 때나, 더 나아가 복음 선포를 할 지역이나 백성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성령께서 주도하신다. 곧 교회의 사명인 복음 전파와 성령의 역할이 얼마나 밀접한 것이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복음선교의 전제 조건인 성령을 어떻게 체험하고 또 영접할 수 있을까? 사도행전은 이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말해 주고 있다. 주님의 승천이후를 보도하는 사도행전 1장 12절부터 2장 2절 성령강림까지의 상황은 대략 이러하다.

 

1. 11명의 사도들은 다시 모여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

2. 그들 가운데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도(한국말 성경에는 ‘마리아’가 빠졌으나, 원문에는 있다) 함께 계셨다.

3. 유다가 내버린 직무, 곧 사도의 자리를 넘겨받을 사람을 “기도”하는 가운데 뽑아 세웠다.

 

사도행전은 이상의 3가지 요소가 사도들이 복음 선포의 ‘힘’이신 성령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이야기 한 뒤, 다음과 같이 성령강림을 전하여 준다.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을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조금은 장황한 서론이다. 그러나 본당의 복음선교 사례를 말씀드리는 데 꼭 필요한 성경묵상이라고 생각해서이다. 필자가 경험한 두 차례의 ‘새가족 찾기 운동’에 있어 제일가는 조건 내지는 준비태세가 사도행전의 경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한 복판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계시며, 아울러 누군가 “내버린 직무”를 공동체가 채울 때 비로소 성령께서 내려오시는 것을 공동체 전체가 체험하게 된다.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

 

1. 복음선교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는 것이다. 복음 선교 운동의 성공 여부가 달린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몇 명의 입교자를 얻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공동체가 성령을 체험하느냐이다. 이를 위해 본당은 각 반별로 매일 구일기도를 3차례에 걸쳐서 했다. 기간으로 보면 족히 한 달이 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한차례의 구일기도가 끝나면 함께 성체조배를 하여야 한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집집을 돌아가며 매일 모여 기도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계획에 상당한 신자들이 우려와 거부의 의사를 비쳤으나, 시간이 지나고 함께 기도하는 맛을 느끼면서 점차 변화되어갔다. 특히 기존의 구역반 모임이 음식과 술을 나누면서 친교를 체험했다면, 이런 것들이 일체 금지된 상태에서, 오직 ‘기도’만으로도 더 깊고 더 거룩한 친교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확실히 기도야 말로 성령의 생수를 푸는 바가지이다.

 

 

단연 중요한 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하는 묵주기도

 

2. ‘새가족 찾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모든 교우들은 앞서 말한 구일기도 외에도 단식기도 고리기도 성체조배 등 다양한 기도를 하게 된다. 그중 단연 중요한 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하는 묵주기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묵주기도는 천주교 신자들의 대표적인 기도이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이 제대로 하는 법을 모른다. 또한 안다고 해도 친숙하게 매일 드리지는 않는다. 특히 간신히 주일미사 참례만 하는 미지근한 남성교우들의 경우는 더하다.

 

그런데도 세례 받은 지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태 묵주기도조차도 못한다는 사실을 밝히기가 면구스러워 배우지 못했던 중년의 남성교우들이 선교운동을 통해 ‘기도’를 알고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교우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기도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새가족 찾기 운동’을 통해 묵주기도를 알게 되었고, 급기야 레지오 마리애에 가입했노라고….

 

 

‘기도’하는 중에 새로운 일군들이 나타나

 

3. 사도들은 성령을 기다리며 유다가 “내버린 직무”를 대신할 사람으로 마티아를 세움으로써 12이라는 하느님 백성을 상징하는 숫자를 충만히 채웠다. 비로소 성령을 영접할 공동체의 준비가 된 셈이다. 이와 흡사한 일이 선교운동기간 중에 기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다.

 

본당 소공동체의 구역반장은 누구나가 꺼리는 무거운 직무이다. 부끄럽게도 필자가 사목하던 본당에는 구역반장이 공석인 공동체가 제법 되었다. 당연히 본당신부는 ‘새가족 찾기 운동’을 위해 그 빈자리를 메꾸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온갖 강제와 협박과 사탕발림으로 빈 구멍을 메꾸려하였던 것이다. 하부조직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로는 장시간 목표를 향해 공동체 전체가 함께 나가갈 수 없다는 극히 인간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새 구역반장을 신부 계획대로 뽑아 세우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가득이나 직책에서 오는 번거로움과 직무의 짐을 지지 않으려는 신자들인데, 더군다나 본당이 뒤집어질 정도의 ‘선교운동’ 기간에 책임을 맡는다는 것이 어디 간단한 일이랴. 하지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기도’하는 중에 새로운 일군들이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 새로운 일군들은 사도행전의 말씀 그대로 “모두 성령을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제까지의 미온적 태도에서 열렬한 사도로 변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우리 공동체의 ‘행전’은 이렇게 인간의 계획을 뛰어넘는 그분의 힘으로 써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새가족 찾기 운동’은 새로운 입교자를 배가하는 운동 같지만, 사실은 우리 공동체를 다시금 성령의 궁전으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지근했던 우리 마음을 성령의 불로 휘감는 공동체적 노력이며, 이를 통해 모든 공동체의 성원들이 성령을 체험하는 제2의 성령강림운동인 것이다. 두 번에 걸쳐 본당의 모든 힘을 총동원하면서 선교운동을 해본 필자로서 이러한 신바람 나는 기적을 많은 본당들이 맛보기를 바란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6월호, 이상규 야고보 신부(정하상교육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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