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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음악칼럼: 빨간 머리 사제 비발디의 성모 찬송가(Salve Regina, 여왕이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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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14 ㅣ No.3090

[음악칼럼] 빨간 머리 사제 비발디, 성모 찬송가(Salve Regina, 여왕이시며…)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을 앞두고 성모님과 관련된 음악들을 떠올려봅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은 당연히 <아베 마리아(Ave Maria)>죠. 수많은 작곡가의 아베 마리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보의 이 칼럼에서 페르골레시의 곡으로 소개해드린 <슬픔에 잠긴 어머니(Stabat Mater)>가 있습니다. 또, 동정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갔을 때 부른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Magnificat)>도 여러 작곡가의 작품으로 전해져옵니다.

 

하나 더 생각나는 곡은 연중시기에 부르는 성모 찬송가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여왕이시며...)>입니다. 이 성모 찬송은 묵주기도 끝에 바치는 기도문이라서 비교적 친숙하지만, 감상용 음악으로 듣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하지만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팔레스트리나, 비발디, 헨델, 페르골레시, 하이든, 리스트, 슈베르트 등 수많은 작곡가가 이 기도문에 곡을 붙였습니다.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 우러러 하와의 그 자손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님,

불쌍한 저희를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

귀양살이 끝날 때에 당신의 아들 우리 주 예수님 뵙게 하소서.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 마리아님.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四季)>의 작곡가로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 이탈리아)는 다섯 곡의 <살베 레지나>를 작곡했습니다. 그중 한 곡은 미완성 작품이고, 한 곡은 유실되어 세 곡이 연주되는데, 다(c)단조 리욤번호(Rv.) 616번이 자주 연주되는 편입니다.

 

머리카락이 붉고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았기에 ‘빨간 머리의 사제’라는 별명을 가진 비발디는 조산아로 태어나 평생 심장병과 기관지병을 끼고 살았습니다. 성직자의 의무를 면제받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죠. 대신 그는 고아들을 돌보는 ‘피에타 여자 양육원’의 음악 책임자로 임명되어 원생들의 음악 교육과 연주 활동을 담당했습니다. 비발디의 숱한 기악곡과 교회음악이 이 피에타 양육원에서 연주됐습니다. 비발디의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원생들로 구성된 연주단의 뛰어난 실력은 당시 유럽 전역에 명성이 자자했다고 하죠. 전문악단보다도 실력이 낫다는 평가를 받아, 공개 연주회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외국의 음악가들까지 몰려들 정도였습니다.

 

비발디는 건강상의 문제로 사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연주 여행에 동행하던 여가수와의 소문, 돈과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생활 방식 등으로 사제로서는 비난받기 일쑤였다고 하죠. 하지만 주님이 주신 재능으로 <글로리아>, <살베 레지나>, <스타바트 마테르>, <마니피캇> 등 훌륭한 교회음악을 많이 작곡해서 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으니, 비발디를 보는 주님의 마음은 어떠하실까요? 궁금해집니다.

 

[2022년 8월 14일(다해) 연중 제20주일 서울주보 5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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