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금)
(녹)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교의신학ㅣ교부학

[마리아] 성경 속 마리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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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5-20 ㅣ No.525

성경 속 마리아를 찾아서


“주님의 종입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큰일을 하셨습니다”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의로 선포한 이후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본격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권장됐다. 온 세계 교회를 비롯한 일부 지방, 교구 또는 수도 단체가 거행하는 축일은 600가지 이상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교회는 전례적이고 공적인 공경 외에도 성모에 대한 개인의 공경과 신심 행위를 장려해왔다. 

 

이런 마리아의 모습이 성경 안에서는 어떻게 드러날까. 직·간접적으로 마리아를 언급하는 주요 장면을 살피면서 구원 역사 속에서 특별한 도구로 쓰인 면모를 되새겨 본다.

 

카를로 마라타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위키미디어 커먼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구약성경에서는 직접 마리아에 대해 진술한 대목이 없다. 간접적으로 건드린 몇 장면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창세기의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엿보게 하는 장면이다.

 

악마의 세력을 멸망시킬 인물 즉 메시아에 대한 약속으로 풀이되는데, 메시아와 함께 뱀에게 대적할 인물인 ‘여자’는 곧 마리아로 받아들여진다. 

 

김종수 주교(대전교구 총대리)는 「믿는 이들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서 “이 여인의 후손이 메시아라면, 성경의 구원 역사 안에서 마리아 이외에 다른 어떤 여성도 생각할 수 없다”며 “이는 마리아가 악마에 대적하는 인물로서 구세사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고 선언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이외에도 이사야서 7장 14절과 미카서 5장 1-3절까지 마리아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라는 이사야서 내용은 마리아를 악마에 대적할 인물로 예고된 여인에서 하느님을 낳을 여인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오게 한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마리아를 찾아온 가브리엘 대천사는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고 인사하면서 마리아가 구원 역사를 이루는 도구의 소명을 지녔음을 전한다. ‘주님의 종’이라는 응답은 처녀의 몸으로 구세주를 잉태하게 될 것을 그대로 믿는 것과 함께 하느님 섭리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내어 맡기는 자세를 보여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55)

 

‘마리아의 노래’(마니피캇)는 마리아가 과거 이스라엘 안에서 보여준 하느님 위업을 얘기하면서 그분 약속이 반드시 성취되리라는 것을 드러낸다. 여기서 마리아는 모든 세대가 자신을 ‘행복하다고 하리니’라고 노래한다. 그 이유는 하느님이 자신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아기를 통해 이뤄질 구원 역사, 그리고 그 아기를 잉태하도록 선택받은 마리아의 장면 속에서 구원의 신비가 내비친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루카 2,6-7)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로부터 나심으로 인해 ‘말씀’이 사람이 되신다. 마리아는 이로써 하느님의 구원 행위에 있어서 큰 몫을 맡게 된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 것이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은 예수와 마리아께만 미치는 특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느님의 새 백성인 교회를 성령께서 친히 세우고 돌본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당신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5) 

 

모세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봉헌한다. 이때 성령에 이끌려 성전에 들어온 시메온은 마리아에게 예언의 말을 남긴다. 예수의 수난에 마리아의 영혼 역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말은 마리아가 예수님 수난에 깊이 동참하게 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 수난에 함께하는 마리아의 소명을 읽을 수 있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가 열두 살 되던 해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가 사흘 동안 예수를 찾지 못한다. 마리아는 성전에서 예수를 발견한 뒤 ‘너를 애타게 찾았다’고 했지만, 예수는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 몰랐느냐”고 답한다. 마리아는 이 말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마음속에 간직한다. 

 

성경에서 마리아는 천사들의 예고(루카 1,28-29), 목자들의 말(루카 2,17-19)에서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는 고백처럼 하느님의 일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겸손함, 믿는 제자로서의 역할을 보게 한다. 예수님을 낳아서가 아니라 일생을 통해 순명한 마리아의 모습이 찾아진다. 때로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신앙의 길을 가려 노력하며 하느님 뜻을 따르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을 대변해준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말하였다.”(요한 2,5) 

 

갈릴래아 카나에서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만들며 일으킨 첫 표징인 이 장면은 중재자로서의 마리아를 표시한다. 잔치 주인의 곤란한 처지를 대변해주며 예수님과 잔치 주인 사이에서 중재자로 있다. 

 

마리아는 또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말하며 일꾼들이 예수님 말씀에 귀 기울이도록 한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예수에게 청하는 것은 이웃의 필요에 깨어있는 마리아를 시사한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6-27) 

 

하느님 아들이 인간 구원을 위해 인간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마리아는 예수가 십자가 죽음을 맞는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예수는 제자들에게 마리아를 맡긴다. 이를 통해 마리아는 제자들의 어머니가 된다. 

 

이후 마리아는 사도들과 기도하며(사도 1,14) 교회의 시작에 함께 한다. 그리스도를 낳으신 마리아의 모성이 사도들이 이어가는 교회 안에서 새롭게 계속되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9년 5월 19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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