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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성지: 빵과 물고기의 기적 기념 성당과 막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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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1792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빵과 물고기의 기적 기념 성당과 막달라

 

 

– 오병이어 성당 전경.

 

 

참 행복선언 기념 성당이 있는 행복선언 산에서 비탈을 타고 갈릴래아 호숫가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곳이 타브가입니다. 타브가는 일곱 개의 샘을 뜻하는 그리스말 헵타페곤을 아랍말로 발음하는 과정에서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고대는 지하수에서 솟아오른 유황 온천들이 있었는데 특히 피부병 치료에 효험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아 찾았다고 하지요. 오늘날에는 몇 군데 흔적만 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타브가는 성지순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셨다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활하신 후 호숫가에 나타나시어 고기를 잡던 제자들과 함께 빵과 생선을 드시고 베드로에게 “내 양들을 돌보아라” 하고 당부하신 곳 또한 이곳 타브가라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타브가에는 빵의 기적 기념 성당과 베드로 수위권 기념 성당이 지척을 두고 있습니다. (베드로 수위권 기념 성당은 다음 기회에 살펴보고 이번 호에서는 빵의 기적 기념 성당과 막달라를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네 복음서에 모두 나옵니다. 하지만 그 장소가 조금씩 다릅니다. 마태오 복음과 마르코 복음은 요한 세례자가 헤로데에게 죽임을 당한 후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외딴 곳으로 물러가셨는데 많은 군중이 육로로 따라오자 배에서 내려 그들을 가르치시다가 이 기적을 행하셨다고 전합니다(마태 14,13-21; 마르 6,30-44).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 “베사이다라는 고을로 물러가셨다”고 구체적인 지명을 언급합니다(루카 9,10).

 

– 빵을 많게 하신 기적 기념성당 제대(좌)와 제대 바닥 모자이크 빵 네개와 물고기(우).

 

 

베사이다는 갈릴래아 호수 북단에서 북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어부 출신인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벳사이다에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지요. 반면에 요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수 건너편의 산에 오르셨다가 많은 군중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 기적을 행하셨다고 전합니다(요한 6,1-15).

 

네 복음서의 기록을 종합해서 보면 마태오, 마르코, 요한 복음이 전하는 장소는 거의 비슷한 곳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루카 복음에 나오는 베사이다는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방인인 루카 복음사가가 갈릴래아의 지형을 잘 몰라서 잘못 썼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 빵의 기적 기념 성당 제대 부근의 바닥(위)과 바닥 모자이크화(아래).

 

 

제단 주변에 비잔틴 시대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

 

타브가에는 4세기 중반에 예수님께서 행하신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기념하는 성당이 처음 세워졌습니다. 베네딕도 수도회가 관리하는 현재의 기념 성당은 옛 성당 터에 1980년대에 개축한 성당입니다. 성당 바닥, 특히 제단 주변에는 비잔틴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들이 순례 객들의 시선을 끕니다. 이 지역의 다양한 동식물을 표현한 작품들인데, 학, 백조, 거위, 연꽃, 뱀도 있습니다. 돌로 된 제대 밑에는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놓고 축복하셨다는 바위가 있고 바위 앞에는 빵 네 개가 든 바구니와 그 옆에 물고기 두 마리가 역시 모자이크화로 장식돼 있습니다. 빵 하나는 어디로 갔을까요? 성지 안내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순례자들에게 물어봅니다. 아마 예수님께서 손에 들고 축복하고 계시거나 아니면 빵을 떼어 나눠주고 계시겠지요.

 

요한 복음의 관련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빵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당신 몸을 생명의 빵으로 내어주신 성체성사를 예시합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놓으셨듯이 우리도 사랑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어놓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은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내놓을 때 모두가 배불리 먹는 놀라운 기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이기심과 탐욕에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이 세태에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빵의 기적 기념 성당에서 호숫가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길 양쪽으로 기름진 평야가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곳을 기노사르 평야라고 부르는데, 복음서에서 겐네사렛(마태 14,34; 마르 6,53; 루카 5,1)이라고 부른 곳이지요. 그 끝자락 쯤 지금도 발굴 작업과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있습니다. 막달라입니다. 루카 복음서에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루카 8,2)가 나오는데, 이 마리아 막달레나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막달라 출신의 마리아’라는 뜻이지요. 막달라는 아람어 표현이고 히브리어로는 미그달이라고 부릅니다.

 

기록에 따르면, 예수님 시대와 거의 동시대라고 할 수 있는 기원후 1세기 중반쯤에 막달라는 인구가 4만 명이 되고 배가 230척이나 있는 항구 도시였습니다. 막달라에는 또한 갈릴래아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곳이 있었고, 이곳에서 염장한 물고기들은 로마제국 거의 전역에 보급됐다고 합니다. 당연히 상업이 활발했고 돈도 많은 도시였을 것입니다. 최근의 발굴 작업을 통해 이곳에는 1세기에 회당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막달라에 있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성당 제대.

 

 

예수님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된 마리아 막달레나

 

막달라에는 4세기쯤에 마리아 막달레나의 집으로 전해지는 곳에 기념 성당이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7세기에 무슬림들에 의해 파괴되었고 12세기에 십자군이 다시 성당을 재건했으나 십자군이 성지에서 물러난 후 성당은 마구간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오랜 세월 잊혔던 막달라는 1960년대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고고학자들이 옛 항구와 도시 도로망 흔적 등을 발견하면서 발굴 작업이 본격화됐습니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발굴 작업 등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순례가 마땅치 않았는데,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가 2014년 새 성당을 지으면서 순례자들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을지 모르지만 일곱 마귀에 시달렸던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는  예수님께서 그 마귀들을 쫓아내주심으로써 새 삶을 살게 됐고 이후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본 성녀는 마침내 사도들보다 먼저 예수님 부활의 첫 증인이 됐지요. 그래서 이미 3세기에 로마의 신학자 히폴리투스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사도들의 사도”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의 삶을 묵상하는 데에 성녀의 고향 막달라는 말 그대로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6년에 교회 전례력에서 의무 기념일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축일(7월22일)을 축일로 한 단계 승격시켰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둡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1월호, 이창훈 알퐁소(가톨릭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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