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 (일)
(백)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슬기롭고 착한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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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09 ㅣ No.556

[허영엽 신부의 ‘나눔’] 슬기롭고 착한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것이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듯한 한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해가 되면 꼭 한번 꺼내서 읽어보는 김종길 시인의 아름다운 시 ‘설날 아침에’입니다. 이 시를 읽을 때 마다 아무리 차갑고 각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착하고 슬기롭게 살자는 시인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이나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꼭 하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가요?”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예 확실한 꿈과 목표가 없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표와 꿈을 가져서 뭐해요. 어차피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을…” 때로는 냉소적인 답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글쎄요. 꿈이요? 생각 잘 못해봤는데요…” 이러한 대답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요? 마음속에 있는 목표를 드러내기가 수줍어서일까요? 아니면, 마음속에 인생의 꿈과 목표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반면에 확실한 목표와 꿈이 있는 젊은이들과의 대화는 생기와 활력이 전해져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땀 흘리는 모습은 삶의 환희를 느끼게 해줍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분명한 목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곤충학자가 어느 날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날벌레들 중, 맨 앞의 날벌레만 따라다니던 일부 날벌레들이 계속해서 굶어 죽는 것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그들은 방향과 목표도 없이 무턱대고 행동하였고 그 결과 죽음을 맞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남이 좋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흉내 내고 따라가기만 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남이 대학가니까 무조건 가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나이에 결혼하니까 결혼합니다. 그렇게 쫒아가며 살다보니 자신의 삶은 없어지고 껍데기 삶, 허탈한 삶만이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궁극적이고 영원한 목표 지녀야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 외출할 일이 있어 택시를 탔습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기사님께서 정차하는 순간마다 옆에 있는 카드를 힐끗거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무언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조심스레 살펴보니 카드에 적힌 간단한 영어 문장을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정중하게 그분에게 왜 영어를 배우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제 올림픽이 개최되면 외국 손님이 많이 몰려올 텐데,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결심을 하고 나서부터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하루에 다섯 문장을 외운다고 하셨습니다. 활기차고 생기 있게 살아가는 그분의 모습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꿈과 목표는 우리를 살맛나게 하는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 게다가 그것이 자신과 이웃에게 큰 유익함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궁극적이고 영원한 목표를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가치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돈과 명예, 그리고 가정,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의 마지막이고 궁극적 가치는 아닙니다. 그것을 혼동했을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되고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됩니다. 때로는 자신이 어려운 중에서도 더 힘들고 불우한 이웃을 돕고 나누는 따뜻하고 다정한 이웃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어두운 밤을 비추는 새벽의 여명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런 이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슬기롭고 착한 꿈을 꾸게 합니다.

 

우리는 일생의 꿈을 지니고 10년 후의 목표와 1년 후의 목표, 지금 오늘의 목표를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었을 때, 마음속에 하루의 설계와 할 일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 일이 작은 사랑의 실천이 된다면 더더욱 행복한 사람입니다. 행복한 꿈을 꾸는 사람, 그는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김종길 시인의 시처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를 그렇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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