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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행복한 가정을 위한 교회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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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16 ㅣ No.1054

행복한 가정을 위한 교회의 노력

 

 

“다양한 공동체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지역의 문제와 요구를 모두 존중하는 더욱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사랑의 기쁨」, 199항)

 

한국 천주교회에서 하고 있는 가정사목 분야 중 가족 간의 소통과 상호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구체적인 사목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편집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열린 마음을 지니라고 촉구한다. 그래서 자신의 좁은 생각과 견해에 집착하지 말고 생각과 견해를 바꾸고 넓혀 일치시킨다면 풍요로운 종합을 이끌어 낼 수 있고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 안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사랑의 기쁨」, 139항 참조). 이를 위해 가정 내에서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정과 관련된 교회 내 다양한 프로그램 중 두 가지를 알아본다.

 

 

살레시오문화원 상담실 부모교육

 

김민선(가명) 씨는 얼마 전에 딸과 심하게 다툰 이후 아직까지 냉랭한 관계를 이어 가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골라서 해요. 아무리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딸의 돌출 행동엔 속수무책이에요. 걱정이 되어 한마디 건네면 간섭한다고 짜증만 내고, 어이가 없어서 언성을 높이다 보면 서로 싸우게 되지요. 자식 키우기 정말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부모와 자녀 간에 벌어지는 갈등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했다. 하지만 강압적인 훈육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만해지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살레시오문화원 상담실’의 ‘부모교육’을 소개한다. 살레시오수녀회 소속 전문 상담사 수녀가 진행하는 부모교육은 정신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부모 자녀와의 진정한 대상관계를 회복하고, 만족스러운 의사 소통법과 자기 표현법을 가르쳐 참가자들이 행복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살도록 이끌어 주는 데 도움을 준다.

 

사실 어떤 한 문제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요즘에 와서야 보편화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심리학은 낯설고 어려운 학문이다. 또 심리상담이나 심리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아직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육은 전문적인 심리학 강의가 아니라 심리학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 방법 및 상호 간의 이해 방법을 배우고,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 살레시오상담실 ‘부모교육’을 수강 중인 송민아(가명) 씨는 부모교육 때 들은 ‘사랑은 서로의 영적 성장을 위해 도와주는 것’이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부모교육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고리타분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의 무의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가족에게 보여 주는 제 행동 중에서 평소 제가 의식하지 못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또 제가 어렸을 때 보고 들은 부모님의 언행을 그대로 답습한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차츰 저 자신을 내려놓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다가서게 되었어요. 제가 변하니 가족이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발표하고 전문 상담사 수녀와 수강생들이 부모로서 지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열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는 송민아 씨. 무의식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노력하다 보면 분명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모교육을 통해 배운 것을 계기로 개인상담, 가족상담으로 연계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던 심리상담이 내적 치유를 위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담과 부모교육은 신앙과 내면의 치유를 통해 아름다운 가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아버지학교

 

결혼 27년 차인 심상혁(가명) 씨는 직장에서 상위직급에 있기에 경제적으로는 어려움 없이 살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공허하고 쓸쓸한 기분 때문에 음주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가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녀의 아버지로서 자격이 있는지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업무 때문에 가정을 비워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가족과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데 어려움이 많고 그 안에서 따돌림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가족 간의 대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내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휴일이 되면 혼자 산에 가거나 낚시를 하러 나갑니다.” 심상혁 씨 가족은 열심한 천주교 신자이기에 성가정의 의미를 잘 알고 있고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쉽지 않다. 아내도 남편에게 다가서고 싶지만, 마음의 문을 닫고 하루 종일 TV만 보거나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리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서로 일치하며 살겠다는 혼인의 첫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현실 앞에서 갈등 속에 머무는 일들이 많아진다.

 

심상혁 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이들을 위한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는 서울 · 의정부 · 인천교구에서 활성화되어 있고 다른 교구에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의 봉사자인 이 스테파노 형제는 우연히 접한 아버지학교를 통해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왔다고 했다.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름 잘 나가던 사업이 IMF 때문에 많이 힘들어졌어요.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성당으로 가던 발길도 끊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술을 자주 마시다 보니 술 문제로 가족들과 많이 다투게 되었어요.” 성당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선배 부부가 스테파노 형제를 아버지학교에 초대했고, 그는 거의 떠밀리다시피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제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가 되다 보니, 제 아버지가 생각나더라고요. 그제서야 아버지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때론 아버지의 좋지 않은 모습도 떠올라 괴로웠지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가족에게 다가가니 뭔가 좋은 면으로 변한 것 같다며 기뻐하더라고요.” 최근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지만 다행히 모든 것이 다 잘되었다며 기뻐하는 스테파노 형제. 아버지학교를 통해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백하며 아버지학교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학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바로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아버지학교는 잘못된 아버지상을 바로잡고 실추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하며 아버지가 바로 서고 제자리를 찾아야, 우리 가정, 우리 사회, 우리 교회가 바로 선다는 믿음으로 설립되었다.

 

아버지학교는 단순히 자녀 양육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며, 지원자 아버지가 참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게 도와줌으로써 가정에서 아버지의 영향력, 사명과 역할을 깨우치도록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주님의 사랑 안에서 성가정을 이루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로그램은 총 5회기 동안 이루어지며 친교의 시간, 찬미와 영상물 시청, 저녁식사와 그룹 토의 시간, 체험 나눔과 인터뷰, 강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친아버지와 자녀 그리고 아내에게 편지 쓰기, 자녀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스무 가지 쓰기 등 소소한 과제도 주어지며 서로 포옹하기, 축복기도 등 가족 사랑을 가정과 생활 안에서 실천하도록 한다.

 

 

아름다운 가정 공동체를 꿈꾸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의 친교에 대한 긍정적 체험은 일상생활에서의 성화와 신비로운 성장의 참된 길이며, 하느님과 내밀한 일치를 이루는 수단이 된다고 말씀하신다(「사랑의 기쁨」, 314항 참조). 인간 공동체는 부족함이 있지만 서로의 일치 속에서 힘을 얻고 희망을 바라본다. 가정이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면, 그리스도께서는 그 가정 생활 전체를 일치시켜 주시고 빛으로 밝혀 주신다. 주님의 십자가와 함께 고통과 어려움을 겪어 내며, 주님의 품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도 견디어 낼 수 있다. 버림받으신 예수님과 하나 되면 가정이 가장 어려울 때에도 파경을 피할 수 있다. 가정은 성령의 은총으로 혼인 생활을 통하여 점점 더 거룩해지고, 더 나아가 어려움과 고통을 사랑의 선물로 변화시키는 그리스도 십자가의 신비에 함께하면서 성화된다(「사랑의 기쁨」, 317항 참조).

 

그 어떤 가정도 완벽한 실재가 아니며 단번에 영원히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서 사랑의 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 하늘 나라에서만 추구할 수 있는 뜻을 가정에서 찾을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기에 언제나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하며 위대한 것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우리의 한계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말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사랑과 친교의 완성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사랑의 기쁨」, 325항 참조).

 

 

문의


· 살레시오문화원 상담실 부모교육 02-841-0524

· 천주교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0505-503-7080

 

[살레시오 가족, 2017년 11월호(147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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