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수도 ㅣ 봉헌생활

성 베네딕토와 성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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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07 ㅣ No.593

성 베네딕토와 성 프란치스코

 

 

+ 찬미예수님,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그분의 선하심이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한국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관구의 동반자이신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수도회 신학원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장소를 방문했습니다. 그 중 베네딕토회 수도원과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베네딕토회로는 수비아코의 사크로스페코와 스콜라스티카 수도원 그리고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방문했고, 프란치스코 수도회로는 아시시의 포르치운쿨라, 다미아노, 글라라, 프란치스코 대성당을 방문했습니다. 두 성인의 발자취를 간직한 수도회는 참 서로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베네딕토회는 산 중에 혹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절이 위치한 곳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험준하면서도 웅장함이 엿보입니다. 세속과 온전히 분리되어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비아코에는 성인께서 은둔하셨던 장소에 세워진 사크로스페코 수도원과 성인의 쌍둥이 여동생의 이름을 딴 스콜라스티카 수도원이 있습니다. 마치 절의 암자와 같은 분위기랄까요. 수도원의 곳곳에 성화(프레스코)가 그려져 있어, 성인의 생애와 주님에 관해 묵상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몬테카시노는 밖에서 보면 수도원이라기보다 거대한 요새와 같습니다. 그 당시 도적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수도원 안에 들어가면 역시 대수도원이구나하는 느낌이 듭니다. 참으로 크고 웅장한 것이 마치 왕궁같은데, 로마의 4대 성전 외에는 이에 비길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도자들이 안 보였습니다. 관리자들이 곳곳에 있어 방문객들을 통제(?)해서인지 웅장하고 화려하나 박물관에 온 듯 활력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아시시 전역에 걸쳐 있습니다. 아니, 아시시 전역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분위기입니다. 물론 오상의 비오 성인께서 계셨던 산 죠반니 로톤도처럼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차분하면서도 열의가 느껴집니다. 대성당들도 크기는 하지만 그렇게 웅장한 느낌은 없습니다.

 

세상과 함께 하는 수도회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대성당과 수도회의 분위기가 마을 전체에 이어져있으면서도 괴리감은 없습니다. 아시시의 자연 경관은 한국 관구 신학원이 있는 강화도와 비슷했습니다. 단지 절 대신에 수도원이 있고, 건축 양식과 사람들 생김새가 다를 뿐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었습니다. 안에는 과거 성인과 동료들이 살았던 포르치운쿨라와 성인이 돌아가신 곳, 굽비오의 늑대 일화를 기념하는 성인과 늑대의 동상, 가시 없는 장미, 성인께서 비둘기를 구해주신 후부터 계속 그 장소에 있는 비둘기(죽으면 다른 비둘기가 다시 온다고 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장소를 모아 그 위에 현재의 대성당을 지은 것입니다.

 

성 다미아노 수도원에는 성인이 보수한 다미아노 성당과 글라라 성녀와 자매들이 살았던 공간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글라라 대성전에는 성인께서 주님의 말씀을 들었던 성 다미아노 십자가와 글라라 성녀의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로마 4대 성당이나 몬테카시노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은 컸습니다. 13세기에 이를 단 2년 만에 지었다니. 성인의 감화력이 어느 정도였기에 당시 사람들이 그렇게 열성을 보였던 것일까요.

 

두 수도회를 비교하는 것 만큼이나 프란치스코 성인과 베네딕토 성인의 죽음을 비교하는 것 역시 흥미롭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내 어찌 주님께서 오시는데 누워서 있을 수 있겠는가?” 하시면서 두 제자들이 떠받쳐서 일어선 채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알몸으로 흙바닥에 누우셔서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겸손을 드러내셨습니다. 귀족 출신인 베네딕토 성인과 평민인 프란치스코 성인… 환경의 차이일까요?

 

베네딕토회는 세속과 분리되어 있고 프란치스코회는 세속 안에 위치합니다. 그러나 이는 외적으로 드러난 차이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기는 것입니다. 이는 두 수도회 창설자뿐만 아니라 모든 성인의 공통점입니다. 단지 자신의 특성과 시대상황에 따라 표출되는 모습이 다를 뿐입니다.

 

성인들과 같은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성경 말씀을 통해 가르침을 얻고, 기도를 통해 주님을 뵙고, 미사성제를 통해 주님과 함께 함으로써 매일의 삶을 봉헌하면 됩니다. 이로써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어 놀라운 일들을 행하실 것입니다.

 

이를 쉽게 잊어버리지 않도록 첫 번째 그리스도인이신 우리 참 어머니, 원죄 없으신 성모님과 함께 주님께 나아갑시다.

 

“주님은 당신 가족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어 줄,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을 세우셨네.”(7월 11일 성 베네딕토 아파스 미사 영성체송)

 

[성모기사, 2017년 7월호, 구원모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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