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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다시 보는 최양업 신부24: 회개의 복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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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07 ㅣ No.1604

[다시 보는 최양업 신부] (24) 회개의 복음적 가치


'회개'라는 복음의 열매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 최양업 신부는 신자들의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곧 신앙의 자유가 올 것이라고 희망했다. 사진은 최 신부의 사목 활동지였던 경남 언양 살티공소에 있는 김영제 순교자 묘소.

 

 

최양업 신부는 ‘회개’의 복음적 가치를 굉장히 중시했다. 그는 편지 곳곳에서 회개한 신자들을 통해 맺어진 복음의 열매가 얼마나 놀라운지를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회개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게 되며 내세에서의 완성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 신부는 많은 회개 사례를 편지에 자세히 적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 신부가 1857년 9월 14일 불무골 교우촌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 쓰여 있던 회개 사례를 모았다. 최 신부는 이러한 회개의 과정을 목격하면서 머지않아 조선 땅에 신앙의 자유가 오리라고 예언했다.

 

 

최양업 신부가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 담긴 신자들 이야기

 

 

사례1. 신자 여종이 교우촌을 이루다

 

“이 여인은 1839년 대박해 때 서울에서 박해를 피해 이 고을로 내려와 한 부잣집에 종으로 들어갔다. 주인 마나님이 이 종을 통해 차차 천주교의 진리를 알게 돼 열심히 신앙을 실천하던 중 남편에게 발각됐다. 남편이 분노해 엄포와 매질까지 해가면서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를 읍내로 끌고 가 배교하지 않으면 관가에 고발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아내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하느님을 위해 죽기로 마음먹고 관가로 끌려갔다. 미친 듯 날뛰던 남편은 아내의 굳센 용기에 굴복해 관가로 가던 도중 마음을 바꿔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행동에서 나온 유일한 결과는 이 읍내에도 천주교 신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멀리까지 퍼진 것뿐이었다. 

 

이 가엾은 귀양살이 여인의 일가친척들이 이웃 읍내에 살고 있었는데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들은 여러 해 전부터 신자들과 일체 연락이 끊어지고 신자들의 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기들의 서글픈 운명을 한탄하며 지내던 터였다. 그리고 구원에 필요한 진리를 더 철저히 배우기 위해 교리 지식이 더 밝은 신자들을 만나기를 무엇보다 원하고 있었다. 그들이 애타게 찾아 헤매던 것을 이제야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부랴부랴 살던 마을을 떠나 귀양 온 여교우가 종살이하는 집 곁으로 이사와 살았다. 이 읍내에서 이 두 가정이 혼연일체가 돼 한 집안처럼 지내며 신앙을 실천하고 힘을 합쳐서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중에는 읍내 유지 중 한 사람의 부인도 끼어 있었다. 이 여인은 그리스도의 용감한 투사로서 주님을 위해 싸웠다. 이 여인도 남편에게서 엄포와 공갈, 매질과 핍박 등 온갖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나 조금도 굽히지 않고 굳세게 저항해 신앙을 보존했다. 제가 그 고장에 갔을 때 이 가련한 여인이 얼마나 거룩한 원의와 열정과 회한으로 제 말을 듣고 성사를 받았는지는 아무리 묘사해도 믿기지 아니할 것이다.”

 

 

사례2. 천주교 알기 위해 삼고초려한 청년

 

“어떤 젊은이가 그의 읍내에서 걸어서 여러 날 걸리는 간월이라는 마을에 일반 종교와는 색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이 종교를 알아볼 마음으로 직접 그 마을의 회장을 찾아가 가르쳐 주기를 청했다. 교우촌 회장은 이 청년의 진심을 몰랐기에 그대로 돌려보냈다. 이렇게 청년은 세 번씩 이 마을을 찾아왔다. 마침내 이 청년의 진실성을 확신하게 된 회장은 그에게 천주교의 기본 교리를 설명해 주고 교리서와 기도서를 줬다. 대단히 귀중한 보물을 얻은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온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자기가 방금 받은 진리를 전해 그 은혜에 참여시켰다. 그리고 즉시 그와 그가 입교시킨 사람들이 모두 함께 여러 가지 많은 장애 때문에 천주교의 본분을 마음 놓고 자유롭게 지킬 수 없는 고향 읍내를 떠나 간월 가까이 이사했다.

 

제가 지난번에 성사를 집전하려고 그곳에 갔을 때, 이 청년은 자신과 함께 세례받을 준비가 아주 잘 된 어른들을 6명이나 공소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또 다음 해에는 그의 집안 식구 모두에게 세례받을 준비를 시키고 또 그의 마을에 공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례3. 마귀의 괴롭힘에서 해방된 가족

 

“다섯 가족이 사는 또 다른 마을 하나도 마을 사람 전체가 천주교의 소문을 듣고서 개종해 복음을 받아들였다. 특별히 한 가족의 입교 이야기를 전하겠다. 이 가정은 몇 대째 마귀에게서 괴롭힘을 당해 왔다. 집안 식구는 남자 여자 어린이 갓난아기 할 것 없이 모두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다. 귀신이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주 그들의 어깨나 등을 무시무시하게 큰 짐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었다. 

 

이 불쌍한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불안과 고통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속수무책이었고 같은 장소에서 얼마 동안 살 수조차 없었다. 귀신들이 그 가족에게 다른 곳으로 이사하도록 못살게 굴고, 가재도구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게 했다. 만일 귀신의 뜻을 어기고 무엇을 가지고 이사하게 되면 도중에 마귀의 괴롭힘으로 그것을 도로 갖다 놓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비참하고 가난하게 돼 온 가족이 그 불행한 처지를 개선할 길이 없어서 탄식으로 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신입 교우가 그들의 가엾은 처지를 알게 됐다. 그 신자는 만일 그들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면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마귀의 괴롭힘에서 해방될 것임을 확신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우촌으로 인도했다. 거기서 이 가족은 훨씬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은 아주 열심히 기도와 교리 문답을 배우면 조금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고, 그 반대로 교리 공부를 게을리하고 냉담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다시 그전처럼 마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었다. 마귀가 그들의 신심을 단련시켜 더욱 열심하도록 자극하는 것 같았다. 그 집안 식구 모두 영세한 후에는 마귀로부터 완전히 해방돼 지금은 건강하게 잘살며 기쁨 속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3월 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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