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회 영성: 살레시오 협력자 - 청소년들과 함께 성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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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3 ㅣ No.580

[수도회 영성] 나에게 영혼을 주고, 나머지는 다 가져가시오!


살레시오 협력자 : 청소년들과 함께 성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

 

 

“착한 친구, 이름이 뭐지?” “바르톨로메오 가렐리예요.”

“어디서 왔지?” “아스티에서요.”

“그래,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벽돌 일을 해요.”

“아버지는 살아 계시니?”

“아뇨,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어머니도 돌아가셨어요…….”

“몇 살이지?”

“열여섯 살이요.”

“글을 읽고 쓸 줄 아니?”

“몰라요.”

“노래는 할 줄 알지?”

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거의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몰라요.”

“휘파람은 불 줄 알지?”

바르톨로메오는 웃기 시작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돈 보스코, 214-215)

 

 

이 대화는 요한 보스코 신부(보통 친밀하게 ‘돈 보스코’라고 부름)가 1841년 12월 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아침에 있었던 한 소년과의 대화 일부이다. 성당 제의방에 들어갔다가 제의방지기에게 쫓겨나는 궁핍한 소년을 불러 다정한 대화를 나눈 뒤, 성호경을 긋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오라토리오*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유럽에서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살레시오 협력자의 신원과 영성, 사도적 활동을 이해하려면 협력자회의 시작에 대해 먼저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돈 보스코는 이 오라토리오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직자 동료들과 평신도 협력자들을 모아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회(Congregation)라는 명칭 아래 모임을 만들고 교황청에 영적인 특전을 요청하였다.

 

돈 보스코가 살레시오 성인을 자기 사업의 주보를 선택한 것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영성이 이성과 친절이라는 자신의 교육체계와 일치하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 회는 두 개의 가족, 즉 돈 보스코와 함께했던 청소년들을 포함하여 성소를 받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오라토리오 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심회(내부회원)와 세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오라토리오 활동을 도와주는 평신도 협력자회(외부회원)로 분리된다. 나중에 내부회원은 수도회(1859년)로 조직되고, 외부회원은 협력자회(1876년)로 재정비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살레시오 협력자회는 살레시오 수도회 및 살레시오 수녀회와 더불어 돈 보스코 성인이 직접 설립한 단체로서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교회 공식단체이며 로마에 본부를 두고 평신도와 교구 성직자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협력자회는 ‘살레시오 협력자회’(돈 보스코, 1876)라는 문헌을 통해 “교황께서는 이 회를 제3회와 같은 모습으로 인정해 주셨지만, 전통적인 제3회와 다른 점은 제3회가 신심사업을 통해 그리스도교 완덕을 도모하는 데 비해서, 여기에서는 이웃사람에 대해서, 특히 위험에 처한 청소년에 대한 애덕을 발휘하는 능동적인 생활을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친절한 사랑’, ‘낙관주의’, ‘기쁨의 영성’, ‘일과 절제’, ‘일상의 영성’ - 이는 살레시오 정신을 삶으로써 표현하는 몇 가지 어구들이다. 돈 보스코가 거친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끝없는 인내로써 그들을 받아들이고, 온유와 사랑으로 그들이 개별적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착한 목자의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폈기 때문이다. 이 ‘친절한 사랑’은 ‘이성’, ‘종교’, ‘사랑’을 기둥으로 하는 돈 보스코의 예방교육의 토대가 되었다. 예방교육은 은총의 보이지 않는 힘을 믿는 ‘낙관주의’에 바탕을 두고, 청소년들이 악에 물들지 않도록 항상 이들을 가까이에서 동반하면서 대화로써 설득하며,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착한 행실을 실천하도록 함께 노력하는 교육방식이다. 살레시오 협력자는 스스로 ‘정직한 시민, 착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청소년들도 이렇게 성장하도록 돕고 동반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사랑을 보여주기를 원하며, 어떤 어려움에서도 신뢰를 보낸다는 사실을 돈 보스코는 알았다. 그래서 청소년들로부터 먼저 ‘사랑받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항상 청소년들 가운데 함께 있는 현존(감시자가 아닌 친절한 형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협력자들은 가정과 직장 등 삶의 현장에서 ‘친절한 사랑’으로 표현되는 살레시오 정신으로 사람들을 환대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깊은 유대와 형제애를 조성하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돈 보스코의 사목적 사랑은 특히 젊음이 넘치는 ‘활기참’이 특징이다. “기쁨 중에 하느님을 섬기십시오. 달리고 뛰고 소리치고, 죄만 짓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좋습니다.”라는 말씀처럼,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환대하며 받아들이는 가정이었던 오라토리오의 운동장은 이 ‘기쁨의 영성’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장소였다. 이 ‘기쁨의 영성’은 살레시안의 사도적 열정과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필자를 포함하여 협력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무겁고 힘겨운 삶의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희망의 싹을 보는 것이다. 무디고 차가웠던 가슴이 사랑으로 차오르고, 고집스럽던 아이들이 변화되는 것을 보며 성령의 은총을 체험하는 것, 청소년 분류심사원과 소년원에서 만났던 상처받은 아이들이 검정고시 합격 소식, 자격증 취득 소식을 자랑스럽게 전해주는 희망의 메아리들은 그야말로 삶이 축제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청소년의 아버지요 스승’으로 선포된 요한 보스코 성인은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기념했다. 이 희년을 계기로 살레시오 가족은 성인의 삶과 영성, 그의 교육학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심화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협력자들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가정생활을 충실히 함과 동시에 일상의 삶을 기쁘게 살며,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면서 행복한 살레시안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삶터와 협력자회에서 자신의 처지에 맞게 교리교육과 그리스도교적 양성, 청소년 및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과 단체 활동, 교육기관과의 협력, 성소사목 협조, 사회 - 정치 활동 안에서의 신앙 증거 등의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성덕의 길을 걷는다.

 

현재 살레시오 협력자회 한국관구는 서울, 수원, 춘천, 원주, 대전, 광주, 창원, 부산, 제주 지역의 25개 지회에서 500여 명의 서약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협력자는 3년 이상의 초기 양성과정을 거쳐 서약을 한 후 회원이 된다. 협력자 성소와 활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협력자회 홈페이지 http://www.cooperator.co.kr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이메일 asceaokor@gmail.com으로 연락을 취하면 개인적으로 성소 소개를 받을 수 있다.

 

* 살레시오회 안에서 오라토리오란 돈 보스코의 전형적인 사목 형태로 젊은이들을 맞이하는 집이요, 복음을 전파하는 본당이며,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학교이며, 친구로서 만나고 기쁘게 생활하기 위한 운동장을 한데 아우르는 표현이다.

 

[평신도, 2016년 봄(계간 51호), 윤종걸 첼레스티노(살레시오 협력자회 한국관구 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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