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전례ㅣ미사

[미사] 전례의 숲: 감사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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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04 ㅣ No.1429

[전례의 숲] 감사 기도

 

 

성찬 전례는 예물 준비, 감사 기도, 영성체 예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감사 기도는 “감사와 축성의 기도”로서 성찬 전례, 나아가 “미사 전체의 중심이며 정점”입니다. 이 장엄한 기도는 감사송으로 시작하고 마침 영광송으로 마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후에 이 기도의 공식 이름은 “감사 기도”(prex eucharistica)입니다. 옛날에는 “카논”(canon), 곧 전문(典文)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스어 “카논”은 “규칙”, “규범”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그러므로 이 이름에는 조그만 변경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하게 고정된 기도라는 생각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용어는 전례 개혁에 따라 다른 감사 기도문들이 생긴 뒤에는 “감사 기도 제1양식”에만 사용합니다. 정확하게는 “로마 전문”(Canon romanus)입니다.

 

동방 교회들에서 감사 기도를 가리키는 말은 보통 “아나포라”입니다. 이 그리스어 낱말은 “높이 올리다, 위로 올리다, 봉헌하다”는 뜻을 지닌 동사 “아나페로”에서 나왔습니다. “프로스포라”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봉헌”이라는 뜻입니다.

 

 

감사기도의 뿌리는 유다교의 “찬양기도”

 

감사 기도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감사 기도의 뿌리는 히브리어로 “베라카”라고 하는 구약과 유다교 “찬양 기도”에 닿습니다. 베라카는 신약과 교회 문헌에서는 “감사”(에우카리스티아) 또는 “찬양”(에울로기아)로 옮깁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교회는 미사와 관련하여서는 “찬양”(에울로기아)이 아니라 “감사, 감사드림”(에우카리스티아)을 채택하여 사용하였습니다. 

 

베라카는 유다교 전례와 모든 기도의 핵심으로서 회당 전례와 가정 기도에서 폭넓게 사용하였습니다. 언제나 “찬양받으소서.” 또는 “찬양하나이다.”로 시작합니다. 이이서 “온 누리의 임금이신 하느님”과 같이 찬양의 대상인 하느님을 부릅니다. 그 뒤에는 기도의 중심인 찬미의 동기가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하느님이 베푸신 은총을 기억합니다. (하느님께 강복을 청하는 기도도 베라카에 속합니다. 이러한 기도는 우리말로 “축복 기도”라고 옮길 수 있습니다.) 발전된 베라카에서는 새로운 요소들, 곧 청원과 결론을 덧붙입니다. 

 

결론은 처음에 나오는 찬송의 주제를 되풀이하고, 청원은 현재 겪고 있는 곤궁한 상황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하느님의 새로운 개입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잃지 않는다는 고백입니다. 베라카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아침 저녁 기도인 “쉐마(=들어라) 기도”는 해당 성경 단락(신명기 6, 4-9; 신명 11, 13-21; 민수 15, 37-41)과 베라카들로 이루어집니다. 유다교 대표적인 기도 “트필라”도 18(19)개의 베라카 모음입니다.

 

 

감사 기도 통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

 

예수님이 마지막 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들고 바치신 기도도 베라카였습니다. “식사 감사 기도”(비르캇 하 마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기도는 식사 때 바치는 기도이기 때문에 경건한 유다인에게 매우 익숙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기도를 바탕으로 이 예식에 특별한 의미를 주하기 위하여 새로운 요소들을 덧붙이십니다.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이다.” 마지막으로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고 명하십니다. 교회는 주 예수님의 명에 따라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감사 예식을 거행합니다.

 

2세기 초 “디다케”(열두 사도들의 가르침)는 최초로 “감사(예식)”(에우카리스티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도문을 싣고 있습니다.

 

“감사(례)에 관해서, 여러분은 이렇게 감사드리시오. 우선 잔에 대해서 (이렇게 하시오.) 우리 아버지, 당신 종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 주신 대로 당신 종 다윗의 거룩한 포도나무에 대해 우리는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빵조각에 대해서 (이렇게 하시오). 우리 아버지, 당신 종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 주신 생명과 지식에 대해 우리는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 여러분은 만족히 먹은 후에 이렇게 감사드리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우리 마음에 머무르게 하신 당신의 거룩한 이름에 대해, 또, 당신 종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 주신 지식과 믿음과 불멸에 대해 우리는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 영광이 영원히. [...]”

 

3세기 초 히폴리토의 “사도전승”에 미사의 “감사 기도” 본문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해온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본문입니다.

 

“하느님. 마지막 시대에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이며 구속자이고 당신 뜻의 사자로 우리에게 보내 주심에 감사드리나이다. [...] 그분은 빵을 드시고 당신께 감사의 기도를 바치시면서 말씀하셨나이다. ‘너희는 받아먹으라. 이는 너희를 위해 바수어질 내 몸이다.’ 잔에도 같은 모양으로 말씀하셨나이다. ‘이는 너희를 위해 흘릴 내 피다. 너희는 이를 행할 때(마다) 나를 기념하여라.’ [...]”

 

“감사 기도”라고 하는 까닭은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님이 하신 감사의 기도를 본받기 때문입니다. 그분 명령에 순종하여 그분이 하신 그것을 똑같이 합니다. 그분이 빵과 잔에 감사를 드렸기 때문에 교회도 빵과 포도주에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의 동기도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혜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근본 동기는 예수님 자신입니다. 우리에게 예수님을 보내주심에,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베푸신 모든 은혜에 대해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감사 기도에는 거룩한 예물, 곧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감사 기도를 통하여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됩니다. 그래서 동방 시리아 전례는 감사 기도를 “축성 기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감사 기도는 기도이면서 제사 행위

 

그리고 감사 기도는 최고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로 교회는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사제가 바치지만 회중 전체를 대표하여 바칩니다. 회중은 “아멘”으로 사제가 바친 이 기도를 확인하고 승인합니다. 한편, 주례자의 기도이기 때문에 “감사 기도의 어떤 부분을 하위 등급의 교역자나 회중 전체 또는 회중의 일부가 낭송하게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사 기도는 기도이면서 행위, 곧 제사 행위입니다. 예수님이 당신 몸과 피로 바치신 제사를 교회가 아버지께 다시 바칩니다. 그러므로 감사 기도는 단순한 기도문이 아니라 완전한 예식입니다. 실제로 이 기도 안에는 행위와 동작들이 있습니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감사 기도의 여덟 가지 요소를 제시합니다. 감사(특히 감사송에서 표현된다), 환호(거룩하시도다), 성령 청원, 곧 성체 성혈 축성을 위해, 또 신자들의 일치를 위해 성령의 내리심을 기원함,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지는 성사 제정과 성체 성혈 축성, 주님의 수난과 부활과 승천 기념, 제사 봉헌,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한 전구, 마침 영광송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동서방의 거의 모든 감사기도문들에 다 들어 있습니다. 언제나 감사의 표현으로 시작하고, 중심에는 성사 제정과 축성이 있으며, 마지막에 영광송으로 끝납니다. 

 

2002년에 나온 새 미사경본은 여러 감사 기도문을 싣고 있습니다. 로마 전문이라고 부르는 제1양식 외에도 새로 만든 세 개의 중요한 감사 기도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화해 감사 기도”를 더 실었습니다. 그리고 기원 미사의 감사 기도를 싣고 있는데, 이는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사경본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어린이 미사”를 위한 세 양식의 감사 기도가 있습니다.

 

한편, 더 많은 감사 기도문들을 사용하도록 교회가 인준해 줄 것을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0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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