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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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성경] 히브리어 산책: 사랑과 아멘(아하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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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09 ㅣ No.3460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사랑과 아멘


사랑과 자비, 정의는 늘 함께 해야 할 가치

 

 

- 아하바-. ‘사랑’을 의미한다. 초록색 자음은 ‘ㅎ’을, 보라색 자음은 ‘ㅂ’을 의미한다. ‘ㅏ’를 기울인 붉은색 모음이 ‘아’를 의미하는 모음임은 지난시간에 공부했다.

 

 

‘사랑’과 ‘아멘’을 빼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교는 흔히 ‘사랑의 종교’라고 하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아멘’이라고 응답한다. 사랑(아하바)과 아멘(아멘)은 히브리어로 모두 알레프로 시작한다. 아하바(사랑)와 아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일상의 소박한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가르침으로 이끌린다.

 

 

가정에서 태어난 사랑

 

아하바는 본디 식구들 사이에서 체험되는 것이었다. 창세기의 이사악과 레베카 이야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둘은 서로 사랑하였고(창세 24,67), 그 결과 쌍둥이를 낳아 사랑하여 길렀다(창세 25,28). 이렇게 남녀가 사랑하여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에서 자손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은 피붙이를 넘어서는 말이었다. 이스라엘인 종은 7년째 자유를 얻는다는 율법이 있다(탈출 21,2; 신명 15,12). 하느님 백성에 영원한 차별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 주인을 ‘사랑하여’ 주인과 영원히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탈출 21,5; 신명 15,16). 그런데 종이 주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스스로 ‘영원한 을’의 입장을 선택하는 일이 가능할까?

 

인간적 현실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거친 환경을 헤치고 살던 고대 사회에서는, 인간적인 주인의 집에 사는 것이 종의 가족 입장에서 더 나을 수 있었다. 믿음과 인격이 뛰어난 주인이 종과 사랑의 관계를 맺어 잘 사는 길을 성경은 배제하지 않는다. 이 규정을 잘 읽어보면, 최종 결정권이 주인이 아니라 종에게 있다. 사랑은 작고 약한 사람이 느낄 수 있어야만 참된 것이다.

 

 

정의를 사랑하다

 

특이하게도 시편에는 ‘정의를 사랑하다’는 표현이 거듭되는데(시편 33,5; 37,28), ‘정의’라는 목적어에 하필 ‘사랑하다’는 동사가 결합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표현은 “정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와 용서로 정의를 넘어서십니다.”(「자비의 얼굴」, 21항)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교황님은 정의는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정의만’을 추구하다 보면 편협하게 되기 쉽다는 ‘정의의 속성’을 지적하셨다. 이미 성경은 ‘정의를 실현하다’가 아니라 ‘정의를 사랑하다’는 표현으로 사랑과 자비가 정의와 늘 함께 해야 할 가치임을 가르친다.

 

- 오헵. ‘친구’를 의미한다. ‘ㅎ’을 의미하는 초록색 자음 밑에 푸른색 ‘..’ 표시는 ‘에’를 의미하고, 알레프 위에 찍힌 점 하나는 ‘오’를 의미한다.

 

 

사랑의 하느님

 

가정에서 태어난 사랑은 결국 하느님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자, 사람과 하느님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의 행위의 본질은 사랑이시며, 인간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표현은 성경에 넘친다(그러므로 좁은 지면에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히브리어로 ‘친구’를 ‘오헵’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 말도 소박한 인간적 관계를 의미하다가 하느님의 속성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사야 예언자에 의하면 하느님의 친구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이다(이사 41,8; 2역대 20,7). 하느님이 우리 친구(오헵)가 되어 주셨으니, 과연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시다.

 

- 아멘. 아멘을 히브리어로 이렇게 쓴다. 초록색 자음은 ‘ㅁ’을, 검은색 길쭉한 글씨는 ‘ㄴ’을 의미한다. ‘ㅏ’를 기울인 붉은색 모음은 이미 공부했고, 푸른색 ‘..’은 ‘에’를 의미하는 모음이다.

 

 

사랑의 응답, 아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사랑에 ‘아멘’으로 응답한다. 아멘은 거룩한 전례의 중요한 요소로서 전적인 동의와 내면적 확신을 의미하는데, 히브리어로 그 어원은 ‘굳건하다, 신뢰하다, 안전하다’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멘’은 ‘진실로, 확실히’(surely)로 옮길 수 있다. 일찍이 예레미야 예언자는 상대에 말에 동의하는 의미로 이 말을 썼다(예레 28,6; “아무렴”). 유다교에서는 특히 맹세를 할 때 아멘으로 응답했다. 탈무드는 어떤 맹세문을 읽은 다음 ‘아멘’으로 응답하는 자는 그 맹세문을 자기 입으로 똑같이 읽은 것과 같다고 간주하였다.

 

 

성모님의 응답

 

그래서 훗날 ‘아멘’을 그리스어로 ‘(그대로) 이루어 지소서’(게노이토)로 번역했고, 신약시대에는 ‘아멘’ 대신 이 말을 썼다.

 

가브리엘 천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을 때, 하느님께 온전한 신뢰를 보내신 성모님의 응답이 바로 이 말이었다(루카 1,38). 성모님의 응답으로 성가정이 이루어졌고,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라신 분은 온 세상에 사랑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7일,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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