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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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와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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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02 ㅣ No.706

[레지오 영성] 레지오와 묵주기도

 

 

레지오 마리애는 태동하면서부터 묵주기도를 시작기도로 바쳤습니다. 프랭크 더프가 주관하던 협의회는 빈첸시오회관으로 제공된 독립된 건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전개하면서 매월 활동을 관리하는 월례모임을 가졌는데, 이 모임은 빈첸시오 회합순서를 따르면서도 성모송 대신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회합의 시작에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한 이런 변화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례적인 결정이지만, 프랭크 더프는 그 과정을 설명하는 대신에 그해에 파티마의 성모님 발현이 있었고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만 언급하였습니다. 이것은 모임 참석자들이 개인과 세계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자주 바치라는 파티마의 성모님 메시지를 실천한 것으로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4년 후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로 간주하게 될 첫 번째 회합에서도 이 기도가 수용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로 성모님의 특별한 개입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이 월례모임이 레지오 창설의 준비 모임이었다고 회고하면서도 묵주기도를 바치게 된 이유와 거기에 따른 효과에 관심을 갖지 못하였습니다. 교본에도 회합순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묵주기도가 단원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며, 묵주기도 안에 구원의 역사가 집약되어 있고, 성모님의 역할이 잘 드러난다고만 적었습니다. 그리고 로사리오회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데, 이는 모범적인 회원이었던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를 본받으려는 뜻으로 보입니다. 회원이 되면 묵주기도 신비 전체를 매주 한 번 이상 바쳐야 하는 의무가 부과됩니다.

 

후일 레지오가 세계적인 단체가 되고, 묵주기도가 회합시간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을 때,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의 긴 시작기도가 사실은 중요한 영적인 발판이자 훌륭한 심리학적인 발판이라고 말한 고위 성직자를 언급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피곤하거나 지친 상태에서 회합에 참석하는 단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는 동안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이 안정되는 효과를 얻게 되고, 영적인 동기로 말미암아 맑고 밝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묵주기도는 ‘성덕의 훈련’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2000년 대희년을 폐막하면서 나온 교서 ‘새 천년기’에 이어서 발표되었습니다. 성인 교황은 새 천년기를 맞이하여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에 중요한 방향으로 ‘성덕의 훈련’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상하는 임무를 부과한 다음에 이 임무를 수행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묵주기도가 그리스도교 관상 전통 안에 자리 잡은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기도이며, 수많은 성인들이 묵주기도 안에서 성덕에 이르는 참된 길을 찾았다고 밝히면서 묵주기도가 ‘성덕의 훈련’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성에 대한 현대의 요구에도 부응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묵주기도는 12세기경 알비파 이단이 무기를 들고 학살과 파괴로 세력을 확장할 때 도미니코 수도회가 이에 맞서서 무기 대신에 ‘로사리오’라는 이름으로 묵주기도를 도입하여 물리치면서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16세기 이슬람교도의 침공 때는 묵주기도를 바치며 전쟁터로 나간 그리스도교 연합군이 승리하여 로사리오 축일이 제정되었습니다. 교황 교서는 교황 레오 13세가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사상적 변혁이 교회에 새로운 위기와 위험을 초래하자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회칙을 발표하여 로사리오 성월을 제정한 기록을 상기하며, 지금의 역사적 상황도 묵주기도의 부흥을 요구한다고 보았습니다.

 

교서는 성모님께서는 묵주기도를 통해 우리를 가르치신다고 설명합니다. “성모님께서 친히 학교를 여시고 우리에게 성령의 선물을 풍부히 주시며 그 누구에게도 비길 수 없는 스승으로서 ‘신앙의 나그넷길’에서 모범으로 가르치신다고 여길 때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성자의 신비를 하나하나 바라보며, 당신께서 주님 탄생예고 때 하신 것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를 빛으로 인도하는 질문을 하고 언제나 신앙에 순종으로 대답을 하라고 권유하십니다.”(14항) 성모님은 우리가 신앙에 순종하도록 묵주기도로 인도하실 뿐만 아니라 신앙 안에서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기도 하십니다.

 

“묵주기도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나자렛의 가정에서 그리스도의 인간적 성장을 보살피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성모님 곁으로 우리를 데려다 줍니다. 이렇게 하여 성모님께서는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완전히 형성’되실(갈라 4,19 참조) 때까지 예수님께 기울이셨던 것과 같은 관심으로 우리를 가르치시고 교육하십니다.”(15항)

 

 

레지오 활동의 신비로운 힘은 묵주기도로 성모님과 일치를 이루는데 있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의 첫 번째 회합에서 무염시태 성모상을 바라보며 “단원들이 성모님을 초대한 것이 아니라 성모님께서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계셨고 그들을 받아들여서 당신께서 그들에게 봉사하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자신의 머리를 스쳤다”고 회고하였습니다. 그런데 교황 교서의 가르침에 비추어보면, 성모님께서는 레지오의 준비 모임 때 이미 묵주기도로 당신의 학교를 여시고, ‘성덕의 훈련’을 시작하셨습니다.

 

묵주기도 한단 한단을 성모님과 함께 건너가면서 성모님의 학교에서 그리스도를 읽고 그분의 신비를 깨닫고 그분의 복음을 배웠던 초창기 레지오 회합에 대한 기억은 프랭크 더프에게 언제나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월례모임 때와는 달리 레지오 회합에서는 사도직 활동에 대한 의견이 다루어지면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졌고, 거기에는 신비한 힘이 작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단원들이 신학적 이해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참된 신심’의 가르침을 쉽게 실천하는 비결을 매우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기적으로 충만한 초기 사도직 활동에 작용했던 레지오의 신비로운 힘이 묵주기도로 단원들과 성모님이 일치한 결과임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성모님처럼 언제나 “fiat!(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를 외쳤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세계화된 레지오가 초창기 레지오와는 달리 기도가 아닌 조직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아직 낮은 차원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새 천년기 신앙생활의 방향으로 성인 교황이 제시한 ‘성덕의 훈련’을 쌓아가는 묵주기도 생활은 묵주기도에 의지하여 교회의 위기를 극복했던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교서의 가르침을 신자들이 충실히 실천할 수 있도록 표양이 되기 위하여 레지오는 초창기의 활력을 다시 보여주어야 합니다. 성모님의 학교에서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을 바라보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묵주기도 생활을 먼저 시작하도록 이끌어주신 성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모님과 더욱 일치로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레지오가 ‘성모님의 학교’, ‘기도의 공동체’로서 미래 신앙생활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교황 교서가 묵주기도를 ‘성모님의 학교’라고 지칭하기 전에 묵주기도로 시작하는 레지오 회합을 ‘레지오의 수업시간’이라고 불렀습니다. 단원들은 묵주기도를 바칠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의 주요 사건들을 환희와 빛, 그리고 고통과 영광의 신비 안에 묵상함으로써 성모님의 마음을 통하여 예수님과 생생하게 결합하고 성장하는 은총을 가득히 받으시기 바랍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0월호, 권용오 마티아 신부(안동교구 상주 가르멜 여자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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