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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3: 새롭게 열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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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30 ㅣ No.598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 (3) 새롭게 열린 가능성


전람회 출품작 사진 발견, 숨어 있는 성미술 찾기 박차

 

 

2016년 열린 ‘한국 가톨릭 성미술 재조명전’은 교회 미술 가치를 재평가하는 동시에 미흡한 관리 보존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왼쪽부터) 추기경과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장 장봉훈 주교, 김병기 화백, 정수경 교수가 김 화백의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2016년 전시회로 교회 미술 가치 되새겨

 

1954년 11월 경향잡지에 게재된 바와 같이 당시 성미술 전람회에 출품된 총 31점의 작품은 모두 교회에 헌납됐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5점을 제외하고는 출품작들의 정확한 소재와 유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던 3점의 작품 김종영의 ‘마돈나’, 김형구의 ‘성서 읽는 여인’, 서세옥의 ‘기구’ 외에는 이미지도 확인이 어려워 출품작 목록에 있는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만 더해갔다. 성미술 전람회의 중요성과 가치를 고찰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실물 확인이 가능한 작품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흡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2016년 병인년 순교 150주년을 맞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주관으로 9월 21~27일 갤러리 1898에서 개최된 ‘한국 가톨릭 성미술 재조명展’에서 현존하는 5점의 출품작을 중심으로 1954년 성미술 전람회의 가치와 의미를 신자들에게 알리며 우리 교회 미술 가치를 재평가하고 미흡한 관리 보존의 현주소를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전시에는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 외에도 장발의 ‘십자가의 그리스도’(1941), 배운성의 ‘한국의 성모자’(1930년대 초), 백남순의 ‘낙원’(1936), 강홍도의 ‘정하상 바오로’(1950년대) 등이 선보였고 건축가 이희태의 ‘새로운 성당 설계 평면도’로 추정되는 서울 혜화동성당의 설계도와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설치된 장발의 벽화 ‘14사도’의 이미지도 함께 전시되어 많은 신자의 관심을 이끌었다. 전시 개막식에는 1954년 성미술전에 출품했던 생존 작가인 100세를 맞은 김병기(루도비코, 1916년생)와 당시 최연소 출품 작가였던 남용우(마리아, 1931년생)가 참석해 그동안 잊고 있던 성미술전 출품작을 62년 만에 가톨릭교회에 다시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2016년 전시 준비과정에서 놀라웠던 사실은 1954년 성미술전 출품작 5점 중 3점이 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작품에 대한 관심과 보존에 심혈을 기울인 이기명 신부의 노력 덕분이었다. 작자 미상으로 표기되어 있던 작품 캡션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새롭게 수정되어 있었고 작품 뒷면에는 전시 당시에 붓글씨로 쓰인 작품 캡션이 국문과 영문으로 잘 남아 있어 작품에 대한 정보를 더욱 명확히 해주고 있었다. 5점 중 3점. 이 작품들이 보존되지 못했더라면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들에 대한 연구와 관련 전시 개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 성미술 출품작 중 김흥수의 ‘간구’. 서울대미술관 제공.

 

 

전람회 출품작 사진 출현으로 퍼즐 조각 찾아

 

이렇게 1954년 성미술 전람회를 재조명하고자 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출품작들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2016년 전시로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같은 해 2016년에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부 조각과 1회 입학생인 성낙인(1927~2011)이 재학 시절 촬영한 서울 미대 관련 기록 사진들을 서울대 미술관에서 입수하여 검토한 결과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 사진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들에 대한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성낙인은 1927년 서울에서 출생했고, 1951년 서울대 미대 조각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사진가로 활동했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1953~1965년까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이 중 1954년 성미술 전람회의 출품작 사진들이 포함돼 있다. 아쉽게도 모두 흑백 사진으로 남아있어 출품작들의 재료와 기법, 색상과 질감 그리고 실물 치수 등 작품의 세부 사항들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동안 알 길이 없었던 작품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고 사진 속에 함께 촬영된 작품 캡션을 통해 작가와 작품 제목이 정확히 확인될 수 있어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다만 성낙인의 사진에는 현존 출품작인 김세중의 ‘복녀 김골롬바와 아녜스’ 이미지가 빠져 있고 이희태의 건축설계도면들은 포함돼 있지 않아 여전히 미확인 상태여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성낙인이 촬영한 서울대 미대 관련 사진들은 2016년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개최된 ‘사진(寫眞)하다-미술대학의 옛 모습들’에 전시됐고 이 전시에서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들도 흑백사진으로 공개됐다.

 

당시 출품 작가들은 서울대 미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작가들로 당시 한국 미술계의 흐름을 반영한 작품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출품작에는 서양의 아카데미즘을 수용한 고전적인 화풍에서부터 추상적 경향의 작품, 동양화풍의 산수화, 인물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모성년을 기념하는 종교적 주제가 강조된 작품들도 다수 전시됐지만, 노수현, 박세원, 배렴의 산수화는 종교화로서의 성격보다는 성당의 이미지를 추가하는 정도로 성미술 전람회의 구색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회화, 조각뿐만 아니라 공예 분야에서도 지금의 시각에서 보아도 현대적이고 품위 있는 출품작들이 선을 보이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1954년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 사진 이미지의 출현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대감과 함께 또 하나의 다른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출품작의 추가 발굴이다. 그동안 작가명과 작품제목으로만 알 수 있었던 출품작들의 이미지가 흑백으로나마 파악되면서 어디엔가 ‘작자 미상’이란 이름표를 달고 숨어 있는 작품들을 찾아낼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열리게 된 것이다. 단 한 작품이라도 더 찾아낼 수 있다면 이처럼 퍼즐 맞추기와 같이 진행되어온 성미술 전람회에 대한 큰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 글부터는 현재 남아 있는 작품과 이미지로 확인되고 있는 성미술 전람회의 출품작들을 함께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1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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