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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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곁의 보물: 서울대교구청의 성가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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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27 ㅣ No.588

[우리 곁의 보물] 서울대교구청의 ‘성가정상’

 

 

서울대교구청에도 여러 성당과 마찬가지로 성화와 성상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성물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동경하며 바라볼 수 있습니다. 최봉자(레지나, 1942~) 수녀가 만든 ‘성가정상’(1995년, 100x58x135cm)도 교구청 정원에 서 있습니다. 그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의 수도자이면서 조각가로서 우리나라의 많은 성당과 수도원에 성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작가가 만든 예수님상이나 성모상은 사람들에게 차거나 낯설지 않고 포근함과 친숙한 느낌을 줍니다.

 

단아한 ‘성가정상’은 서울대교구청 구관의 작은 정원 앞에 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가지를 가진 아름다운 소나무가 한 그루 있고 이를 배경으로 성상이 서 있습니다. 잎이 지지 않는 소나무는 성가정이 지닌 영원한 생명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성가족의 구성원인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셉을 만납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올곧게 살았던 성가족은 평화로우면서도 온화한 모습입니다.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에 세 명이 새겨진 것은 성가족이 하느님 안에서 일치되었음을 드러냅니다.

 

‘성가정상’에서 중심 인물은 아기 예수입니다. 그는 양팔을 활짝 벌리고 앞에 있는 사람과 세상의 모든 이에게 축복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자세는 예수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희생 제물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다는 것을 미리 알려 줍니다. 예수님은 죽기까지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셨고 그 큰 사랑을 통해 모든 사람이 영생과 구원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은 예수님을 향해서 고개 숙인 채 손을 잡고 있으며 그 위에 아기 예수가 서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두 사람이 구세주이신 예수님께 대한 순명과 겸손의 표시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참되게 살았던 이들의 신앙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12월이 남아있지만 교회력으로는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한 해를 뒤돌아보며 우리 가정과 가족에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려야 할 때입니다. ‘성가정상’을 바라보면서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합니다. 가정은 모든 사람의 고향으로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다가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천상의 고향인 하느님 나라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 안기게 됩니다.

 

서울대교구청의 ‘성가정상’은 우리에게 그리스도교 신자 가정의 모범인 나자렛 성가족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첫 자리에 두고 가족 간에 사랑과 일치를 이루었던 성가정은 오늘날 가치관의 혼란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모든 가정의 귀감이 됩니다.

 

 

 

 

 

[2018년 11월 25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5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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